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게모노
“이 후루타 사스케...나이 서른넷...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전국(戰國)의 난세에 무인으로 태어난 이상...역시 목표는 천하에 위명을 떨치는 대 다이묘(大名)...그래, 차례차례 타국을 손에 넣어 천황으로부터 ‘란자타이(蘭箸特)’라는 향나무까지 하사받으...
2013-02-22
김현우
“이 후루타 사스케...나이 서른넷...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전국(戰國)의 난세에 무인으로 태어난 이상...역시 목표는 천하에 위명을 떨치는 대 다이묘(大名)...그래, 차례차례 타국을 손에 넣어 천황으로부터 ‘란자타이(蘭箸特)’라는 향나무까지 하사받으신...주군 오다 노부나가님처럼! 나도...나도 갖고 싶다....란자타이...!” 일본의 전국시대(戰國時代, 센고쿠 시대<せんごくじだい>)는 15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초까지 일본 전토가 각각의 다이묘들이 통치하는 소국(小國)의 모양새로 갈려 치열한 내전(內戰)을 빈번하게 겪으며 사회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은 시기를 지칭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의 전국시대”는 대하역사소설 “대망”의 무대가 되는 시기, 즉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이어지는, 일본의 권력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던 혼란의 시대가 아닐까 하는데, 이 시기는 일본 역사 속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시대이기도 하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켜 조선의 역사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 우리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시대이기도 하다. 여기에 소개하는 야마다 요시히로의 만화 “효게모노”는 영문 제목이 “Hyouge Mono”, 일본어로는 “へうげもの”이다. 원래는 ‘헤우게모노’라고 발음해야하지만 옛 일본어 맞춤법에 따라 표기한 것이며, ‘괴짜’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코단샤의 주간만화잡지 “모닝”에 2005년부터 연재되고 있는 작품으로,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삼아 ‘매우 특이한 성품을 지닌 사무라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회 전반적으로 극심한 변화를 겪던 당시의 시대상을 색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한 “독특한 느낌의 사극(史劇)”이다. “히...히라구모라고 하셨사옵니까?! 환상의 다관(茶罐)이라 불리는 그 히라구모...?! 땅을 기는 듯한 기이한 형태가 쿠모(거미)와 닮았다 하여 명명된, 그 걸작 말이옵니까?!” 작품의 주인공은 후루타 사스케라는 오다 노부나가 휘하의 사무라이다. 후루타 사스케의 아버지는 오다 노부나가의 곁에서 차 시중을 들었고, 그런 아버지의 영향 탓인지 후루타 사스케는 ‘풍류객’이라는 소릴 들을 만큼 다기를 비롯한 다도관련물품, 도자기, 의복 등등, 요즘 시대로 따지면 ‘명품과 문화생활’에 관심이 엄청나게 많다. 검색을 하다 발견한 어떤 이의 이 작품에 대한 리뷰제목이 “무사도와 물욕 사이에서 방황하다.”던데 정말 이 작품의 핵심을 제대로 짚은 ‘한줄 평’인 것 같다. 전쟁에서 공을 세워 입신양명하겠다는 꿈보다도 ‘희대의 명품’을 보거나 수집하는데 훨씬 많은 힘을 쏟는 후루타 사스케라는 주인공은 그간 ‘사무라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독특한 캐릭터임에 분명하다. 한국어판으로는 현재(2012.12) 2권까지 밖에 나오질 않아서 더 이상의 자세한 평을 하기는 힘들지만, 생사를 넘나드는 혼란 속에서도 ‘풍류’를 추구하는 주인공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아주 색다른 시선으로 재해석된 ‘전국시대의 특별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역사물로서의 스토리’도 매우 훌륭해서 2권부터는 본격적인 사극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39부작짜리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와 있으며, 애니메이션은 완결이 되었다고 하니 다음 권을 기다리기 너무 답답한 분들은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