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계사 (結界師)
“우리 선조인 하자마 도키모리 님이 만든 ‘하자마류 결계술’은 실용성 중시의 간단한 퇴치술이다. 방위(防圍 =목표 지정), 정초(定礎 =위치 지정), 결(結 =형성 및 발동), 기본적으로 저런 순서로 대상을 포위해서, 해(解 =풀어주거나) 혹은 멸(滅 =소멸)시킨다.”...
2013-03-13
김진수
“우리 선조인 하자마 도키모리 님이 만든 ‘하자마류 결계술’은 실용성 중시의 간단한 퇴치술이다. 방위(防圍 =목표 지정), 정초(定礎 =위치 지정), 결(結 =형성 및 발동), 기본적으로 저런 순서로 대상을 포위해서, 해(解 =풀어주거나) 혹은 멸(滅 =소멸)시킨다.” 일본 작가 타나베 옐로우가 그린 “결계사”는, 아라카와 히로무의 “강철의 연금술사”, 카토 카즈에의 “청의 엑소시스트”와 더불어, 요즘 만화 팬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판타지 만화다. “카라스모리”라 불리는 신비한 토지에 깃든 ‘불가사의한 힘’을 노리고, 끊임없이 침범해오는 요괴나 마물들로부터 대(代)를 이어 가업으로 삼아 그 땅을 지키고 있는, ‘결계사’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작품은, 심플한 구성과 스타일리쉬한 작화, 탄탄한 스토리로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2003년부터 소학관의 만화잡지 ‘주간 소년 선데이’에서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일본 현지에서는 2011년에 총 35권으로 완결되었고, 한국어판으로는 현재(2013.01) 33권까지 발행되어 있다. (애니메이션도 있다. 총 52화로 완결) 원래는 ‘영주의 성’이었으나 현세에는 학교로 변한, “카라스모리”라는 신비의 토지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 판타지는, “요괴들로부터 이 땅을 수호하기 위해 400년에 걸쳐 가업으로 이어져 내려온 ‘결계사’라는, 원치 않는 직업을 가진 청춘남녀 주인공”과 때로는 홀로, 때로는 무리를 이루어 끊임없이 이 땅을 노리는 요괴들, 그리고 결계사나 음양사, 반요(半妖)등등 ‘불가사의한 힘’을 지닌,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자들’이 모여서 조직한 “어둠의 결사”가, 한데 어우러져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엮어낸다. “결계사”는, 화려한 술법들과 과도한 액션장면이 난무하는 여타의 다른 ‘요괴 퇴치 만화들’과는 달리, 퇴치법도 무척 간단하고, 액션 장면도 상당히 절제되어 있으며, 주 무대가 되는 장소도 ‘학교’로 한정되어 있다. ‘화려함’이 유행인 요즘 판타지들의 추세로 볼 때 이 작품의 이런 ‘심플함’은 언뜻 보면 ‘약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 이유는 ‘심플한 작품 스타일’이 스토리와 캐릭터를 부각시켜주는 효과를 유발해 읽는 이의 집중력을 높여주기 때문인데, 캐릭터 간의 갈등구조나 사건의 배치에 있어서 완급이 적절하게 조절된 스토리라든가, 매력적인 개성을 뽐내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세밀한 심리묘사가 작품에 ‘커다란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뒤로 갈수록 궁금함을 커지게 하는 ‘카라스모리에 깃든 신비한 힘’의 정체라든가, ‘어둠의 결사’와 요괴들 간의 복잡한 관계 설정이, 읽기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과 연출이 정말 멋지다. 가장 핵심이 되는 작품의 재미는 남녀주인공의 ‘애매하고 미묘한 관계’에서 비롯되는데, 어린 시절 ‘담벼락이 붙은 이웃집’의 누나와 남동생으로 시작된 둘의 관계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정통후계자의 방인(方印)’이 찍힌, 대립관계의 양 가(家)를 대표하는 각각의 결계사로서 임무에 따라 서로 경쟁하거나 때론 협력하는 관계로 변화하게 된다. 어른들이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유치하지 않게 매우 잘 만들어진 판타지다. 이 작품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어쩌면, 그림이든 스토리든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는, 작가가 가진 ‘절제의 미학’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