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몬하트
“레미 마틴 나폴레옹(Remy martin napoleon) : 1724년 꼬냑 지방의 포도재배자 레미마틴이 만든 증류주가 레미마틴 나폴레옹의 시작이다. 1738년 프랑스는 식물의 흉작으로 심각한 식재료난에 빠졌다. 이에 국왕 루이 15세는 포도밭을 식물재배용 밭으로 ...
2013-01-30
석재정
“레미 마틴 나폴레옹(Remy martin napoleon) : 1724년 꼬냑 지방의 포도재배자 레미마틴이 만든 증류주가 레미마틴 나폴레옹의 시작이다. 1738년 프랑스는 식물의 흉작으로 심각한 식재료난에 빠졌다. 이에 국왕 루이 15세는 포도밭을 식물재배용 밭으로 전환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레미마틴만은 포도밭 확대라는 특권을 허락 받았다고 한다. 레미마틴사의 증류소에 모인 와인은 충분히 증류된 후, 10개월에서 1년 정도 오크통 숙성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고유의 색과 향을 가지게 된다. 그 후 1년마다 블랜딩을 반복하고, 5년 이상의 기간 동안 숙성시킨 것이 바로 레미마틴이다.” 『국내에서 유독 인기가 높았던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의 소재를 와인 대신 양주로 바꾸고, 역시 한국 만화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인간미 넘치는 식당 이야기 만화 <심야식당>의 무대를 술집으로 바꾼 듯한 만화 <바-레몬하트>가 먼저 두 권으로 나왔다. 인적 드문 뒷골목에 있는 허름한 바 ‘레몬하트’를 무대로 온갖 다양한 세계 각국의 술에 대한 교양지식을 들려주는 만화다. 일본의 대표적 원로 만화가 후루야 미쓰토시가 1980년대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 연재 중인 장수만화로, 무뚝뚝해보이지만 정이 넘치는 바텐더가 찾아오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그들에게 어울릴 법한 술을 내주며 감정을 정화시켜주는 줄거리가 이어진다. 중국 지사 발령을 앞둔 손님에게는 중국식 건배법과 중국 술의 특징을, 사이가 나빠진 맞벌이 부부 손님에게는 연애시절 즐겼던 추억의 술을 되찾아 주는 식. 이렇게 매 회 다양한 술이 등장해 브랜드의 역사, 술에 담긴 각 나라의 문화와 주법, 뒷이야기들을 소개하는 것이 특징이자 매력이다. 일본에서 대표적 교양에세이 만화로 인기가 많았는데 국내에서는 앞서 <스트레이트 온더락>이란 이름으로 소개되었지만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가 최근 출판사가 바뀌어 다시 선보였다. 지은이 후루야 미쓰토시는 술 만화를 30년 가까이 연재할 정도로 술을 사랑하는 만화가로, 이 만화의 제목과 같은 레몬 하트란 바를 실제로 운영하는 술집 주인이기도 하다. 읽다 보면 절로 위스키를 홀짝거려 보고 싶어진다. /AK커뮤니케이션즈·각권 4500원. 구본준 기자』-2011.06.24 자, 한겨레신문, “술 만화 30년 그려온 애주가의 바 이야기” “우선 몰트라는 건 위스키 원액을 말합니다. 위스키의 원액이라는 것은, 보리로만 만든 걸 말해요. 간단하게 양조법을 설명해드릴까요? 발아한 보리에 피트(peat, 이탄)연기를 쏘여 발아를 중지시킨 다음, 온수와 효모를 첨가해 다시 발효시켜서, 매시(엿기름)를 만듭니다. 그것을 증류한 것이 원액이죠. 따라서 퓨어니 싱글이니 하는 것은, 블렌딩 하지 않은 몰트를 말하는 거죠. 스코틀랜드에서는 싱글몰트라고 하면, 원료 보리까지도 다 자기들 밭에서 나오는 걸 쓴다는 의미로 싱글 몰트라는 말을 써요. 또 일본에서는 수입한 보리를 쓰기 때문에 퓨어 몰트라는 말을 쓰고 있어요. 따라서 퓨어나 싱글이나 그렇게 큰 차이는 없어요.” 다양한 모양의 양주병들이 가득하게, 일렬로 쫙 늘어서서 진열된 ‘바(bar)’ 같은 술집에 가면 왠지 모르게 기가 죽을 때가 있다. 부담스러운 가격도 가격이지만, 제일 난감한 것이 ‘무슨 술을 먹어야 되지?’라는 무지(無知)에서 비롯되는 원초적인 두려움 때문이다. 