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만쥬의 숲
“호시가하라 1가 29번지. 그 곳에는 낡아빠진 담장으로 둘러싸인 잡목림이 있었다.” “토성맨션”이라는 작품으로 읽는 이를 따뜻하고 행복한 느낌에 빠지게 만들어준 ‘포근한 상상력’을 선보인 일본 작가 이와오카 히사에의 또 다른 판타지 “파란 만쥬의 숲”이 대원씨아...
2013-01-11
석재정
“호시가하라 1가 29번지. 그 곳에는 낡아빠진 담장으로 둘러싸인 잡목림이 있었다.” “토성맨션”이라는 작품으로 읽는 이를 따뜻하고 행복한 느낌에 빠지게 만들어준 ‘포근한 상상력’을 선보인 일본 작가 이와오카 히사에의 또 다른 판타지 “파란 만쥬의 숲”이 대원씨아이(미우)를 통해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현재(2012.12) 한국어판으로 2권까지 출시되어있는 이 작품은, 이와오카 히사에 특유의 ‘포근한 상상력’과 (약간이지만^^)어두운 느낌의 스토리가 결합된 만화다. 비슷한 장르의 작품인 “토성맨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다크(Dark) 판타지’적인 느낌이 가미된 “파란 만쥬의 숲”은 읽는 내내 ‘적당한 긴장감과 적당한 포근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준, 무척이나 생경한 경험을 내게 선사해 주었다. “만약에...내 모습이 변치 않았다면 계속 곁에 있을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일단 첫 번째로, 그림이 너무 좋다. 환상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아름다운 표지 일러스트는 말할 것도 없고, 본문 내용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이야~ 정말 잘 그렸다”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날카롭고 역동적인 그림체가 아닌, 어딘가 편안하고 소박한 느낌을 주는 그림체임에도 불구하고, 귀엽고 깜직한 캐릭터들이 대량으로 등장해 읽는 이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정말 ‘예쁜 책’이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이 이렇게 지극히 ‘만화적이고 팬시한 느낌의 캐릭터들’이 (작가의 엄청난 노력이 느껴지는) ‘무서우리만치 세밀하게 묘사된 숲의 풍경 속’에서 마구 뛰어 노는데도 어떠한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를 보는 느낌이랄까? 세밀하고 리얼하게 묘사된 배경 안에 깜직하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만화적인 캐릭터가, 전혀 이질감 없이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읽는 이에게 전달하는 환상적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린 애니메이션이 꼭 나왔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 생겼다) “아참, 여기에 도장 좀 찍어줄 수 없을까요? 여기에 꾸욱, 하고... 당신에게 도움이 됐다면 좀 찍어주면 안 될까요? 포인트를 모으고 있거든요.” 두 번째로, 스토리가 매우 독특하다. 나도 여태까지 수많은 판타지 만화를 읽어봤지만, 이런 느낌을 전달하는 스토리를 지닌 판타지는 처음이었고, 그래서 무척 신선했다. 에피소드 하나가 끝날 때마다 결론도 좋고 느낌도 좋은데,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두려운 기분을 은근히 느끼게 해주는, 매우 특이한 스토리였다. 자연스럽게 뒷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들어 주는 작가의 연출도 꽤 괜찮았다. “호시가하라에는 잡목림이 있었다. 주택가 안에서 여기만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어...아이들 사이에선 신의 숲이라느니, 귀신의 숲이라느니,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세 번째로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작품의 주인공에 해당하는 ‘소이치’라는 소년은 분명히 ‘인간’이지만, 숲의 정령들과 동 ? 식물들, 그밖에 다양하게 등장하는 기묘하고 환상적인 존재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물이다. 이 소년은 목걸이처럼 걸고 다니는 ‘스템프 카드’가 있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면 자신이 도움을 준 존재에게 도장을 하나씩 받는다. 그래서 이 작품의 구성은 에피소드가 하나씩 끝날 때마다 ‘소이치의 스템프 카드’가 하나씩 채워져 가는 구조로 진행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이치’가 간직한 비밀(또는 과거)이 작품의 핵심적인 키워드가 될 텐데, 일종의 ‘떡밥’처럼, 어떤 때는 소이치의 비밀을 적당하게 드러냈다가, 어떤 때는 궁금증을 매우 증폭시키는, 작가의 ‘낚시질’이 매우 훌륭하다.^^ 주인공인 ‘소이치’ 이외에도 책의 정령 모모카, 은방울꽃의 정령 스즈, 개를 엄마로 알고 있는 귀여운 닭 키이, 개구리 요정 미도리 등등 귀엽고 깜찍한 외모에 나름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다양하게 등장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꿈을 꾸었다. 시나코 씨의 꿈을, 꿈이라서 행복했다....‘이건 스탬프 카드야. 여기에 스탬프를 모으면...넌 나와 같은 세계의 주민이 될 수 있어! 정령에게 선행을 베푸는 거야. 그러면 정령들이 조금씩 힘을 나눠줘서, 넌 언젠가 이 쪽 세계의 주민이 될 수 있어! 넌 정령을 조금 볼 수 있었지? 또렷하게 볼 수 있게 해줄게, 여길 지켜주렴, 여기는 내 보금자리니까...여기에 네가 있기 때문에 나의 보금자리인 거야’....깨어나 보니 손에 카드가 쥐어져 있었다. 이까짓 어린애 장난...하지만 여기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작품의 대략적인 스토리와 분위기는 한국어판 출판을 맡은 편집부의 소개글로 대신한다. 『호시가하라 1가 29번지. 그 곳에는 낡아빠진 담장으로 둘러싸인 잡목림이 있었다. 동네 한 가운데 자리 잡은 그곳은 마치 만쥬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동네 아이들로부터 ""파란 만쥬""의 숲으로 불리고…그곳에서는 사람과 정령, 동물들이 아픔과 회복, 그리고 슬픔과 선량함이 교차되는 판타스틱한 일상을 펼친다. 푸른 자연이 주는 가슴 따뜻하고, 잔잔한 여운을 담은 이 이야기는 메말라 가는 일상을 보내는, 남녀노소 불문 모든 사람에게 큰 치유의 힘을 발휘할 예정!! 예쁘고 동화적인 그림체와 스토리로 청소년, 성인 독자층에게까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만화!! 안식처를 찾는 현대인들에게 호시가하라의 파란 만쥬 숲은 큰 위안과 회복의 쉼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히사에 이와오카 작가님의 <파란 만쥬의 숲>(원제:호시가하라 파란 만쥬의 숲)은 실록의 계절 6월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동네 한가운데에 위치한, ""만쥬""를 닮아 ""파란 만쥬의 숲""으로 불리는 그곳에는 온갖 귀여운 정령들과 그들로 인해 사랑과 행복을 되찾아 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있답니다. 신선한 풀냄새와 풀벌레소리, 풀잎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 소리는 특별 부록으로 책 속에 담아 드렸습니다. 잘 찾아보세요.^^ - 미우 편집부 올림』 (책 소개글에서 발췌) 인터넷에 “파란 만쥬의 숲”으로 검색을 해보니, 여러 독자들의 다양한 리뷰가 올라와 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내 눈에 들어온 소개글귀는 1권 뒷면의 다음 권 예고에 쓰여 있는 ‘에코 판타지 드라마’였다. 이 글귀가 이 작품을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해 보인다. 일본식 표현으로 이런 장르를 ‘치유계 만화’라고 부른다는데, 읽다보면 어딘가 치유되는 느낌이 분명히 든다.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