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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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터

학원물의 전형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전형적 학원만화. 왕따 증후군을 갖고 있어서 학교에 입학하거나 전학 할 때 마다 식욕부진, 신경증, 만성 히스테리, 불안 증후군으로 시달려 매번 신경정신과를 찾곤 하는 고등학생 한주먹. 백운 고등학교에 전학하게 된 한주먹은 변함...

2003-02-06 이영미
학원물의 전형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전형적 학원만화. 왕따 증후군을 갖고 있어서 학교에 입학하거나 전학 할 때 마다 식욕부진, 신경증, 만성 히스테리, 불안 증후군으로 시달려 매번 신경정신과를 찾곤 하는 고등학생 한주먹. 백운 고등학교에 전학하게 된 한주먹은 변함없이 눈치보며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탈주범 ‘신장원’을 잡고 학교의 최고 인기스타로 떠오른다. 이로서 한주먹은 학생들로부터 학교의 주먹 왕이라는 오해를 받게 된다. 한주먹은 이 오해를 풀려고 하지만, 오해는 오해를 낳고, 결국 백운고의 최고 주먹 강태호가 도전해 온다. 강태호와 주먹 라이벌 관계인 강철벽 또한 한주먹을 노리고 두 사람은 학교에서 맞붙게 된다. 그러나 번번이 우연한 사건 때문에 한주먹이 이기게 된다. 또 한주먹은 자신도 모르게 끈질기고 매운 ‘멧집’의 소유자다. 싸움을 싫어해서 늘 맞다가도 때리는 사람이 멧집에 놀라 당황하다가 우연찮게 뻗은 주먹이 여지없이 상대방을 쓰러뜨리고 마는 싸움에 학생들은 더욱 한주먹을 따르고 ‘주먹’으로 인정하게 된다. 어느날 이 학교에 덩치가 산만하고 기운과 순발력도 만만찮은 주먹왕 태백산이 온다. 태백산은 자신을 누르면 전국 주먹왕이 될 거라고 선언하면서 강태호와 강철벽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싸움이 싫고 주먹이 싫었던 약골 ‘한주먹’이 여기에 나선다. 한주먹은 초반에 태백산으로부터 날아온 주먹에 10미터 이상 나가 떨어지곤 했지만, 자신을 막으려고 본의아니게 휘두른 주먹에 태백산은 손목뼈에 타격을 입을 만큼 큰 데미지를 얻는다. 왕따가 두려운 약골 학생이 본의아니게 주먹왕이 된 이 학교의 이후 결과는?. 학원물의 주인공은 기본적으로 처음부터 싸움 왕이 아니다. 단지 정의감과 솔직함을 무기로 갖고 있을 뿐이다. 90년대 초반부터 일본의 학원폭력물이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 국내 학원물은 우후죽순으로 발표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약간의 변형을 가미해 학원에 ‘춤’ 이라는 새 요소를 도입한 『힙합』이나 폭력물에 무협이나 SF적 요소를 가미한 『장난아니네』『교무의원』 등이 있다. 역시 이 작품 『갱스터』 역시 시대의 조류에 편승한 평이한 구조의 학원소재 만화다. 주먹세계의 이야기나 ‘학교’ 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주먹1인자 다툼은 언제나 이야기 거리가 충만한 대표적 소재다. 흔하고 진부한 소재이면서도 수용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골 소재로 다뤄지곤 하는 스토리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90년대 초반에 들어온 작품 가운데 『엔젤전설』이라는 만화가 있다. 지나칠 만큼 흉악하게 생긴 얼굴 때문에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무시무시한 주먹왕’ 이라는 오해를 낳은 작품이다. 오해는 오해를 낳고, 천사같이 착한 마음의 소유자는 어떠한 싸움에서도 져서 물러난 적이 없다. 공포를 느낀 표정도, 겁을 먹은 표정도, 화해를 청하는 표정도 한결같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시무시하고 오싹한 긴장감을 갖게 만들 만큼 인상과 표정이 험악하기 때문이다. 다소 비현실적인 이 만화는 ‘외모는 흉악하되 마음은 착한’ 미녀와 야수의 소재를 가지고 장장 스무권이 넘는 장편을 지속하면서 인기를 모아왔다. 단순하면서도 세밀하고 기초 데셍력의 탁월한 힘이 엿보이는 그림체도 인기의 비결이다. 역시 이 작품 『갱스터』 역시 비슷한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다. 공중을 날으면서 발차기를 하는 장면에 두 페이지 전체를 할애하기도 하고, 주먹으로 얼굴을 강타하면 얼굴이 찌그러지면서 충격을 받는 묘사 외에는 딱히 일반적 학원만화와 다를 바 없는 이 작품 역시 ‘범작’ 에 그친다. 이렇다 할 특별하고 탄탄한 스토리 구조 보다는 한가지의 발상에 적절하고 문안한 요소들을 첨가해 버무린 평이한 작품에 머문다.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10대를 거친 사람들에게 학교라는 공간은 한정되고 협소하면서도 온갖 요소들이 다 첨가 돼 있는 통과 의례적 관문이다. 이 공간 안에서의 승부 세계는 다른 무엇보다도 숨막히는 흥미진진함을 알려주는 것이다. 주먹과 싸움이 지겨울 법도 하건만 계속해서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여기에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