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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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이승편 상하2권세트

“태초에 혼돈이 있었다. 땅과 하늘도 없고, 처음과 끝도 없고, 선과 악도 없는 혼돈...어느 날 그 혼돈의 작은 틈을 찢고 거신(巨神)이 나타났다. 거신이 둘로 찢은 혼돈은 하늘과 땅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거신이 땅에서 솟아났다. 두 번째 거신은 네 개의 눈에...

2013-01-28 김현우
“태초에 혼돈이 있었다. 땅과 하늘도 없고, 처음과 끝도 없고, 선과 악도 없는 혼돈...어느 날 그 혼돈의 작은 틈을 찢고 거신(巨神)이 나타났다. 거신이 둘로 찢은 혼돈은 하늘과 땅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거신이 땅에서 솟아났다. 두 번째 거신은 네 개의 눈에서 불 같이 뜨거운 빛과 얼음 같이 차가운 빛을 뿜어댔다. 격렬한 싸움 끝에 첫 번째 거신이 두 번째 거신을 제압하고 그의 눈을 뽑아 하늘에 던지니 두 개의 해와 두 개의 달이 되었다. 두 번째 거신은 흩어지고 세상에는 오색구름이 피어나 산과 강과 들이 생겨났다. 훗날 사람들은 첫 번째 거신을 가리켜 하늘의 문을 지키는 신 ‘도수문장’, 또는 ‘미륵’이라 불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신이 하늘에서 나타났으니 사람들은 그를 ‘옥황상제’, 또는 하늘과 땅의 왕 ‘천지왕’이라 불렀다.” 3년여에 걸쳐 네이버 웹툰 코너에 연재하면서, 한국의 신화와 현실의 상황을 절묘한 스토리로 융합해 독자들에게 많은 감동과 호응을 이끌어낸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가 ‘신화편’을 마지막으로 완결되었다. 1부에 해당하는 “저승편”을 거쳐 2부 “이승편”의 연재가 끝난 후 1,2부에 등장했던 ‘신들의 과거이야기’에 해당하는 3부 “신화편”을 연재하겠다는 이야기와 원래 총 3부작으로 기획되었던 “신과 함께”의 마지막 대장정을 지켜봐달라던 ‘이승편 후기’를 읽고 무척이나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좋은 작품이 끝나버리는구나’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기도 했었다. 2012년 1월 8일, “신과 함께-신화편”의 예고편이자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에피소드가 게재된 이후 총 65화에 걸쳐 ‘신들의 과거 이야기’가 다양하게 소개되면서 3부가 진행되었고, 2012년 9월 1일 ‘신화편 후기’를 마지막으로 연재가 종료되었다. 이후 전편들을 단행본으로 출간했던 출판사 애니북스를 통해 “신과 함께-신화편”은 총 3권의 단행본으로 출시되었다. “이 무렵 세상은 두 개의 태양 때문에 낮에는 타는 듯한 더위에 두 개의 달로 인해 밤에는 해일이 덮쳐오는 빡센 세상! 안 그래도 살기 힘든 세상, 이 수명장자라는 놈이 사람들 것을 몽땅 빼앗아가니 사람들의 삶은 무척 힘들었지. 저항을 해보려 해도 수명장자는 사나운 짐승들을 부릴 줄 알아서 감히 대적할 자가 없었어.” “신과 함께-신화편”은 작가가 밝힌 바와 같이 1, 2부에 등장했던 다양한 신들의 ‘과거이야기’가 인물별로 소개되는 형식을 가진 일종의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프리퀄(Prequel)’은 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이다. 본편의 이야기가 왜 그렇게 흘러가는지 설명하는 기능을 하거나, 전편이 흥행해서 후편을 만들고자 할 때 만들어 지기도 한다. 하지만 “신과 함께-신화편”은 작가가 미리 밝혔듯이 애초에 3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의 3부에 해당하는 작품이니 흥행을 염두에 두고 급조된 기획은 아닐 것이다. 