거기다가 덧붙여 인테리어도 엄청나게 화려하고, 바텐더가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근엄한 표정으로 ‘각’잡고 서있다면, 그 두려움은 훨씬 더 커지기 마련이라서 ‘기가 죽다 못해 쪼그라드는 느낌’을 받아 목소리도 잘 나오질 않는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내 돈 내고 기분 좋게 술 먹으러 와서 왜 이런 비참한 기분을 맛봐야 되지?” 물론 이것은 흔한 경우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기분을 한번쯤 느껴보신 분들은 꽤 많이 있을 것이다. 사실 위스키나 브랜디, 꼬냑, 와인 등등 근대화 이후 서양에서 건너온 술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서민들의 음주문화와는 동떨어진, 귀족적인 술로 자리 잡았다. ‘양주’를 먹는 사람들과 그 분위기는 ‘고급스럽고 부티난다’는 이미지가 미디어를 통해서 ‘강하게’ 부각되기도 했고, 전반적인 ‘음주문화’ 속에서도 높은 가격과 ‘전문 취급점의 특수성’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더더욱 고착되기도 했다. 요즘에 와서 많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위스키’로 대표되는 이쪽 계열의 술들은 ‘비싸다’, ‘고급스럽다’, ‘어렵다’ 등등의 허위의식이 덧씌워져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에 우리가 먹는 소주나 막걸리가 없었듯이, 우리나라에도 이런 술들이 없었던 것뿐일 텐데, 위스키의 원산지에서도 이런 분위기로 소비되고 있을까? 답은 한마디로 말해서 “아니오”다. 우리나라 전통주에도 비싼 술이 있고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싼 술이 있듯이, 그쪽에도 비싸고 고급스러운 위스키가 있고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싼 위스키가 있는 것이다. 사실상 ‘술’의 본질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똑같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바 레몬하트”는 바로 이런 ‘위스키’로 대표되는 서양의 술들에 대한 ‘조작된 허위의식’을 확실하게 타파해주는 좋은 만화이자, ‘술’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여줌과 동시에 평상시에는 접할 수 없었던 술에 관한 ‘고급정보’를 쉽고 친절하게 전달해주는 만화다. “와일드 터키(Wild turkey) : 캔터키 주에 있는 오스틴 니콜즈 사의 제품으로 50. 5도의 높은 도수를 지닌 버번 위스키이다. 강한 풍미, 혀에 톡 쏘는 맛, 은은한 호박색이 특징이며, 역대 미국 대통령들에게 사랑 받아 온 술로도 유명하다. 매년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에서 열리는 야생 칠면조 사냥에 모인 사람들을 위해 제조되기 시작했다고 하며, 그 유래에서 칠면조가 이 술의 심벌이 되었다.” “바 레몬하트”가 위스키나 꼬냑 같은 서양 술만을 다루는 작품은 절대 아니다. 일본의 명주를 비롯해서 아시아 각지의 명주도 소개하고 있다. ‘술에 대한 백과사전’ 같은 작품으로 이해하면 될 텐데, 이 책의 정말 좋은 점은 ‘정보’를 쉽게 전달하는 것도 있지만, 술과 관련된 가슴 뭉클하게 해주는 사연들이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인정 넘치는 이야기도 만화로 매우 잘 만들어져있다는 것이다. “술과 인생”에 관한 최고의 입문서가 아닐까 한다. 작가인 후루야 미츠토시는 1936년 생으로 1985년부터 후타바샤의 만화잡지 “별책 액션”에 “바(Bar) 레몬하트”의 연재를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1986년 초판이 발행된 후로 20년이 넘게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인 이 작품은 현재(2012.12) 한국어판으로 8권까지 발행되어있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인 후루야 미츠토시가 “레몬하트”라는 바를 일본에서 실제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