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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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골의 꿈

“바다가, 싫다. 이것은 꿈이다. 바다의 꿈. 짠 액체가 내 폐를 가득 채우고, 나는 점점 어두운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나는 우물 속에 있다.” “우무베의 여름”, “망량의 상자” 등의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소설가 쿄고쿠 나츠히코의 소설 “광골의 ...

2012-12-25 석재정
“바다가, 싫다. 이것은 꿈이다. 바다의 꿈. 짠 액체가 내 폐를 가득 채우고, 나는 점점 어두운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나는 우물 속에 있다.” “우무베의 여름”, “망량의 상자” 등의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소설가 쿄고쿠 나츠히코의 소설 “광골의 꿈”을 원작으로 한 코믹스 버전 한국어판이 삼양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2009년에는 쿄고쿠 나츠히코의 소설 “망량의 상자” 코믹스 버전 한국어판이 삼양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는데(2011년에 전 5권으로 완결되었다), 이번엔 “광골의 꿈”이 같은 작가(시미즈 아키)의 손을 거쳐 만화로 각색 되었다. 원작자의 글로서만 설명되어, 독자들은 그의 모습을 상상할 수밖에 없었던 “안락의자형 탐정” 추젠지 아키히코(세키구치를 비롯한 여러 친구들이 모두 그를 ‘쿄고쿠도’라고 불러서 이름으로 오인되곤 하는데 ‘쿄고쿠도’는 사실 추젠지 아키히코의 별명이다, 추젠지 아키히코가 운영하는 고서점의 이름이기도 하고 그의 아내 친정이 운영하는 쿄토의 과자점 이름이라고 한다.)가 만화가 시미즈 아키의 손에 의해 구체적인 이목구비를 갖추게 된 것이 무엇보다 반갑다.(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모습과 거의 비슷하다) “어쨌든 나는 한 번 죽었다가 돌아왔다. 모든 기억을 잃었고, 1년여에 걸쳐 조금씩...내 인생을 떠올렸다. 그 부분만 빼고는” “광골의 꿈”은 쿄고쿠 나츠히코의 “쿄고쿠도 시리즈”라고 불리는 연작 시리즈 중에서 “우무베의 여름”과 “망량의 상자”에 이은 세 번째 작품으로, 전편에 이어 ‘앉아서 정황만 듣고도 사건을 해결하는’ 천재 탐정 쿄고쿠도와 그의 친구들이 등장해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현상을 추적해나가는 미스터리 호러 소설이다. 코믹스 버전에서도 주인공인 쿄고쿠도 이외에도 소설가 세키구치, 형사 키바, 초능력 탐정 에노키즈 등 전편인 “망량의 상자”에서 등장했던 반가운 인물들이 모두 등장하며, 전편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 집에 뭔가 모시고 있는 상자가 없습니까? 만일 있다면 찾아서 제대로 모시지 않으면, 큰 화가...안에는 아마도, 해골이 들어있을 겁니다.” “광골의 꿈” 코믹스 버전 한국어판은 현재(2012.11) 2권까지 출간되어 있다. 전편인 “망량의 상자”와 마찬가지로 초반부가 난해하고 기괴한 것은 이 작품의 특색이므로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조금씩 참을성 있게 읽어나가다 보면, 마치 막혀있던 강물이 일거에 뚫리는 것처럼, 쿄고쿠도가 사건에 얽힌 미스터리의 비밀을 시원하게 해결해주게 될 것이다. 이번 편에서는 쿄고쿠도의 여동생인 출판편집자 츄젠지 아츠코, 괴기 소설의 대가 우다가와 타카시, 목사 시라오카 료이치, 정신분석학자 후루하타 히로무 등이 새롭게 등장해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망상’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여자 아케미의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