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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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킬러스 카토 카즈에 단편집

“아버지는 전과자에 살인용의로 지명수배 중인 건달. 내가 철이 들 무렵에는 이미 아버지와 둘이서 여행 중이었다. 어머니는 누군지도 모르는 채, 항상 아버지가 하는 일을 옆에서 지켜봤다. 아버지는 어둡고, 탁하고, 죽은 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매일 매일 그런 아버지를...

2013-01-07 유호연
“아버지는 전과자에 살인용의로 지명수배 중인 건달. 내가 철이 들 무렵에는 이미 아버지와 둘이서 여행 중이었다. 어머니는 누군지도 모르는 채, 항상 아버지가 하는 일을 옆에서 지켜봤다. 아버지는 어둡고, 탁하고, 죽은 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매일 매일 그런 아버지를 봐왔다. 그날, 아버지는 여태껏 본 가운데 가장 괴로운 눈을 하고 있었다....나에게 찔린 아버지는 순식간에 싸늘히 식어버렸다. 하지만...얼굴은 매우 평온했다.” “청의 엑소시스트”로 일본을 넘어 한국의 청소년들까지도 단숨에 팬으로 만들어버린 요즘의 “대세”, 일본 만화가 카토 카즈에의 단편집 “TIME KILLERS”가 대원 씨아이를 통해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책머리에 “이번에 단편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예전 작품은 제게 있어 부끄러운 과거일 따름이지만 참 젊었구나~하고 가볍게 흘려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쑥스러운듯 팬들에게 수줍은 인사말을 남긴 카토 카즈에는 이 책의 표지에서부터 확실히, 요즘의 “대세”다운,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쉬한 작화실력을 뽐내고 있다. “당신 가족은 무엇을 위해 그걸 길렀지? 다함께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단편집 “TIME KILLERS”는 “나와 토끼”, “토마토”, “붉은 대지에 태어난 전사의 이야기”, “USA BOY!!!”, “공주님 드레스 사용설명서”, “인생가도(人生街道)낙오성(落伍星)”, “니라이”, “주인님과 쇤네”, “소녀의 기도”, “별덕후”, “미야마우구이스 저택 사건” 등, 총 11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장면들과 극(劇)적인 구성이 경쾌하고 박진감 있게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의, “청의 엑소시스트”에서 보여준 카토 카즈에의 실력은, 신인 때부터 이미 그 ‘싹수’가 보였음을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될 것이다. 만화의 3박자(작화, 연출, 스토리)를 균형 있게 고루 갖춘 카토 카즈에의 ‘만화가적 재능’이 각각의 단편들에 ‘센스’ 있게 잘 녹아있다. “괜찮아. 괴롭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어. 중요한 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지.” “청의 엑소시스트”를 읽으면서 느낀 점이지만, 카토 카즈에는 독자에게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아주 간결하고 명확하다. 그리고 스타일리쉬한 작화와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 재미있고 임팩트 있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가가 스토리를 통해 나타내려는 주제의식’이 ‘메시지’라면, ‘메시지의 전달 방식’으로서의 ‘만화적 표현’은 일종의 기술영역에 해당 될 것인데, 그 ‘기술’의 세련미와 숙련도에 있어 (상업적인 영역에서) 현재 최상의 상태에 도달해 있는 것 같다.(“물이 올랐다”고 표현하면 적당할 듯하다^^) 겉보기에는 좀 얇아 보이는 사이즈지만, 일러스트도 올컬러로 살려냈고, 무엇보다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느껴지는 ‘묵직함’이 좋다. 작품 구성도 강약 조절이 잘 되어 있어 단편집 특유의 속도감과 충실감을 느낄 수 있다. 카토 카즈에의 팬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