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여학생
“연애가 마치 트랜드처럼 소비되고 있군, 각종 기념일을 위해 세팅된 인형들처럼, 적당한 썸씽에서 시작된 적당한 연애 조각들, 그런 건 죄다 돌멩이에 불과해. 내가 찾은 건 가장 특별한 빛을 띤 보석, 서로가 보석임을 알아차리고 비로소 완성이 되는, 바로 그런 사랑이 진...
2008-08-27
유호연
“연애가 마치 트랜드처럼 소비되고 있군, 각종 기념일을 위해 세팅된 인형들처럼, 적당한 썸씽에서 시작된 적당한 연애 조각들, 그런 건 죄다 돌멩이에 불과해. 내가 찾은 건 가장 특별한 빛을 띤 보석, 서로가 보석임을 알아차리고 비로소 완성이 되는, 바로 그런 사랑이 진짜 사랑 아닐까요?” “남자친9”, “크래커”로 동시대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유려하고 상큼하게 집어내고 있는 작가 토마의 신작 “속좁은 여학생”이 출간되었다. 단행본으로 발매되지는 않았으나 데뷔작인 “선생님과 나”에서 스승인 이강주의 강력한 영향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던 그녀이지만, 어느덧 세 번째 단행본을 내면서 이제 자신의 색깔을 오롯이 낼 줄 아는 작가가 되었다. 이번에 그녀가 가져온 새로운 이야기는 “연애를 시작하는 과정”에 관한 두 여자의 감각적인 이야기로 토마 특유의 톡톡 튀는 대사가 예쁘고 깔끔한 일러스트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8평형의 나의 방, 이 곳에서 5년째 글을 쓰고 있다…... 창문 너머로 소다 빛깔 하늘이 보이고 그 아래 차분한 산스베리아 화분, 오래된 사이드 테이블 위의 읽다 만 책들, 자판이 희미해진 노트북……. 내가 아끼는 이 아름답게 완성된 정경에는 어째서 컷컷마다 공허가 깃들어 있을까?” 첫 단행본인 “남자친9”에서는 “사랑 후의 과정”을, 두 번째 단행본인 “크래커”에서는 “사랑하는 과정”을 세 번째 단행본인 “속좁은 여학생”에서는 “사랑을 시작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 토마는 아주 덤덤하고, 미세한 일상의 감정들을 놀랍도록 섬세하게 잡아내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이런 “일상에 관한 새로운 해석”이 토마의 작품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지점이리라. “중년 남성이 젊은 여성에게 품는 감정은 단 한 가지뿐이라고 누가 그랬을까? 그건 그들이 만난 중년남성이 사심 많고 하품 나는 사람들이라 그래, 언제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 사람이 사랑을 시작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착각”이다. 이 사람이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착각, 이 사람만이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나만의 특별한 사람이라는 착각, 이 사람과의 시간이 아름답고 영원할거란 착각 등, 수많은 착각 속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시작되기 마련이다. 세 번째 단행본인 “속좁은 여학생”에서 토마는 바로 이 부분을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 하고 있다. 작가인 나미루와 출판사 직원 한소미의 각자의 연애담으로 꾸며져 있는 이 작품은 사람들에게 있어(특히 여성에게 있어) “연애가 시작되는 과정”을 아주 세심하고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상황에 빠져있는 독자 분들에게 한번쯤 읽어보길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