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오즈키의 냉철
“저승에는 천국과 지옥이 있다. 지옥은 팔대(팔열)지옥과 팔한지옥, 둘로 나뉘고, 다시 272개의 세부 부서로 나뉘어 있다. 전후의 인구 폭발, 악령(사다코라든가)의 흉포화, 저승은 전대미문의 혼란이 극에 달해있었다. 이승에서도 저승에서도 통치에 절실한 것은 냉정한 뒤...
2012-12-23
김현우
“저승에는 천국과 지옥이 있다. 지옥은 팔대(팔열)지옥과 팔한지옥, 둘로 나뉘고, 다시 272개의 세부 부서로 나뉘어 있다. 전후의 인구 폭발, 악령(사다코라든가)의 흉포화, 저승은 전대미문의 혼란이 극에 달해있었다. 이승에서도 저승에서도 통치에 절실한 것은 냉정한 뒤처리 담당이다. 헌데, 그러한 배후의 걸물은 단순한 인기인 따위보다 훨씬 그 수가 적다.” 중국과 한국, 일본 등 흔히들 세계에서 동북아시아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공통된 세계관이 있다면 ‘저승’이라는 개념일 것이다. ‘사후세계’에 관한 개념은 동? 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의식 속에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구현되는 형태만큼은 지리적, 문화적, 역사적, 종교적인 차이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복숭아 농가에 인재 협력? 복숭아나무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애당초 선도(仙桃)를 대량으로 생산해 묘약을 확보하겠다는 천국의 정책에는 반대입니다. 만능약은 그 수가 적기 때문에 좋은 것입니다. 많으면 타락하지요.” 그 중에서도 중국, 한국, 일본은 불교에서 비롯된 ‘지옥’의 개념에서 상당히 비슷한 구현형태를 띠는데 죽은 자가 49일에 걸쳐 저승의 왕들에게 생전의 죄를 심판받는다거나, 저승 시왕(十王)이라 불리는 지옥의 심판관들(가장 대표적인 것이 ‘염라대왕’)의 존재라든가 하는 부분은 거의 흡사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다만 세부적인 형태로 들어가면 다소 차이를 보이고는 하는데 그것만큼은 다양한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서 어쩔 수 없지만, 이렇듯 비슷한 사후세계의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지점이라고 하겠다. “저승에는 천국과 지옥이 있지만 그 범위는 지옥이 압도적으로 더 넓지요. 원래 일본은 ‘이승과 저승’ 두 세계였습니다. 그런데 한때, 당시 ‘황천’이라고 불리던 저승이 망자로 심하게 혼란스러워져, 8백만 신들이 대회의를 열었고, 그 결과 현재처럼 현세, 천국, 지옥, 실질 3세계로 나뉜 것입니다. 그리고 지옥의 구조는 인도나 중국 등 다양한 나라를 참고로 구축되었지요. 때문에 일본의 저승은 복잡한 것입니다. 이케부쿠로 역처럼”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호오즈키의 냉철”은 염라대왕의 제 1보좌관으로서 빈틈없이 깔끔하게 업무를 처리해내는 요괴 호오즈키를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 만화다. 작가인 에구치 나츠미는 우리나라에서는 좀 생소한 이름이지만, 작화 실력이라든가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에 있어 상당한 재능이 엿보인다. 일단 저승, 그것도 지옥이라는 곳을 현실의 인간 세계와 마찬가지로 ‘사회 시스템화’ 시켜서 그곳의 일상을 보여주며 독자가 감정이입이 잘 되도록 설정한 부분이 이 작품의 훌륭한 점이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지옥에도 염라대왕으로 대표되는 정치가가 있으며 그런 정치가가 일을 잘하던 못하던 간에 시스템이 원활하게 굴러가도록 능력을 발휘하는 관료들과 공무원들이 있고, 천국과 지옥은 마치 미국과 중국처럼 서로를 견제하거나 경쟁하고 유사시에는 서로 공조 협력하기도 하는 외교적 관계가 있다는 설정 등은 매우 흥미롭다. 일본 현지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일본의 지옥에 관한 복잡한 개념이나 민간 설화, 사회 전반적인 문화현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현재(2012.10) 한국어판으로는 2권까지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