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벌 디퍼런스 (나는… 모르모트였다…)
“나는… 모르모트였다…실험에 쓰인 뒤엔 덧없이 용도폐기 되는….” 한국만화시장에서 커다란 비중을 가지고 있는 대여점, 대본소 시장은 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산업구조와 유통시스템으로 이루어져있다. ‘만화를 좀 안다’하는 사람들에게 ‘공...
2008-07-30
김현수
“나는… 모르모트였다…실험에 쓰인 뒤엔 덧없이 용도폐기 되는….” 한국만화시장에서 커다란 비중을 가지고 있는 대여점, 대본소 시장은 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산업구조와 유통시스템으로 이루어져있다. ‘만화를 좀 안다’하는 사람들에게 ‘공장만화’로 불리고 있는 대본소용 만화는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막강 권수 신공’으로 독자들을 압박하는데, 그 끝없는 권수의 압박은 작품을 읽어보기도 전에 독자들을 질리게 만들곤 한다. 그러나, 대본소용 공장만화라 해서 “원피스”나 “데스노트”처럼 재미가 없느냐?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난 몇몇 명작들이 다른 질 낮은 대본소 만화들에 의해 가려지고, “저건 재미없고 야하기만 한 아저씨들이나 읽는 만화야”라는 선입견 때문에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와도 어차피 우린 죽는다. 단지…! 놈이라면 왜 우리가 죽어야 하는지 말해 줄 수 있다는 거지… 첩보세계에선 필생의 라이벌이었으되 가장 믿을 수 있는 인간 아닌가? ” 누계부수 300만부를 넘어선 대본소만화의 신화 “도시정벌”시리즈가 돌아왔다. 스포츠조선 웹진에 연재를 시작한지 1년 만에 좀 납득하기 어려운 결말을 보여주었지만, “도시정벌”시리즈 특유의 감각과 스토리 전개는 여전했다. “도시정벌”시리즈 하면 뭐니뭐니해도 주인공 백미르의 “완벽함”과 비중 있는 조연 막광야의 거침없는 활약이 압권인데, 이 작품에서도 백미르와 막광야는 변함없이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단 하루… 하루만 더 저들이 늦게 눈치챘다면…애석하구나, 이 작아터진 머릿속에 CNN창사 이후 기록된 모든 뉴스의 기록들과 이제껏 발표된 모든 과학적 이론 및 소프트웨어까지 다 옮겨놓은 무한용량의 칩이 이식됐거늘…어쩌다 내 삶이 이렇게 흘러갔을까? 불가능하겠지? 다시 산다는 것은….? ” “도시정벌 디퍼런스”의 주된 테마는 “타임슬립”이다. 임팩트 있게 시작하는 작품 초반부에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머리에 이식한 주인공 백미르와 그를 도와주러 온 막광야가 누군가에 의해 저격당하며 생명을 잃는다. 그리고 작품은 갑자기 3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87년의 한국으로 무대를 옮긴다. 주인공 백미르가 전생의 기억과 정보, 경험을 모두 간직한 채 10대 청소년기로 되돌아 온 것이다. 이쯤 되면 센스 있는 독자들은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대충은 눈치챘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정벌 디퍼런스”는 예전의 시리즈에서 자주 써먹은 것들을 다시 우려먹지 않는다. 10대로 되돌아 온 미르의 가족사로부터 시작되어 점차적으로 미래의 엄청난 적을 상대해 나가는 거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현대판 신(新) 무협, “도시정벌 디퍼런스”를 강호의 독자제현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