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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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이런 우리가 왜 친구인지 꽤나 수수께끼다.” 2013년 상반기에 일본에서 만화부문 최다 수상을 했다는 화제의 만화가 대원씨아이를 통해 정식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만화의 제목은 “내 이야기”, 카와하라 카즈네 원작에 아루코라는 필명을 쓰는 작화가가 만들어낸, ...

2014-01-06 유호연
“이런 우리가 왜 친구인지 꽤나 수수께끼다.” 2013년 상반기에 일본에서 만화부문 최다 수상을 했다는 화제의 만화가 대원씨아이를 통해 정식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만화의 제목은 “내 이야기”, 카와하라 카즈네 원작에 아루코라는 필명을 쓰는 작화가가 만들어낸, 고등학교를 무대로 펼쳐지는 건강하고 유쾌한 청춘 스토리를 담은 순정만화다. 이 만화의 수상내역을 보면 꽤나 흥미롭다. 책 홍보띠지에 “2013년 상반기 최다 수상작 5관왕 달성!”이라고 크게 써져 있고, “고릴라 같은 외모의 남주인공 타케오, 女心을 사로잡다!!”라고 작품의 특징을 압축해 소개하고 있다. 수상내역을 살펴보면, “이 만화가 대단하다!” 2013 순정부문 1위, “제 1회 만화 가을 100”에서 1위, 일본잡지 ‘다빈치’ 선정 “Book of the Year 2013” 상반기 여성지 만화부문 1위, Twitter 기획 “#내 만화 대상 2012” 1위, 제 37회 고단샤(講談社) 만화상 순정부문 수상 등으로 되어있다. 위의 수상내역은 사실 일본에서 수상한 것들이라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크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눈에 띠는 이력이라면 고단샤 만화상 순정부문 수상이라던가, “이 만화가 대단하다” 순정부문 1위 정도의 수상이력일 것이다. 뭐가 어찌됐든, 이 정도의 수상이력을 가진 작품이라면 나름 “재미와 감동”이라는, 상업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을 것이라 믿고 한 번 읽어보았는데, 결과는 매우 만족!, 정말 기대 이상의 재미와 유쾌함을 전해준 작품이었다. “그렇구나. 난 이 상황에 철골부터 받기 때문에 안 되는 거구나. 왕자님이 못 되는 거구나. 뭐, 상관없어. 그래도 저 애는 구했으니까. 그거면 된 거야.” 작품의 주인공인 고우다 타케오는 고등학교 1학년, 신장 2m, 체중 120kg을 자랑하는, 엄청난 힘과 동물적인 운동신경을 지닌 상냥하고 자상한 남자다. 너무 남자답게 생긴(고릴라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가끔 있지만) 외모 탓에 연애와는 별 인연이 없었지만, 친구들과 선, 후배는 물론이고 전혀 면식도 없었던 타인에게까지 깊은 배려를 하는 점이라든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성격과 그에 당당히 맞서는 힘, 자신의 손해여부보다는 남의 입장에서 늘 신경써주는 자상함, 운동에 있어서든 생활에 있어서든 책임감과 사명감이 확실한 남자로, 친구의 입장에서는 든든하고 자상한, 연인의 입장에서는 나만을 봐라봐 주면서 늘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상냥한 존재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 100점짜리 인간이 있다면 아마 주인공인 타케오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꾸밈없고, 서툴고, 둔감하며, 무엇보다도 우락부락하고 때론 무섭게까지 느껴지는 고릴라 같은 외모 때문에 여자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던 애로사항도 있었다. 그러나 남학생들에게만큼은 정말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남자들이 꼽는 최고의 남자 같은 주인공이랄까? 책 1권의 전반부를 통해 이런 타케오의 매력과 장점, 연애에 관한 고충들이 자세하고 유쾌하게 그려진다. “마음이란 건 뜻대로 잘 안되지만 그래도 걱정 마. 난 남자거든! 고백으로 널 난처하게 만들진 않을 거야. 고맙단 말도 해주고 같이 철골도 받쳐주고 때때로 맛있는 케이크도 먹을 수 있고 난 그거면 족해. 어차피 난 빨강 도깨비니까. 파랑 도깨비처럼은 할 수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웃어줬으면 좋겠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작품의 또 한 명의 주인공이랄 수 있는 타케오의 죽마고우 스나는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남자 주인공 같은 스타일이다. 왕자님처럼 잘 생긴 외모에 훤칠한 키, 세상사 모든 것에 별 관심 없어 보이는 쉬크한 태도, 다양한 여학생들에게 수없이 많은 고백을 받지만 ‘관심 없다.’는 이유로 매번 거절하는 나쁜 남자 기질까지, 그야말로 우리에게 익숙한 순정만화의 주인공 캐릭터지만, 이 작품에선 주인공인 타케오의 곁을 지키며 세상물정 모르고 우직하고 똑바르기만 한 타케오에게 안정적인 길을 제시하며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아주 좋은 친구로 등장한다. 무엇보다도 스나는 사람들의 본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직관이 뛰어나서 타케오의 순수한 선의나 엄청난 힘을 이용하려는 인간들이나 나쁜 여자들에게서 타케오를 항상 지켜준다. 그간 만나본 수많은 ‘조연’들 중에 매력으로만 따지면 아마 최고가 아닐까? “멍청이는 너겠지. 그 앤 널 좋아하는 거야.” 남자들에게는 인기 만점이자 최고의 남자지만 늘 여자들에게는 외면당해왔던(아마도 외모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타케오에게 드디어 타케오의 장점에 푹 빠져 온몸으로 돌진해오는 귀엽고 착한 여학생 야마토가 등장하면서 타케오에게도 봄날이 열리기 시작한다. “내 이야기”가 제대로 된 재미를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것도 바로 이 무렵부터다. 항상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들이 잘생긴 스나를 좋아해왔던 오랫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타케오는 자신만을 바라보고 애정을 표현하는 야마토의 호감을 스나와 맺어지기 위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으로 오해하고 야마토에게 큰 상처를 준다.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길 리 없다는 타케오의 자격지심이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인데, 야마토의 애절한 눈물에 혼란스러워진 타케오가 스나에게 찾아가 따지기 시작하면서 타케오는 드디어 야마토의 자신에 대한 진심을 알게 된다. 사실 이 대목의 스나와 타케오의 대화가 1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었는데, 야마토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따져 묻는 타케오에게 스나가 말한다. “그 앤 널 정말 좋아해. 그동안 넌 여자 취향이 너무 안 좋았어. 네가 좋아했던 여자는 모두 뒤에서 네 험담만 했거든. 넌 여자 보는 눈이 정말 없더라. 누구나 자기 친구를 험담하는 여자랑은 사귀고 싶지 않을 걸?” 그제야 타케오는 그동안 자신이 짝사랑했던 여자들의 고백을 스나가 왜 그렇게 냉정하게 거절해왔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을 향해 간절하게 보여주었던 야마토의 진심에 자신이 얼마나 둔감했는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내 이야기” 한국어판은 현재(2013.12.) 3권까지 나와 있다. 이 작품의 매력은 순정만화의 전통적 공식(잘생기고 멋진 남자주인공과 주인공의 못생기고 우직한 친구)을 “뒤집어서 배치”함으로써 그간 볼 수 없었던 아주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독자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타케오와 야마토 그리고 그 둘의 곁을 지키는 왕자님 스나의 이야기가 유쾌하고 신선한 즐거움을 주는 독특한 순정만화 “내 이야기”, 전형적인 순정만화에 지친 독자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