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세계관의 새로운 해석 - <‘신과 함께’ 리메이크>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저승의 개혁
미와 요시유키의 <‘신과 함께’ 리메이크>는 주호민의 웹툰 <신과 함께>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만화가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는 대사들을 해당 국가 언어로 번역하는 정도인데, 이 작품은 특이하게 주호민 작가의 원작을 일본 작가의 손으로 다시 그렸다. 그래서 전체적인 설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자홍이 죽어서 저승에 가게 되고, 여러 지옥을 거치면서 환생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와 군대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는 이승의 이야기는 그대로 진행된다. <‘신과 함께’ 리메이크> 작품의 가장 큰 차별성은 유단비와 하유나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은 기존 캐릭터와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러면서 작품의 세계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먼저 유단비는 지옥을 안내하는 저승트래블의 직원이다. 원작에서는 진기한이 모든 지옥의 정보를 알고 있고, 안내를 맡는다. 하지만 진기한은 김자홍의 변호가 처음이라고 언급하는 것을 보면 이전에는 각 지옥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신과 함께’ 리메이크>에서는 유단비를 저승가이드로 등장시켜 이러한 부분이 내용을 보완했다. 그래서 각 지옥에 대한 설명은 유단비를 통해 진행되고, 진기한은 재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유나는 진기한 변호사의 법률대학원 동기이자 1, 2등을 다투던 라이벌이다. 하유나는 법률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염라대왕에게 발탁이 되어 재판 개혁을 담당을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진기한이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면 하유나는 검사의 길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신과 함께’ 리메이크>에서는 영혼의 죄를 고발하는 검사와 영혼을 변호하는 변호사, 그리고 판결을 내리는 판사의 역할인 저승시왕의 형태를 보여주면서 지옥의 모습이 현실의 법정의 모습과 더욱 유사해졌다.
<‘신과 함께’ 리메이크>의 염라대왕은 저승을 개혁하고 싶어한다. 오랫동안 저승시스템에 변화가 없다보니 나이든 재판관들이 부패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죽은 영혼이 너무 많아서 마지막 인원들을 일괄 통과시키는 사례들은 엄격하게 지켜져야 할 저승의 공정성을 헤친다. 그래서 염라대왕은 젊은이들로 저승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싶어한다. 그 인물들이 하유나와 진기한이다. 하유나를 전격 발탁해서 업경이라는 자화동 시스템 프로젝트를 맡긴다. 업경은 자동으로 죄를 거울에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개혁을 통해 저승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또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지옥을 통과하는 진기한이 매너리즘에 빠진 저승의 시왕들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한다.
불평등한 저승
<신과 함께>에서는 이러한 무속적 사고가 잘 드러난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평생을 남을 도우며 산 할머니는 특급 변호사가 변호를 하고, 좋은 배를 제공받는 등 보다 편한 저승길을 제공 받는다. 하지만 힘으로 남에게 악행을 일삼은 조직폭력배는 맨몸으로 독사들이 우글대는 업강을 건너야 하고, 거짓말을 일삼은 정치인은 바로 혀가 뽑히는 벌을 받는다. 즉, <신과 함께>에서는 이승에서 착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과 남을 속이며 부유한 삶을 누렸던 사람들의 상황이 저승에서 전복된다. 이승에서의 행동에 따라 관계가 역전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이승에서의 선행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승은 불공평하고, 저승은 공정한 세계라는 인식은 이분법적인 세계관을 보여준다.
<‘신과 함께’ 리메이크>에서도 저승에서의 선행에 따라 죄의 유무가 결정되는 저승세계에 대한 인식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그런데 <‘신과 함께’ 리메이크>에서는 단순히 선인과 악인과 같은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벗어난다. 김자홍의 경우에는 이승에서 특별히 선한 행동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악한 삶을 살지도 않았다. 김자홍은 이승에 있을 때는 회사에서 야근을 해야 하고, 거래처를 접대를 하는 등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갈취를 당한다. 저승에 와서는 자신의 이승에서의 행동에 따라 배정된 변호사의 등급이 낮아 들어가지 못하기도 한다. 결국 김자홍과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승과 저승이 차별이 있는 세상이라는 것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저승에서의 삶도 이승에서의 차별받는 삶의 연속이다. 즉, 이상과 저승은 다르지 않은 동일한 세계라는 인식을 보여준다.
이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서천식물원에서의 시각이다. 원작에서는 식물원의 원장인 할락궁이가 서천꽃밭의 뼈살이꽃, 살살이꽃, 숨살이꽃을 사용하여 어머니를 살렸다고 나온다. 반면에 <‘신과 함께’ 리메이크>에서는 꽃을 이용해 어머니를 환생을 시켰지만 영혼이 없는 괴물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그런 잘못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꽃밭을 지키고 있다고 바꿨다. 이것 역시 저승이라고 해서 이승과 달리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다. “저승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는 서천식물원 원장의 말은 <‘신과 함께’ 리메이크>의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사다. 즉, 이승과 저승의 동일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선설과 성악설
하유나는 진기한과 대립적인 성향을 보이는 캐릭터이다. 진기한은 사람들이 이승에서 죄를 저지르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이며,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죄의 유무만 판결하여 처벌하는 재판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하유나는 이승에서 죄를 짓지 않는 인간은 없으며 그 죄에 따른 죄값을 정당하게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며 서로 대립한다. 하유나는 서사 진행 내내 진기한과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김자홍·진기한 대 저승 시왕의 대결로 한정되던 캐릭터 간의 갈등 양상을 확장한다. 이렇게 추가된 갈등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새로운 캐릭터 삽입으로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캐릭터 간의 갈등 관계가 강화된다는 점이다. 원전에서 진기한과 저승시왕의 대결로 진행되던 갈등 관계는 리메이크작에서 진기한과 하유나의 갈등으로 부각된다. 이 둘의 갈등은 인간의 본성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나타난다. 하유나는 죄를 지은 사람은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을 강조한다. 저승 변호사에 의해 죄의 경중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인간은 반성을 하지 않기 때문에 환생을 한 뒤에도 다시 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하유나의 주장은 인간이 악한 본성을 갖고 있다는 성악설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이에 반해 진기한의 주장은 인간이 죄를 짓게 되는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진기한의 주장은 인간이 선한 본성을 갖고 있다는 성선설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이야기에서 표면적으로는 드러나는 갈등은 이 둘의 대립이지만 그 뒤에는 지장보살과 염라대왕의 대립이 숨어있다. 중생을 구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지장보살의 대리자로서 진기한이, 엄정한 심판으로 죄를 묻는 염라대왕의 대리인으로서 하유나의 역할을 설정하고 있다. <신과 함께>에서는 진기한과 저승시왕의 대결 양상을 보여주고 진기한이 기발한 지혜로 각 지옥을 통과하는 개인적 영웅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신과 함께’ 리메이크>는 심판을 상징하는 염라대왕과 하유라 대 구원을 상징하는 지장보살과 진기한의 대결 구도의 강화를 통해 인간 본성의 선악의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처럼 <‘신과 함께’ 리메이크>는 원작과 동일한 설정에서 출발했지만 조금은 다른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단순히 원작을 재현하는 방식의 리메이크와는 차별화되는 사례로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