다만 1,2부처럼 하나의 장대한 스토리를 가지고 기승전결의 구조를 띠는 형태가 아닌 ‘인물별 에피소드가 여러 개 모여서 연결되는 단편집’ 같은 형태의 연재형식을 띠고 있어 “신과 함께”의 ‘외전(外傳)’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네가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 북방에 오게 된 것도, 오늘 이렇게 된 것도, 너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상관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다르다. 나는 저승의 시왕이며...공명정대하다. 그리고 그대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그대가 죽는 날을 기다려왔다...부디 나의 차사가 되어주게.” “신과 함께- 신화편”은 “대별 소별전”, “차사전”, “할락궁이전”, “성주전”, “녹두생이전”, “강림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2부를 보신 분들이라면 무척이나 기대될 것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 “대별 소별전”에 등장하는 대별왕, 소별왕, 수명장자, 염라대왕 등등은 “신과 함께”라는 작품의 전반적인 세계관을 구축해주는 인물들이다. 이승과 저승, 죽은 자와 산 자, 저승시왕, 지옥의 조성 등등 어떻게 이 세상의 구조가 이루어져 있고 거기에 속한 ‘한 인간의 생은 어떻게 흘러가게 되는가?’에 대한 전반적인 ‘틀’, 즉 작품의 설계시스템을 설명해주는 에피소드가 “대별 소별전”이며, 첫 번째 에피소드로서 아주 적합해 보인다. 저승차사 3인방인 강림도령과 해원맥, 이덕춘은 각각 “강림전”과 “차사전”으로 나누어 과거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특히나 연재 중에 ‘작가도 놀랐다’는 ‘차사전’에 대한 독자들의 열띤 호응은 “신과 함께”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신이 누구였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해원맥과 덕춘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 가슴을 울렸다. “할락궁이전”은 “서천 꽃밭의 꽃감관 할락궁이”에 대한 에피소드로 매우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성주전”, “녹두생이전”은 2부 “이승편”에서 등장한 ‘가택신’들의 과거 이야기로, 읽어가다 보면 “이승편”에서 ‘오랜 친구들’ 같은 느낌을 지닌 측신, 성주신, 조왕신 문왕신, 터주신들의 관계가 ‘왜 그렇게 이루어지게 된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지막 에피소드에 해당하는 “강림전”은 저승차사들의 대장인 강림도령의 과거 이야기다. 나에게는 “신과 함께”라는 작품 속에서 가장 흥미롭고 특이한 느낌의 신이었는데 이번에 “강림전”을 보면서 ‘애틋한 과거가 있는 남자’라는 느낌까지 추가되었다. ‘인과응보’라는 작품의 큰 주제 중 하나를 온몸으로 짊어지고 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신화편”에서 가장 특이한 기억으로 남은 신은 ‘염라대왕’이었다. 저승시왕 중 다섯 번째 왕이자 혀로 지은 죄를 다스린다는 저승시왕의 대표 격인 신, 그 염라대왕이 ‘최초의 인간’이라는 작가의 설정은 정말 놀라웠다. “최초의 인간, 그래서 죽음도 최초로 맞이한 인간이 이곳에 있다. 혼자 힘으로 천상계의 저승까지 찾아온 사람이지. 그 사람에게 내가 그린 저승의 밑그림을 보여줄 것이다. 열 개의 지옥을 갖춘 저승의 설계도를....” 단행본에서는 연재 중에는 발표되지 않은 “지장보살”, “철융전”도 수록되어 있다. 읽어가다 보면 작가가 단행본으로 내면서 군데군데 연재원고와는 다르게 수정하고 추가한 부분도 눈에 띤다. 모니터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책을 통해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신화편”을 끝으로 완결되어버린 “신과 함께”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아쉽지만, ‘3부작 총 8권’의 단행본을 책장에 꽂아놓고 보니 ‘유종의 미’를 아주 잘 거둔 작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