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을 녹여줄 작은 위로, <환생동물학교>
1. 착한 동물들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대.
하늘로 떠난 반려동물들은 다시 사람으로 태어날까? 어떤 과정으로 환생을 할까?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연재한 네이버 웹툰, <환생동물학교>는 세상을 떠난 다양한 동물들이 환생 학교에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따뜻한 힐링 웹툰이다.
△ <환생동물학교>
<환생동물학교>의 이야기는 어리숙하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신입 선생님이 환생 센터 동물 섹션, AH-27에 새로 부임하며 시작된다. 그곳에서 선생님은 무뚝뚝하고 어른스러운 도슴도치 카마라 부터, 활기찬 고양이 쯔양, 순진한 강아지 맷, 단순한 성격의 하이에나 비스콧, 엉뚱한 강아지 아키, 까칠하지만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고양이 머루, 모범생 같이 착한 강아지 블랭키, 스스로를 강아지라 소개하는 악어, 판까지.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동물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선생님은 과연, 주인에 대한 강한 애착에 환생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을 무사히 환생시킬 수 있을까?
2. 다른 건 이상하지 않아.
<환생동물학교>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들의 이야기 속에 오늘날의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순한 천성과 해맑은 천진난만함으로 이른바 천사견이라 불리는 골든 리트리버, 블랭키는 안내 견으로서 주인을 보살피며 살아왔다. 주인이 놀랄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짖지 않고 얌전히 있어야했기 때문일까. 블랭키는 대다수의 강아지와 달리 공놀이를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에 반해, 악어 판은 다른 악어들처럼 수조에서 길러지는 것이 싫었으며, 강아지처럼 주인과 공놀이를 하며 놀고 싶어 했다. 블랭키는 친구들의 추천에 다른 강아지들처럼 공놀이를 해보지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즐겁지가 않다. 강아지는 강아지답게 공놀이와 산책을 좋아해야하고, 악어는 악어답게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해야한다. 흔히 말하는 ‘보통’의 기준에 어긋나는 둘은 스스로를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 <38화> - 다른 건 이상하지 않다고 말해주는 친구들
작품 속 머루는 말한다. “그런 게 어디 있냐. 대체 어떤 멍청이가 정한거야?”. 자신의 정체성을 헷갈려하는 둘에게 친구들은 우린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남들과 다른 걸 좋아해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친구들의 응원 덕분에 둘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게 된다. 강아지들이 즐기는 산책과 공놀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강아지가 되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산책과 공놀이를 좋아하는 악어로 충분하다. <환생동물학교>는 블랭키와 판, 둘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틀에 맞춰 자신을 자책하거나 부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준다. 아직까지 다르면 상처받는 세상에게 다른 건 이상하지 않다고 외친다. 이는 남들과 다른 독자들에게는 위로를, 다른 것을 이상하다 여기는 독자들에게는 자신만의 잣대로 남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3. 우린 꼭 행복해질 거야, 그렇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라는 속담이 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뜻으로, 타인에게 잘해주거나 못해주면 그만큼 내게 되돌아온다는 교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내가 상대방한테 잘해준다고 해서, 꼭 똑같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 비스콧 또한 그랬다. 단순하고 귀여운 성격을 가진 하이에나 비스콧은, 굴에 빠져 굶어 죽을 뻔한 자신을 구해준 주인을 사랑하고, 주인이 씌운 입마개까지 소중한 보물처럼 여긴다. 하지만, 사실 주인은 충성심이 강한 하이에나의 특성을 이용해, 비스콧을 일부러 굴에 빠뜨려 죽기 직전에 구해준 뒤, 자신을 생명의 은인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양치기 개로 만든 것이었다.
△ <46화> - 자신을 걱정해주는 친구의 목소리를 듣는 비스콧
비스콧은 진실을 깨닫고 믿었던 주인에게 상처를 받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사랑해준 친구, 카마라가 있었기에 입마개를 버리고 다시 일어선다. 이런 비스콧의 이야기는 믿었던 이에게 상처받고 좌절하는 순간이 올지라도,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4. 노력은 비웃으면 안 돼.
