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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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검객 네타로 (네타로, 잠을 깨다)

“그렇다면 분명히 얘기하마, 나는 지금이 체질에 맞는다고 할까, 더없이 행복해, 누구에게도 이 생활을 넘겨주고 싶지 않아, 타다유키 공의 크나큰 배려로 매달 1백 냥의 돈까지 받고 있으니! 부디 지금 소인의 처지가 최고의 기쁨이라는 것을 헤아리시어 방해하지 말아주시길 ...

2008-08-26 석재정
“그렇다면 분명히 얘기하마, 나는 지금이 체질에 맞는다고 할까, 더없이 행복해, 누구에게도 이 생활을 넘겨주고 싶지 않아, 타다유키 공의 크나큰 배려로 매달 1백 냥의 돈까지 받고 있으니! 부디 지금 소인의 처지가 최고의 기쁨이라는 것을 헤아리시어 방해하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멋진 남자 김태랑”의 작가 모토미야 히로시의 작품세계는 너무 남성적이어서(마초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의 의견은 좀 다르다. 그의 작품이 매우 마초적이고 여성을 비하한다는 지적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굉장히 진취적이며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시마’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자들에게서 더욱 여성비하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느낀다) 모토미야 히로시는 여자나 남자라는 성별적인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거대한 테마에 집착하고 있는 작가이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항상 철학적인 깨달음을 향해 돌진하는 어떤 남자(또는 여자)를 그리고 있다. “미안하군, 내가 원래 세상의 법도에 얽매이지 않는 성격이거든” “자유검객 네타로”는 모토미야 히로시의 신작으로 현재 한국어판으로 2권까지 출시되었다. 그간 모토미야 히로시의 주인공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의 주인공으로서 ‘네타로’는 그려지고 있는데(2권까지는), 전작에서처럼 목표를 향해 돌진하거나 꿈을 쫓아 온 세상을 헤매는 그런 주인공이 아닌, 이미 인간으로서의 품격이 완성되어있는 자유인으로서 그려지고 있다. 작품은 칸세이 원년(1789년) 5월 에도에서 시작되고 있는데, 이때는 에도시대의 중기에 해당하며 상인계급이 발호하기 시작하고 화폐경제가 농촌 깊숙이 침투하기 시작한, 불안정함이 태동한 시대이다. 혼다 가문의 장남이라는 어마어마한 본래 신분에도 불구하고 유모의 실수로 쌍둥이 동생 타다유키에게 모든 것을 양보한 남자 신타로는 ‘대낮까지 네타로’라는 천하태평의 별명을 지닌 검술도장주인이다. (네타로는 일본어로 ‘잠잤겠지’의 발음과 같다) 뛰어난 검술실력과 깊이 있는 식견, 정의롭고 공정한 마음에 약자를 보살피는 배려심까지 모두 갖춘 이 게으른 남자는 동생에게 매달 들어오는 1백 냥의 황금 덕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위도식하며 세상을 둘러보는 재미로 살아가는 유유자적한 남자다. 그간 볼 수 없는 주인공이어서인지 몰라도 이번 작품에서 모토미야의 내공은 상당히 깊게 발휘된다. 예전처럼 정형화된 틀을 구사하지 않고, 잔잔한 문제의식을 내비치는 자그마한 사건들을 연속해서 보여주는데, 네타로가 그것을 해결해가며 무의식 중에 당시의 시대상을 뚜렷하게 반영해주는, 엄청난 고수의 손길이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작풍을 펼치고 있다. 예전처럼 공격적이고 직선적인 느낌의 이야기는 잘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에도시대의 고즈넉하면서도 역동적인 야누스적 풍경을 네타로라는 자유인을 통해 아주 재미있고 심도 있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