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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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미치

“괜찮아...마을에서 뭔가 곤란한 일이 생기면...이 우에마츠 님께 맡기라구.”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은 ‘모두 일하는’ 혹은 ‘협력하는 것’을 의미하며, 공동 출연, 경연, 합작, 공동 작업을 뜻한다. 즉 서로 다른 두 브랜드가 만나 각자의 브...

2013-01-17 김현우
“괜찮아...마을에서 뭔가 곤란한 일이 생기면...이 우에마츠 님께 맡기라구.”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은 ‘모두 일하는’ 혹은 ‘협력하는 것’을 의미하며, 공동 출연, 경연, 합작, 공동 작업을 뜻한다. 즉 서로 다른 두 브랜드가 만나 각자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은 브랜드 간 경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이질적인 브랜드간의 ‘전략적 협업’으로 브랜드 가치를 상호 혁신시킬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두 개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1+1=2’가 아닌 진정한 브랜드 진화의 과정이라는 의미이다.” - 범상규, “소비의 심리학, 브랜드의 진화, 콜라보레이션”에서 발췌 “이제는... 사고치고 다니던 꼬마가 아니잖아....이러면 되는 거지...? 웬수 같은 아버지야...” 다카하시 히로시의 세계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캐릭터는 역시 “크로우즈”의 ‘보우야 하루미치’라는 것을 그의 팬이라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불량배들의 세계를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스타일리쉬하게 그려낸 다카하시 히로시의 “크로우즈(Crows)”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고, 2부에 해당되는 “워스트(worst)” 역시 동일한 배경의 ‘거리’를 무대로 여전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며 연재 중이다. 5년전쯤 일본에 갔을 때, 마침 “크로우즈”가 영화화 되어 거리 곳곳에서 개봉 프로모션 중이었는데 원작 만화 이외에도 관련 출시된 캐릭터 상품들의 다양함과 엄청나게 뛰어난 품질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캐릭터 산업”에 대한 내 지식은, “피카츄”나 “도라에몽”, “키티” 같은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들 위주로 주요 소비층인 ‘어린이들’을 타겟으로 삼아 꾸려지는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때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크로우즈” 캐릭터 사업의 다양한 모양새는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히나 눈에 들어왔던 것은, 작품에서 주인공들이 입고 나오는 불량배 특유의 스타일이 강조된 옷이라거나 반지나 목걸이 같은 장신구, 라이터나 지갑 같은 소품 등, ‘일체의 스타일’이 마치 ‘크로우즈 스타일 토탈 패션 브랜드’처럼 신주쿠나 하라주쿠, 시부야 같은 도쿄 중심가의 옷가게들에서 다양하게, 그것도 고가에 팔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캐릭터를 희화화하거나 ‘데포르메이션’시켜서 깜찍하고 귀엽게 만든 핸드폰 고리나 다양한 각종 소품들, 실사에 버금가게 뽑아낸 피규어 등 전통적인 캐릭터 상품들에도 눈이 가긴 했지만, 작가가 작품 속에서 구현한 ‘불량배들의 패션’ 일체가 실제의 의류 브랜드로 개발되어 팔리고 있다는 것은 당시의 나에게는 매우 놀랄만한 일이었고 부러운 일이기도 했다. “어린이집 때부터 통산...132전 87승 38패 7무. 그런 바보 스구루 놈을...이 마을에서 이길 수 있는 놈이 나 말고 누가 또 있겠냐, 이 돌탱아!” 어쨌든, 위의 이야기를 글의 서두로 꺼낸 이유는 지금 이 지면을 빌어 소개하려는 작품이 바로 이 “크로우즈”, 그 중에서도 주인공인 보우야 하루미치와 무척이나 연관이 깊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하루미치(春道)”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세 권짜리 만화는 스즈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보우야 하루미치의 그 후의 행적에 관한 작품이다. 작가인 스즈키 다이는 2009년 일본에서 영화화되기도 한 불량배 만화 “드롭”을 그리며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만화가로 “드롭”은 아직까지 한국어판으로는 출간되지 않았다. (“드롭(Drop)”은 시나가와 히로시라는 일본의 유명 코메디언이 어릴 적 방황하던 불량배 시절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썼고, 스즈키 다이가 작화를 맡아 “워스트”가 실리는 잡지 소년챔피언에서 같이 연재되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아직 보질 못해서 어떤 작품인지 잘 모르겠다.) “하루미치”는 다카하시 히로시가 캐릭터 협력을 맡고 스즈키 다이가 그린, 일종의 콜라보레이션 컨셉으로 제작된 3권짜리 만화다. “보우야 하루미치의 ‘크로우즈’ 이후의 이야기”라고 소개되면서 연재되기 전부터 “크로우즈” 팬들에게 엄청난 기대를 모았던 작품으로, 다카하시 히로시가 두 번에 걸친 영화화 과정 중에서도 ‘절대로 실사화 할 수 없다’고 버틸 정도로 애착을 가진 캐릭터, 보우야 하루미치를 다른 작가의 작품에 등장시켜 ‘스즈란 자퇴 후의 이야기’를 해준다고 했으니 팬들의 기대가 얼마나 높았겠는가? “스구루를 밟아놓은 건...외지인이야. 금발머리에 등에 자수가 놓인 광택 점퍼를 입은...이 근방에선 못 보던 얼굴이래...” “하루미치”를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이 만화에서 ‘보우야 하루미치’는 일종의 ‘떡밥’이었다. 물론 등장하긴 한다.(뒷모습으로만)^^ 멋지게 싸움도 하고, 언제나 그렇듯이 ‘강렬한 주먹 한 방’으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끝내 얼굴은 확실하게는 안 보여준다. 정면 클로즈업 씬이나 결투 씬 에서도 햇빛이나 음영에 가린 채로 그려지거나 교묘하게 일부분을 가린 구도로 그려서 트레이드마크인 ‘씨~익 매력 미소’도 안 보여준다.) 하지만 ‘보우야 하루미치’라는 캐릭터가 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주인공을 비롯한 그 어떤 등장인물들보다도 매우 중요하고 크다. “뭐냐...이 초라한 펀치는...관두자. 후지스케...그때 난 어마어마한 펀치를 먹었어. 무슨 헛소리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그걸 맞고 난 한 번 죽었었다...그 어마어마한 펀치에...이렇게 된 이상...더는 망설이지 않을래...역시 난...꿈을 포기할 수 없어. 이 세상에는 아직 엄청난 놈들이 많이 있어...그래서 난 이 기타로...그놈들을 밀쳐내고 최고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루미치”의 무대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없는’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그 마을에 살고 있는 불량배 청년들과 보우야 하루미치를 쫓아 그 마을로 들어온 외지의 폭주족 ‘드래곤 바이트’간의 싸움이 작품의 메인 스토리다. 제일 중요한 인물인 ‘보우야 하루미치’가 1권 중간에 이 마을 누군가의 묘소를 참배하러 온 뒷모습 장면을 보여주면서 무언가 사연이 있음을 넌지시 암시하며 궁금하게 만든다.(물론 매번 중요한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등장해 ‘강렬한 한 방’을 먹이고 또 다시 사라지곤 한다.) 짧고 편안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만든 불량배 만화다. 일종의 “크로우즈 외전”처럼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