착하게 살면 환생한다, 강아지들은 착하게 살았으니 사람으로 태어날 것이다. 우리는 가끔 마치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보상이라도 되는 듯 말하곤 한다. 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이었던가. 환생동물학교에서는 물고기가 되고 싶어 노력하는 인물이 나온다. 처음에는 인간이 꽁치로 다시 태어난다는 말에 벌 받는 것인 줄만 알았다. 꽁치가 되고 싶다는 말에는 조금 웃기기까지 했다. 그러나, ‘물고기 친구’는 정말 꽁치가 되고 싶어 물을 무서워하는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인물이었다. 인간이 되려하는 주인공들의 일화만 다루는 것이 아닌, 그 반대의 경우를 조연으로 등장시킴으로써 작품의 첫 시작에서 “착한 동물들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라는 인간중심적 사고를 스스로 교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연출은 우리가 갖고 있으나 너무나 자연스러워 미처 깨닫지 못했던 고정관념을 깨준다.
5.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어.
청각이 좋은 탓인지, 동물들은 청소기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환생동물학교>의 동물 친구들 또한 청소기를 ‘끔찍한 소리를 내며 우리의 소중한 물건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무서워한다. 그런 그들에게 선생님은 청소기의 좋은 점을 알려준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 한 장을 줍는 것은 쉽지만, 잘게 찢어진 종이들을 치우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럴 때 청소기를 사용하면 쉽게 청소할 수 있다며, 선생님은 친구들에게 직접 청소기를 체험해 볼 수 있게 한다.
△ <16화> - 청소기를 미워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는 쯔양
그러자 청소기를 가장 싫어했던 활발한 고양이 쯔양은 “어쩜 좋아. 너무 끔찍하고 괴물딱지 같은 울음소리만 듣고 얘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어.” 라며 청소기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미워한 자신을 반성한다. 이처럼 동물 친구들의 순수한 말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6. 사랑하는 작은 친구들에게.
마지막으로, <환생동물학교>는 가장 큰 주제인 반려동물과 주인의 관계성 또한 잊지 않는다. 생각이 깊고 어른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주인에 대한 애착이 커 꼬리가 사라지지 않았던 주인공들에게 주인이란, 가장 큰 존재이자 넘어야할 산이었다. 대표적으로 까칠한 고양이, 머루와 순진한 강아지, 맷의 이야기는 이별을 앞둔 반려동물과 주인에게 뜻깊게 다가온다.
머루는 주인이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에 입원시킨 것을, 자신이 매일 토하고 아파서 철장에 두고 간 것으로 오해하며 슬퍼했다. 하지만, 머루의 주인은 머루가 위급하다는 연락에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머루의 마지막을 함께해주지 못한 것이었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머루는 주인과의 기억을 잊고 새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다며 환생을 보류한 채 주인을 기다리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선생님은 그런 머루를 다그치지 않고 오히려 이해해주며 말한다. “힘들면 얼마든지 괜찮아 질 때까지 시간을 가져도 돼. 선생님이 옆에서 기다려 줄게. 그러니 조급해 하지 않아도 좋아.”
△ <29화> - 선생님은 주인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며 우는 맷을 위로해준다.
또, 자신을 만나러 온 주인과 또다시 헤어지고 싶지 않다던 맷에게는 “주인과 헤어진다고 해서 너의 이야기가 끝나는 게 아니야. 그냥 네 이야기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는 거지. 물론 이번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머물고 싶은 것도 이해해. 하지만, 그래도 멈춰버리면 앞으로 펼쳐질 멋진 이야기들이 궁금하지 않니?” 라며 맷이 제대로 끝을 맺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등을 밀어준다.
7. 동화 같은 따뜻한 위로
주인공들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언젠가 작은 친구들과 이별해야하는 순간이 다가올 것이다. 헤어지고 싶지 않고, 사랑하는 반려동물과의 기억을 잊고 새로 시작할 자신이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환생동물학교>는 힘들지만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위로해준다. AH-27반이 그러했듯이.
남들과 달라 자신을 부정하는 이들에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이들에게. 또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노력을 폄하하는 이들에게 <환생동물학교>의 동화 같은 아기자기한 작화와 미움을 모르는 순수한 동물들의 이야기는 요즘 같은 추운 겨울날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