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심리에 대한 웹툰적 접근 : <닥터 프로스트>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신비한 직업을 하나 꼽으라면 그중 하나가 바로 심리학자일 것이다. 인간이라는 불가해한 존재를 규명하는 이 직업은 많은 이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한다.
스스로도 잘 모르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기 때문이다. 인간 존재에 대한 규명은 이미 기원전부터 끊임없이 시도되어 왔는데, 플라톤의 선험론, 아리스토텔레스경험론 등이 바로 그 증거들이다. 현대에 이르러 심리학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이는 아마 프로이트가 아닐까 싶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엘렉트라 콤플렉스 등 그가 주장한 이론들은 해당 분야에 대해 관심이 없는 일반인도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심리학이라는 학문은 그 매력만큼이나 오해와 오류도 많다. 대중들의 검증되지 않은 지식이나 이론이 심리학으로 포장되는 것이 그 예이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심리학을 소재로 한 대중 장르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실제 이론과는 동떨어진 과학적 근거가 없는 낭설, 혹은 미신에 가까운 행위들을 심리학이라는 형태로 포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닥터 프로스트>는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작가가 심리학을 전공한 만큼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와 깊이를 토대로 기존에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심리 스릴러 장르를 개척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닥터 프로스트>는 젊은 나이에 용강대학교의 교수가 된 천재 심리학자인 백남봉, 일명 닥터 프로스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다. 시즌1까지는 기존에 심리학을 다룬 여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정보들을 통해 내담자의 상황을 추리하고 그것을 증명해 나가는 서사를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구성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정한 정보를 가지고 인간의 심리와 상황을 유추해 내는 행위 자체는 이미 대중 장르에서 꾸준히 변주되었기 때문에 <닥터 프로스트>가 새롭지는 않다.
<닥터 프로스트>의 특별함은 시즌2 막바지부터 부각된다. 이 지점부터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 닥터물에서 심리 스릴러로 장르의 전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시즌2 막바지에 주인공 백남봉의 아치에너미인 문성현이 등장하면서 주인공인 백남봉의 성격은 점점 입체적으로 변하간다. 또한 백남봉의 심리와 내면 변화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성찰과 물음으로 발전해 나간다. 이 같은 서사 구조의 변화는 학술적 정보를 토대로 인간의 특정 상태와 현상에 대한 진단 결과를 보여주는 것에서, 인간 내면의 심리변화와 그 변화를 통해 나타나는 관계의 변화를 아우르게 된다. 기실 심리학이라는 학문의 목적이 단순히 인간 현상의 원인 규명에 있지 않고, 인간에 대한 관찰과 성찰을 통해 나 자신, 더 나아가 타자를 이해하게 만드는 것에 목적이 있음을 상기한다면 이 같은 내용 전개야말로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소재로 삼는 작품에 요구되는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작중 백남봉은 초기에는 타인에게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적 인물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인간의 감정을 깨달아 가면서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단순히 지식적인 측면의 것이 아님을 스스로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깨닫게 된다. 그리고 시즌이 진행될수록 "어차피 사람은 누구나 거의 같으니까."라는 백남봉의 대사가 "거의 같은 듯 보이지만 다른" 인간이라는 것을 향한다는 점이, 여타의 심리학을 소재적으로 차용한 작품들과 <닥터 프로스트>가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이라는 학문은 흥미로운 만큼 매우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앞서 수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닥터 프로스트>는 비교적 철저한 고증,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가지는 근본적인 목표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심리학을 소재로 한 작품품들과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차이가 <닥터 프로스트>가 많은 대중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