允姬 (윤희)
황미나는 일본 「모닝」지의 편집장으로부터 그녀가 과거에 그렸던 『상실시대』 2권의 단편과 같은 만화를 그려 달라 부탁받는다. 황미나는 그 단편들을 그녀 자신이 사회 속에서 살며 같은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들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보듬고 싶어서 꺼냈...
2004-05-20
강영훈
황미나는 일본 「모닝」지의 편집장으로부터 그녀가 과거에 그렸던 『상실시대』 2권의 단편과 같은 만화를 그려 달라 부탁받는다. 황미나는 그 단편들을 그녀 자신이 사회 속에서 살며 같은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들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보듬고 싶어서 꺼냈던 일종의 절규라 표현한다. 만화 『윤희』는 이러한 의도에서 출발한다. 이 만화는 한마디로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남북 분단으로 고향을 잃고 자유로에서 머나먼 북녘땅만 바라보는 노인, 어린 시절 어머니의 가출로 어머니의 사랑을 잃고 자란 재영, 자연에 대한 자만심으로 동생을 잃고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해 산과 바다로 구조활동을 하는 사내. 그리고 사랑했던 남자로부터 배신 당해 아들 진수를 잃은 윤희. 이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마음 속에 묻은 채 살고자 하지만, 그들이 잃은 것들을 메울 수는 없다. 다소 딱딱하고 우울하기만할 지도 모를 이런 이야기들을 황미나는 상처받은 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며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훈훈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만화로 그려낸다. 모두들 무언가 하나씩 잃고 사는 상실의 시대. 황미나는 바란 상처입은 이들의 해피 엔딩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 말한다. 윤희는 과거에 사랑했던 남자,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과 헤어지고 난 뒤 갖게 된 오랜 쓸쓸함과 허전한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자신과 닮은 꼴인--상처를 안고 있지만 극복하려 노력하는 다른 사내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녀가 느낀 것은 공허함, 그제서야 자신이 돌아가야 할 제자리는 자신을 걱정해주고 아껴주는 재영의 옆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황미나는 『우리는 길 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를 발표한 이후 언제나 『윤희』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매호 순위에 의해 작가가 평가되는 국내잡지의 풍조 속에서는 할 수 없었다 한다. 결국 그녀는 일본의 「모닝」지를 통해 『윤희』를 연재함으로써 그녀가 있어야 할 곳,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자리를 찾은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