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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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아파트의 우아한 일상

“형. 방 구하고 있어? 방 빌리고 싶은 거지? 내가 좋은 가게를 알고 있어. 저 가게에 가봐. 분명 좋은 방을 찾게 될 거야.” ‘요괴(妖怪)’라 함은,「전설이나 민담 등에 등장하는 가공의 생물의 일종이다. 요마라고도 한다.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등지의 민담...

2013-03-13 유호연
“형. 방 구하고 있어? 방 빌리고 싶은 거지? 내가 좋은 가게를 알고 있어. 저 가게에 가봐. 분명 좋은 방을 찾게 될 거야.” ‘요괴(妖怪)’라 함은,「전설이나 민담 등에 등장하는 가공의 생물의 일종이다. 요마라고도 한다.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등지의 민담에서 사람에게 해를 끼치거나 신비로운 힘을 가진 것처럼 묘사된다. 유럽의 전설, 신화 등에 등장하는 요정이나 괴물이 요괴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위키백과) 요괴는, 한자로도 ‘요사스럽고(妖) 괴이한 존재(怪)’라는 뜻을 갖고 있으니, 어쩌면 ‘만화에 가장 적합한 소재’일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요괴 아파트의 우아한 일상”은, 요즘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일본산 “요괴 판타지”들 중에서도, 담고 있는 내용이나 주제의식을 봤을 때, 단연 ‘군계일학(群鷄一鶴)’이란 칭호를 붙여줘도 될 만한, 아주 잘 만들어진 판타지 만화라고 생각된다. “그야 당연하지. 왜냐하면 여긴 ‘요괴 아파트’니까! 마에다 씨한테도 듣지 않았어? ‘나온다’라고. 그치? 집주인!” 이 작품의 주인공인 이나바 유시는 불행한 가정 사정으로 인해 일찍 철이 든, 자립심 강한 청년이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에 자신을 돌봐준 큰아버지 부부로부터 하루빨리 독립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여 기숙사가 있는 죠우토 상고에 합격했으나, 화재로 인해 기숙사가 전소하고 결국 6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자신이 살 곳을 구해야하는 난감한 처지에 빠진다. 그러나 유시가 가진 돈으로는 도저히 방을 구할 수 없었다. 절망에 빠져 공원 벤치에서 자신을 자책하다가 스르륵 잠이 든 유시에게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상황이 펼쳐진다. 신비한 소년 하나가 나타나 ‘저 가게에 가면 좋은 방을 찾게 될 거야’라는 말을 해주며 사라지고, 그 소년이 가리킨 곳에 가보니 ‘마에다 부동산’이란 가게가 있었다. 마에다 부동산에서 소개해준 방은 교통편, 집세, 관리비 등의 지리?경제적인 조건은 물론이고 식사까지 제공되는 완벽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단 하나, ‘귀신(유령)이 나온다.’는 찝찝한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유시는 그곳으로 거처를 정하고,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아파트 현관 앞에 선다. 아파트의 이름은 ‘고토부키장’이었다. “별의별 일이 다 있고, 별의별 사람이 다 있어. 참 재미있지. 이 세상도 아직은 쓸 만해.” 현재(2013.01) 한국어판으로 2권까지 나온 이 작품은, 요괴와 인간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아파트 ‘고토부키장’을 무대로 펼쳐지는 판타지다. ‘요괴’라는 불가사의한 존재가 인간에게 있어 ‘퇴치’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공생’해야만 하는 대상이라는 점이, 여타의 다른 ‘요괴 판타지’와 이 작품을 확실히 구별되게 만드는 차별점이라 하겠다. 주인공인 이나바 유시의 눈을 통해 펼쳐지는, 갖가지 사연을 지닌 요괴들의 이야기가 읽는 이의 마음을 때론 훈훈하게, 때론 슬프게 만드는데 특히 1권 후반에 등장하는 ‘개와 소년이야기’는 정말 심금을 울렸다. 이 작품을, 수많은 ‘일본산 요괴 판타지’ 중에서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치켜세운 이유는 딱 하나다. 요괴와 인간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펼쳐내기 때문이다. 그 가치란 바로 “공존(共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