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사카가미 도쿠조는 78세로 생을 마감했다. 남겨진 것은 세 자녀와 안면이 없는 손자 한 명. 이 집에는 할아버지의 역사가 가득 하다. 난 할아버지의 인품을 전혀 알 길이 없다. 엄마. 할아버지는 대체 뭐 하시던 분이세요?” “기도사 골목 전말기”라는 특이한 콘셉트의 작품이 한국어판으로 소개되면서 한국독자들에게도 이름을 알린 일본 만화가 미야모토 후쿠스케에게는 1권짜리 작품이 하나 더 한국어판으로 소개되어 있다. 한 노인의 죽음 이후 그 노인이 남긴 ‘유산’을 둘러싸고 자식들과 주위 사람들이 한판의 소동극을 벌인다는 설정의 만화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가 그것이다. “유산상속을 둘러싼 소동극”이라고 소개하면 상당히 심각하고 우울한 작품이 아닐까 걱정하시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미리 밝힌다. 이 작품은 코미디다. 아주 유쾌하고 따뜻한 코미디. “마츠키치, 타케코, 우메오, 다들 잘 있냐? 난 건강하다. 아~ 뭐, 이걸 너희들이 보고 있을 땐 이미 죽은 몸이겠지만, 이 비디오를 잘도 찾아냈구나. 장하다! 이건 부모로서 내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유산은 전부 다 1억 엔!! 갖고 싶지? 갖고 싶지? 그럼~ 나도 갖고 싶을 정도인데. 그치만 그냥 줄 순 없지. 유산분배는 다트로 결정하도록. 이게 내 조건이다. 어때! 받든지 말든지 모두 운에 거는 거다! 재밌겠지? 인생은 무엇보다 즐거워야지! 자세한 게 궁금하면 변호사 톤다바야시 씨에게 연락하렴. 즐겁게 살아라.”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는 1화 “죽음은 소동의 시작”, 2화 “할아버지의 흑역사(黑歷史)”, 3화 “매정한 트럼프”, 4화 “라이벌은 명투수”, 5화 “집 팝니다!”, 6화 “매장금은 뒤뜰에”, 7화 “사카가미 가의 핏줄”, 에필로그 “도쿠조는 이렇게 말했다.”의 총 8개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매 화마다 하나의 이야기가 완결되는 형태를 띠고 있어서 읽기가 무척 편하고, 통일된 주제 하에 커다란 스토리가 쭉 이어져 가는 구조로 모든 에피소드가 연결되어 있다. “...네, 분명히...총 재산인 1억은 있습니다. 여기 유언장. 그리고 이게, 유산 배분의...다트 판입니다. 기회는 단 한 번. 성공한 사람이 없을 경우 유산 및 유품은 전부 복지시설에 기부된다는 걸 명심해주십시오.” 이 작품의 표면적인 주인공은 손자인 ‘진’이지만, 실제적인 주인공은 도입부에서 죽은 할아버지 사카가미 도쿠조다. 78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프로야구 선수, AV감독, 흥행사 등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 기상천외한 행적을 펼쳐, 죽고 난 이후에도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 괴짜 할아버지의 ‘즐거운 인생’은, ‘유산’을 찾으려는 자식들과 지인들의 소동 속에 그 전말이 서서히 밝혀진다. 이 작품은 도쿠조 할아버지가 ‘유언(遺言)비디오’로 남긴 ‘1억 엔에 도달하는 퀴즈’를 풀어가는 과정을 에피소드별로 엮어놓은 것이며, 그 과정을 따라 유쾌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