폭음열도 (爆音列島)
‘지뢰진’의 작가 다카하시 츠토무가 새롭게 내놓은 폭주족 소년들의 이야기 ‘폭음열도’는 주인공 타카시가 도쿄로 전학하는 15세의 여름부터 시작된다. 소설의 1인칭 시점처럼 타카시의 관점에서 천천히 진행되는 이 작품은 주인공 타카시가 새롭게 어울리는 친구들과 함께 폭주...
2006-12-30
김욱성
‘지뢰진’의 작가 다카하시 츠토무가 새롭게 내놓은 폭주족 소년들의 이야기 ‘폭음열도’는 주인공 타카시가 도쿄로 전학하는 15세의 여름부터 시작된다. 소설의 1인칭 시점처럼 타카시의 관점에서 천천히 진행되는 이 작품은 주인공 타카시가 새롭게 어울리는 친구들과 함께 폭주족의 세계로 빠져들면서 나름의 성장통(成長痛)을 겪는 이야기로 한 편의 청춘소설을 보는듯한 느낌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폭주족 세계에 대한 치밀한 묘사와 함께 폭주족 생활을 통해 소년에서 남자로 변해가는 타카시와 그 주변 사람들의 삶을 서정적인 그림체와 넉넉한 연출로 표현하고 있다. “1980년 여름, 첫 집회, 카세 타카시 비뚤어진 청춘의 막이 열리다.” 중 3 초에 전학 온 타카시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새로운 동네에서 적응하던 도중, 새로 사귄 친구 코미야의 집에서 만난 코미야의 형이자 폭주족인 신야의 권유로 타카시는 두려움 반, 설레임 반의 가슴을 안고 폭주족 ‘제로스’의 집회에 나가게 된다. 경찰의 추적 속에서 처음으로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본 타카시는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지만 한편으로는 폭주가 주는 그 미묘한 스릴감과 해방감을 경험하고 잠을 못 이룬다. “강하고 멋진 남자가 되고 싶어,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지?” 타카시와 코미야는 각자의 집안 환경은 달라도 느끼는 상실감과 불안함은 비슷한 같은 또래의 청춘들이다. 술에 취해 현관 앞에서 자고 있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문도 열어주지 않은 채 이웃들이 보는 앞에 방치한, 간섭만 하고 짜증만 내는 어머니 사이에서 염증을 느끼던 타카시는 코미야의 집에서 역시 비슷한 광경을 본다. “혼자 있으면 불안하잖아, 자고 가”라고 얘기하는 코미야에게 자신과 비슷한 동질감을 느낀 타카시는 “우리 오토바이 가지러 가자”고 제의한다. 코미야의 집을 빠져 나오던 중 역시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코미야의 아버지를 보며 타카시는 생각한다. ‘우리는 절대 자지 않을 거야’, 다른 폭주족의 구역에 제로스의 멤버가 버린 오토바이를 발견하고 시동을 걸어 본 타카시, 엄청난 굉음을 내는 오토바이의 스로틀 배기음이 ‘어디든 갈 수 있다구’라고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오토바이를 몰래 가져와 숨겨놓고 둘만의 비밀이 생긴 코미야와 타카시는 그 무한한 기쁨과 엄청난 일을 해냈다는 우월감에 가슴 설렌다. 집으로 돌아온 타카시는 엄마 몰래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며 생각한다. ‘거리는 고요하다....’고, 작품의 특징인 청춘 소설 같은 서정성이 잘 드러나는 이 에피소드는 타카시가 오토바이를 접하면서 점차 변해가는 모습, 가족들에게 느끼는 불만, 또래의 친구들에게 느끼는 동질감 등 청춘의 설레임과 불안함을 마치 한 편의 잘 만든 영화를 보듯 작가는 연출해 내고 있다. 이 작품을 보고 있자면 청소년 시절의 자신을 추억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경험은 각자 달라도 느끼는 감정은 비슷한 동세대만이 가질 수 있는 동질감 같은 청춘의 특징을 잘 잡아낸 작가의 감수성 때문일 것이다. “멈추지 말고, 똑바로 가” 처음으로 친구와 싸움을 한 타카시, 누군가를 한 방 먹이는 감촉을 처음 경험해 본 타카시는 처음 나가 본 폭주족 ‘제로스’의 간부회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난다. 새로운 세계와 접하면서 외모도 성격도 본격적으로 거칠게 변해가는 타카시, 도로의 화살표가 말을 건다. 멈추지 말고 똑바로 가라고, 15세 소년의 성장통(成長痛)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