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주신선조 (칸노 아야 신선조 시리즈 1)
“이 곳은 무사가 죽을 장소가 아니다. 그 목숨 – 내가 맡아주마.” 칸노 아야의 “북주 신선조”는 일본 역사에 실제로 있었던 막부 말의 무사집단 ‘신선조’를 소재로 한 일종의 팩션(faction)으로 ‘귀신 부장’이라 불리던 사내, 신선조 부장 히지카...
2008-08-25
유호연
“이 곳은 무사가 죽을 장소가 아니다. 그 목숨 – 내가 맡아주마.” 칸노 아야의 “북주 신선조”는 일본 역사에 실제로 있었던 막부 말의 무사집단 ‘신선조’를 소재로 한 일종의 팩션(faction)으로 ‘귀신 부장’이라 불리던 사내, 신선조 부장 히지카타 토시조를 주인공으로 엮은 역사물이다. “신선조가 있는 한 나는 죽지 않는다. 살아라.”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메이지 유신이 이루어지기 직전, 케이오 4년의 불안정하고 혼란스런 정국이며 ‘대정봉환’이라 불리는 왕정복고로 기세가 오른 유신 지사파(도막파라고도 불리웠다)와 궁지에 몰린 막부군과의 전쟁이 발발한 시기이다. 이 시기, 막부군은 패전에 패전을 거듭, 막부 말기의 상징과도 같았던 무사집단 ‘신선조’는 북으로 쫓겨가며 항쟁을 거듭하고 있었다. 국장이던 곤도 이사미가 신선조원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투항하여 할복조차 허락 받지 못한 채 처형을 당하고, 부장을 맡고 있던 히지카타 토시조가 끝까지 항전할 것을 결심, 막부군의 패잔병들과 함께 세력을 이루어 일본의 최북단 홋카이도까지 올라가 결사항전을 하던 때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북주 신선조’다. “참된 무사란, 의를 위해 죽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격동기의 역사를 소재로 했으나 여성 작가의 감수성을 도입해 작품 내내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들려 노력한 “북주 신선조”는 주인공인 히지카타 토시조를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 이루어져있다. 주인공을 바라보는 간접적인 관찰자적 시점, 그 효과는 제법 크다. “의를 위해 죽은 지사의 피는 죽은 후에는 푸르게 변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 이 바다는 어쩌면 무사들의 피로 되어 있는지도 몰라.” 저 ‘이케다야 습격사건’으로부터 시작되는 ‘신선조’의 전성기를 다룬 것이 아니라 패망의 일로를 걷고 있던 쇠락기의 ‘신선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어서, 작품엔 내내 비장의 기운이 감돈다. 신선조의 상징이자 ‘무사’의 마지막 상징과도 같았던 히지카타 토시조라는 사내의 이야기만으로도 무거움이 느껴지는데, 신선조의 마지막 항전의 무대였던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작품의 음울한 기운은 더더욱 짙어지고 만다. 그러나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 시기의 신선조를 꼭 다뤄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있으며 결국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구현하고 싶었던 것은 일본식 표현대로 ‘벚꽃이 질 때의 아름다움’ 즉, 비장미(悲壯美)였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