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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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PING PONG)

마츠모토 타이요가 ‘천재’의 저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핑퐁’은 탁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 만화이자 소년들의 성장과정을 매끄럽게 잡아내는 일종의 성장기이며 ‘재능’이라 불리는 화려함의 이면(裏面)에 존재하는 냉혹한 현실을 특이한 관점에서 탐구하는 철학적인 작품이다. ...

2006-12-27 박현수
마츠모토 타이요가 ‘천재’의 저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핑퐁’은 탁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 만화이자 소년들의 성장과정을 매끄럽게 잡아내는 일종의 성장기이며 ‘재능’이라 불리는 화려함의 이면(裏面)에 존재하는 냉혹한 현실을 특이한 관점에서 탐구하는 철학적인 작품이다. 스마일과 페코, 어릴 적부터 친구인 두 소년의 우정과 갈등, 고민을 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일종의 버디무비(Buddy Movie) 형식을 띠고 있으며 역동적인 동선(動線)과 잔잔한 감수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천재의 작화법(作畵法)을 마음껏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내 피에선, 쇠 맛이 난다...위급한 순간에는 반드시 히어로가 나타난다.” 어릴 적, 아이들이 ‘고르고13’이라고 놀리며 왕따를 당하던 스마일을 구해준 페코, ‘내 피에선 쇠 맛이 난다’고 얘기하던 페코는 스마일에게 있어 ‘히어로’이다. 콩 웬거와의 시합에서 21 : 0의 스코어로 러브게임 패를 당한 후 의기소침해 있는 페코에게 스마일은 말한다. “개인적으로 그냥 싫어, 멋없는 페코를 보는 게, 괜찮아! 세상은 언제나 히어로가 이기게 돼 있으니까” 페코는 스마일이 유년시절 보았던 ‘히어로’인 것이다. ‘재능은 있지만 승부욕이 전혀 없는’ 스마일이 “강해지느니, 우승한다느니, 난 그런 탁구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구. 즐거우면 돼, 재미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플레이를 위해 뭔가를 희생한다든가, 이기기 위해 누군가를 잡아 끌어내리고 싶진 않아”라고 말하자 페코는 말한다. “이 별에서 짱 먹고 싶어, 나는!!, 세계 챔피언을 목표로 한다는 소리야, 이건!!, 내 꿈이라고!!, 이 점이 너랑 달라, 단순하다고, 내 경우엔, 남들이 뭐래도 패배를 즐길 순 없으니까, 어쨌거나 이겨야 좋은 거야.” 드래곤은 조에게 말한다. “이상을 내세우는 것은 쉽습니다, 다만 이상을 추구하도록 허락받은 인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한없이 제로에 가깝단 말입니다.” 스마일이 신경 쓰이냐는 후배에게 드래곤은 말한다. “재능이란 원하는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니어서 말이지.” 만화가 강도하는 ‘핑퐁’을 장르의 한계와 장점을 고루 갖춘 작품이라 평하면서 ‘핑퐁’의 남다른 점은 “재능에 관한 탐구”에 있다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스텝을 밟고 고개를 넘어 강자를 젖힌 후 정상에 서거나 혹은 꺾이거나 하얗게 불태우거나 굳은 악수를 하거나 헹가래를 하는 전형에서 일정부분 벗어나기에 성공한 작품은 ‘슬램덩크’와 ‘핑퐁’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돋보이고 싶고 패배를 인정하기 싫어 눈물 흘리는 페코, 투지가 없는 재능을 갖고 있는 스마일, 지난 비극을 스마일을 통해 극복하려는 코이즈미 코치, 멋진 승부를 위해 재능 이상의 것을 불태우려는 드래곤 등이 등장해 명확한 각자의 길을 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또 ‘핑퐁’이 가진 장르적 한계에 대해 강도하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타고난 재능을 갖춘 아이가 있다, 근데 노력은 하지 않는다, 본인도 재능의 실체를 확인한 적은 없다, 간혹 가벼운 경기나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비범함이 있을 뿐이다, 투톱 중 다른 한명은 재능은 비슷하나 절대 천재를 넘어서지 못한다, 유서 깊은 장르의 기본 설정이자 스포츠물의 나름대로 검증되고 안전한 구도로 정착된 장르속성이다, 특출한 놈은 노력으로 쟁취하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특별하게 태어났다는 무심하고도 매정한 이데올로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