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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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히어로

“아 - 여러분은 지금부터 3달간 저희 경찰관과 함께 범죄자를 단속하게 됩니다. 뭐. 여기서 줄줄이 설명하기보다 실전에서 이해하는 게 빠르겠죠. 일단 현행범 체포부터 해보죠.” “정의경찰 몬쥬”의 작가 미야시타 히로키의 신작 “강제 히어로”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

2013-12-24 석재정
“아 - 여러분은 지금부터 3달간 저희 경찰관과 함께 범죄자를 단속하게 됩니다. 뭐. 여기서 줄줄이 설명하기보다 실전에서 이해하는 게 빠르겠죠. 일단 현행범 체포부터 해보죠.” “정의경찰 몬쥬”의 작가 미야시타 히로키의 신작 “강제 히어로”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특수 제작된 “히어로 슈트”를 입혀 직접 범죄자를 체포하게 한다는, 매우 독특한 설정을 가진 작품이다. 현재(2013.11) 한국어판으로는 서울문화사를 통해 2권까지 출간되어 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3개월간 담당을 맡을, 치바라키 경찰 ‘방범 의식 향상 추진 본부’의 혼마입니다. 이번에...여기 계신 다섯 분은 강제적으로 소집되셨는데요. 모처럼 다양한 분들이 모이셨으니 자기소개라도...” 이 작품이 재미있는 지점은, 노무직 프리터 청년, 여대생, 오타쿠 소년, 중년의 회사원과 젊은 회사원, 이렇게 다섯 명의 ‘평범한 시민’이 슈퍼히어로처럼 특수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슈트’를 입고 직접 범죄자를 체포한다는 설정에 있다. 평상시의 일상에서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범죄현장에 출동해서 다양한 범죄들과 직접 충돌하게 되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다채롭게 그려냄으로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매우 독특한 “만화만의 재미”를 부여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자 특징이다. “그럼 바로 이 이동 시간을 이용해 간단히 설명을 하겠습니다. 지식, 경험, 체력이 부족한 여러분들이 과연, 범죄자를 체포할 수 있겠냐 싶으시겠죠. 물론 그 점은 고려했습니다. 그걸 위한 장비를 준비했어요, 가장 중요한 게 이것...네. 좀 전에 여러분이 옷 아래 받쳐 입은 슈트입니다. 모 대기업과 정부가 우주복으로 개발 중이던 걸 군사용으로 전환한 전투복이에요. 총칼을 막아내는 건 물론 내구력이 뛰어납니다. 게다가!! 척추를 통해 중추신경에 자극을 줌으로써, 평소에는 내지 못하는 힘을 쓸 수 있어요. 힘을 쓴 뒤 구토 증세를 느끼기도 하는데, 그 외의 부작용은 없다니까 안심하세요.” 이 작품은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로서 만화적 재미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우 진중하게 읽어볼만한 의미를 던져준다. 그 근거는, 평범한 시민들이 히어로 슈트를 입고 범인을 잡은 이후에 벌어지는 ‘심판의 시간’ 때문이다. 범죄자를 잡은 다섯 명의 주인공들은 이 사람이 유죄냐 무죄냐를 놓고 즉석에서 판결을 내려야한다. 만약 다섯 명 중 과반수가 넘는 사람이 ‘유죄’라고 심판했을 경우 경찰에 연락이 취해져 5분 안에 출동, 잡힌 사람은 복잡한 절차 없이 바로 연행되어 시민의 신분에서 한순간에 범죄자의 신분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이 지점에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매우 신선한 진행방식을 보여준다. ‘타인의 죄를 심판한다’는 행위가 평범한 소시민들에게 얼마만한 중압감과 딜레마를 주는지 독자의 피부로 느껴질 수 있도록 아주 드라마틱하게 스토리를 구성해주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강제 히어로”라는 만화가 단순하고 독특한 SF만화에 머물지 않고, 심오한 사회적 의미를 던져주는 작품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한번쯤 읽어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