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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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중화일미

“고대의 유명 요리사들은 맛의 기억, 이미지 만으로도 모든 음식 재료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했다. 나조차도 풀지 못했던 “콩고기”를 십 년 전의 기억만으로 재현시킨 저 소년에겐 사천성의 국영식당이 오히려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어.” 요리만화의 핵심은 “맛에 대한...

2008-08-29 유호연
“고대의 유명 요리사들은 맛의 기억, 이미지 만으로도 모든 음식 재료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했다. 나조차도 풀지 못했던 “콩고기”를 십 년 전의 기억만으로 재현시킨 저 소년에겐 사천성의 국영식당이 오히려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어.” 요리만화의 핵심은 “맛에 대한 상상력”과 “요리 대결”이다. 요리란 예로부터 후각, 청각, 시각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만화는 종이 위에 그려진 그림과 글일 뿐이며 책으로 엮어진다고 해도 그 요리의 정체성은 알 수 있을지 몰라도 그 맛이나 향을 느낄 수는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요리만화들이 인기가 많을까? 그것은 아마도 뛰어난 연출과 스토리로 “맛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박진감 넘치는 “요리대결”을 통해 이야기의 재미를 극대화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요리 만화 “중화일미”는 19세기 중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천재요리사 마오의 음식 여행기로 “맛에 대한 상상력”과 “요리대결”의 진수를 보여주는 아주 재미있는 요리 만화다. “요리는 맛뿐만이 아니다. 먹는 사람은 맛보다 훨씬 전에 향기부터 맡게 되지, 향기 만들기에 실패한 요리는 아무도 먹지 않아.” ‘중국 4천 년의 진수’라 불리는 그 엄청난 수의 요리들의 맛과 향들은 단순히 만화 책 한 질로 담아낼 만큼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중화일미”는 단순히 겉핥기 식의 흉내나 내는 요리 만화가 아니다. 중국의 거대한 요리 체계를 크게 4개의 지역으로 나누어(사천, 광동, 북경, 상해) 주인공인 마오가 여러 가지 과제를 가지고 순례함으로써 그 심오함을 잘 살려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에 ‘소년만화의 공식’이 아주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는데, 마오의 여행이 계속될수록 마오의 동료들과 라이벌들은 늘어만 가고 마오의 요리실력은 나날이 업그레이드된다. 또한 마치 무협지의 대결처럼 펼쳐지는 마오와 라이벌들의 “요리대결”은 독자들로 하여금 바로 다음 권을 집어 들게 만드는 마약 같은 재미를 주고 있다. 일본어 제목은 “中華一番!”으로 강담사의 주간 소년 매거진에 1997년부터 99년까지 연재되었으며 동명의 애니메이션도 후지TV를 통해 방영되었다. (국내에선 “요리왕 비룡”이라는 타이틀로 방영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13살의 나이에 중국 최고의 요리사 자격인 특급주사를 따낸 천재 요리 소년 유 마오 신을 주인공으로 적절한 ‘소년만화의 공식’과 심오한 ‘중국요리에 관한 지식’을 섞고 이를 통해 박진감 넘치는 요리 대결을 보여줌으로써 무척이나 재미있는 음식 여행기로 만들어낸 “중화일미”는 이런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만화다. (“중화일미”와 “신 중화일미”때문에 헷갈리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별도의 작품이 아니라 두 가지가 같은 책이다. 국내에서는 “신 중화일미”로 17권으로 완결되었고 애장판도 출시되었다. 일본에서 연재하던 잡지를 옮겨서 생긴 사연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