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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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오 the Negotiator (필리핀 ODA 3편)

“경시청 외사 특수부의 별동 팀이라....그나저나 왜 공안경찰이 코구레를 찾지?” 2004년도에 22권을 끝으로 더 이상 정식 한국어판이 나오지 않았던 인기 만화 “용오”가 “용오 the Negotiator”로 제목과 판형을 바꾸어 후속권이 발매되기 시작하였다. ...

2013-12-27 유호연
“경시청 외사 특수부의 별동 팀이라....그나저나 왜 공안경찰이 코구레를 찾지?” 2004년도에 22권을 끝으로 더 이상 정식 한국어판이 나오지 않았던 인기 만화 “용오”가 “용오 the Negotiator”로 제목과 판형을 바꾸어 후속권이 발매되기 시작하였다. 2013년 5월에 1권 “시모키타 반도 편”이 학산문화사를 통해 출간되었으니 근 10여년 만이다.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변함없는 ‘교섭인 용오’의 모습이 무척이나 반갑고, 치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도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 오랜 팬으로서 더더욱 반갑다. “북쪽의 초거물이 미국 망명을 신청했나 봐. 지난 주말 무렵에 정보가 들어왔지.” “어느 정도 거물입니까?” “대일공작을 담당하는 36호실의 톱.” “굉장하군.” “용오”는 세계 제일의 교섭 성공률을 자랑하는 일본의 프로 교섭인 ‘벳부 용오’를 주인공으로 한 거대한 스케일의 흥미진진한 만화다. 용오의 교섭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파키스탄으로 날아가 게릴라 반군에게 납치된 일본인을 석방시키기도 하고, 영국 정보부의 의뢰를 받아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전설을 이용해 새로운 권력을 꿈꾸는 러시아의 정치인에게서 소녀를 구해오기도 하며, 무시무시한 중국마피아 흑사회와 중국 공안의 끈질긴 추적을 피하며 중국 정치인과 일본인 친구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다. 장장 22권에 걸친, 전 세계를 돌며 교섭을 펼치는 용오의 활약상은, 스토리를 맡은 마카리 신지의 치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스토리와 작화를 맡은 아카나 오사무의 섬세하고 세밀한 그림이 완벽하게 조합되어, 엄청난 완성도를 보여주는 “성인 만화”로 탄생되었고 그 뛰어난 완성도 때문에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기서 “성인만화”라는 의미는,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사회적 주제나 소재가 매우 진지하고 무거우며, 스토리 자체가 어느 정도 수준의 국제정세를 알지 못하면 아예 재미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리얼하고 전문적이기 때문에, 청소년들보다는 성인들에게 더 어울리는 작품이란 뜻이다. 물론 잔혹한 고문 장면이나 짙은 섹스장면 등 표현수위가 매우 높은 장면들도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청소년용으로는 그리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북에는 대일공작 담당 36호실이 있다네. 하지만 일본에는 그 카운터 파트가 없어. 물론 그건 일본의 문제지. 그렇지만 북의 대일공작이 자유로워지면, 일본을 경유하는 대남공작까지 자유로워질걸세. 그러면 곤란하지. 그래서 현실적으로 내가 윤명철을 맡는 카운터 파트였던 셈이지......(중략)....안 그러면 어느 나라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이웃나라 스파이에게 영주권을 내주겠나?” “용오”라는 만화의 매력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불가능해 보이는 교섭의 성사를 위해 시시각각 닥쳐오는 엄청난 역경과 난관을 거의 초인(超人)급의 능력으로 극복해내는 “완벽한 남자”, 주인공 벳부 용오의 활약상에 있다. KGB, CIA, 모사드를 비롯한 각국 정보기관들과 흑사회, 야쿠자, 마피아 등 세계 각국에서 암약하는 국제범죄조직, 신념으로 무장한 테러조직이나 반군 게릴라 등등 ‘용오의 교섭’에 각종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무시무시한 세력들의 방해는 정말 만만치 않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용오는 때로는 치밀한 두뇌싸움을 벌여 그들의 추적을 따돌리기도 하고, 때로는 잡혀서 끔찍한 고문을 당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세계 각국의 ‘인맥’들과 그만의 노하우를 이용해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낸다. 교섭인 용오에게 최고의 무기는 언제나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이며, 그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희망의 끈을 절대 놓지 않고 아주 조그마한 가능성이라도 반드시 찾아내어 활로를 모색하고 결국 교섭을 성사시킨다. “1964년 북송선의 승객 명단에 홍석철, 홍명철이라는 부자의 이름이 있더군. 홍석철의 아내인 장영란은 전라도 출신으로 친정 식구들이 남한에 있어. 선뜻 나설 수는 없었겠지. 이듬해 북송선에 탈 결심이 섰을 때, 지인으로부터 남편의 죽음을 알았다는군. 아들 명철이 소식불명이라는 것도 알았고.” 아무튼, 1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드디어 한국에 다시 발매되기 시작한 “용오”의 23번째 단행본은 여전히 건재한 ‘교섭인 용오’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래서 무척이나 반갑다. 검색을 해보니, 고단샤의 만화잡지 “애프터눈”에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연재되다가 “이브닝”으로 연재매체를 옮겨 현재까지 연재되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연재매체가 바뀐 탓에 한국어판 라이센스 계약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나 보다 하고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현재(2013.11) “용오 the Negotiator”는 한국어판으로 3권까지 출간되어 있으며 “이브닝 판” 1권은 “시모키타 반도 편”, 2권은 “키타큐슈, 츠시마 편”, 3권은 “토쿄, 타네가시마 편”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결국 현재 총 25권의 한국어판 단행본이 출간된 셈이지만, 아쉽게도 예전 “애프터눈 판” 1-22권은 절판된 상태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남의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돕는 것도 제 일입니다. 그러러면 많은 사람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요.” “시모키타 반도 편”은, 북한에서 대일공작을 담당하는 통칭 ‘36호실’의 수장 윤명철이 갑작스런 미국 망명을 계획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윤명철은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하기 위해 일본의 야쿠자 ‘카지와라 파’에 ‘2톤의 북한산 각성제’를 대가로 교섭을 진행하는데, 하필 용오의 친구이자 업무파트너인 코구레가 우연한 인연으로 사건에 휘말려 ‘카지와라 파’에게 납치되면서 용오가 이 사건에 나설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윤명철의 망명을 저지하려는 북한과 각성제를 입수하려는 일본 야쿠자, 윤명철의 신병을 구속하여 미국으로 망명하기 전에 어떻게든 고급정보를 빼내려는 일본의 공안 등이 사건에 개입하게 되면서 용오는 다시금 복마전과 같은 위험천만한 교섭의 장으로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사람을 믿고 싶어서일지도 모르죠. 교섭은 전쟁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화해로 끝나죠.” “키타큐슈, 츠시마 편”도, “토쿄, 타네가시마 편”도 무척 재미있다. 작품의 탄탄한 완성도가 아주 오래 전부터 대중들에게 입증되어온 “전설의 작품 중 하나”다.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