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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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행상인 로마

“왔어♪ 거대한 ‘클레샤’야♪” ‘여자 친구를 갖고 싶어’, ‘그 자식을 없애고 싶어’, ‘꿈에서 만나고 싶어’, ‘오토바이를 갖고 싶어’, ‘하와이에 가고 싶어’, ‘스타가 되고 싶어’, ‘전국대회에 나가고 싶어’, ‘강해지고 싶어! 질 수 없어!’, ‘전부 잊...

2013-03-08 김현우
“왔어♪ 거대한 ‘클레샤’야♪” ‘여자 친구를 갖고 싶어’, ‘그 자식을 없애고 싶어’, ‘꿈에서 만나고 싶어’, ‘오토바이를 갖고 싶어’, ‘하와이에 가고 싶어’, ‘스타가 되고 싶어’, ‘전국대회에 나가고 싶어’, ‘강해지고 싶어! 질 수 없어!’, ‘전부 잊고 싶어’ 등등...‘원하는 것을 갖고 싶은 욕구’와 그 욕구를 갈망하고 갈구함으로써 점차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욕망’을 소재로 삼은 아주 흥미진진한 일본 만화 한 편을 소개한다. 쿠라조노 노리히코라는, 우리에겐 조금 생소한 이름의 일본작가가 그린 “마법행상인 로마”다. “우린 ‘마법구’라는 도구를 팔며 여행하는 행상인이야. 여기 있는 것도 전부 이 세계에는 없는 신비한 도구들이야♪ 이건 마시면 사람의 마음 속 소리가 들리는 물이고♪ 이건 피우면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는 향♪” 이 작품의 구조는 아주 간단하다. 귀여운 악마 미노와 함께 다니는 정체불명의 무뚝뚝한 소녀 로마는 ‘마법구’를 팔며 전 세계를 떠도는 행상인이다. 로마가 파는 ‘마법구’는 인간의 욕망(또는 소원)을 실현시켜주는 마법도구로 그 형태와 기능은 아주 다양하다. 로마는 이런 다양한 마법구들을 돈도 받지 않고 파는데, 로마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마법구’를 써서라도 자신의 소원을 이루고 싶은 인간의 강렬한 욕망(여기에서는 ‘클레샤’라는 단어로 표현된다)이기 때문이다. 로마는 이렇게 강렬한 ‘클레샤’를 지닌 사람들을 꼬드겨 마법구로 소원을 이뤄주고 그 대가로 그 사람의 ‘클레샤’를 모아 어딘가로 가져간다. 이 작품은 매 회마다 「①로마에 의해 선택된 강렬한 욕망을 지닌 인간이 등장한다. ②그 인간의 욕망에 적합한 ‘마법구’가 등장해 그(또는 그녀)의 소원을 이뤄준다. ③그(또는 그녀)의 클레샤를 로마가 빼앗아간다」는 아주 간단하고 명료한 구조로 진행된다. “이건 ‘레리스의 마권(魔券)’...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마법이 걸려있어...사용법은 간단해, 상대가 마권의 반을 찢으면 마술사 레리스의 마법이 발동하는 거야. 찢을 때는 반드시 둘 다 마권에 닿은 상태여야만 효력이 있어.” 이 책을 감상하는 포인트는 (아주 간단하고 반복적인 구조에도 불구하고), 매 회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마법구’를 보는 재미와 자신의 욕망에 휘둘리는 인간의 상태를 지켜보는 것에 있다. ‘거대한 클레샤’를 지닌 인간은 그리 흔하지 않고, 그런 인간을 찾는 과정이 주인공인 로마에게 가장 힘든 일이다.(사실 이 문제는 작가의 고충이기도 하다.^^) 매 회 등장하는 인간의 욕망이 구체적이고 강렬할수록, 스토리가 재미있어 지고, 반전의 묘미는 한층 심화된다. 이 작품이 간단하고 반복적인 구조를 지녔음에도 흥미진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욕망에 휘둘려 자신의 모든 것을 잃는 인간의 모습도 보여주지만, 자신의 욕망을 이겨내면서 평온을 되찾는 인간의 모습 또한 보여주기 때문이다. ‘클레샤’를 모으는 로마의 목적과 정체가 서서히 밝혀져 가는 과정 또한 이 작품을 재미있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다. 한국어판으로는 현재(2013.01) 2권까지 나와 있으며, 후속 권이 무척 기다려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