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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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나 군의 동물백과

“이렇게 새나 벌레는 자외선을 볼 수가 있습니다. 자외선 색깔로 암수를 구분하는 새도 있어서 실내사육을 하면 잘 안 보이게 돼서 동성끼리 짝을 이루기도 하죠.” “동물의사 Dr. 스크루”의 한국어판이 성공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시베리안 허스키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

2012-12-08 석재정
“이렇게 새나 벌레는 자외선을 볼 수가 있습니다. 자외선 색깔로 암수를 구분하는 새도 있어서 실내사육을 하면 잘 안 보이게 돼서 동성끼리 짝을 이루기도 하죠.” “동물의사 Dr. 스크루”의 한국어판이 성공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시베리안 허스키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단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원래 콘텐츠의 힘이란 이렇듯 상상하기 힘든 부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동물이란 소재는 그 특유의 개성 덕분에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 쉬운 소재로, 특히나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동물들을 등장시키는 만화가 일본에는 많은 것 같다. 여기에 소개하는 “시이나 군의 동물백과” 또한 수의과 대학을 무대로 동물의 생태 연구를 하는 주인공들과 함께 펭귄을 비롯한 귀여운 동물들을 다양하게 등장시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만화다. “언젠가...언젠가 진짜 동물학자가 돼서 이 세상에서 아무도 모르는 걸 하나한테 알려줄게.” 이 작품에서는 ‘동물’이라는 인기 소재에 은근하고 미묘한 흐름의 ‘BL’코드를 결합시켜 태생부터가 ‘동물을 좋아하는 20-30대 여성’을 타겟으로 삼은 편집부의 의도가 명확히 읽히는 작품이다. 그림 역시 매력적인 극화체로 늘씬한 미남미녀들이 무더기로 등장한다. 주인공인 시이나 료는 28세의 생물학과 조교로 이마소스 대학의 이학부에 적을 두고 있는 학자다. 준수한 외모, 훤칠한 키에 날카로운 눈매를 안경으로 가리고 있지만 다소 대하기 어려운 딱딱함과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다. 일처리 능력이나 연구 성과가 무척이나 뛰어나서 서른이 되기도 전에 타 대학에서 준교수 제의를 받기도 하는 영재이다. 또 다른 주인공인 하나 치토세는 35세의 생물학과 준교수로 허약한 체력 때문에 고생하는 남자지만 연구논문이 ‘네이쳐’ 지에 실릴 정도로 우수한 학자인, 말 그대로 천재라고 보면 된다. 어렸을 때부터 난치병을 앓아 병원에서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해왔던 하나는 병 치료 때문에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는 등 아주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때마다 자신에게 동물백과를 들고 찾아와 외로움을 덜어준 초등학생 시이나 료에게 감사함과 애정을 느끼며 무사히 퇴원, 현재는 그의 ‘친구 같은 상사’로 지내고 있다. 추위에 워낙 약하고 기본적인 체력이 너무 없어서 수시로 쓰러지곤 하지만 그런 때마다 료의 도움을 받아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훤칠한 키에 여성 같은 여린 외모를 지닌 미남자다. 중심인물인 이 둘 이외에도 매력적인 바람둥이 미나미 케이이치 준교수, 수시로 덜렁대서 실수를 하고 약간 얼빵하지만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인 대학원생 모리 미나토, 사람을 평가할 때 외모나 스타일로 먼저 보는, 멋진 중년의 괴짜 교수 아스카 쿄시로 등등 개성 넘치는 조연들이 다양하게 등장해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아직 한국어판으로는 1권밖에 나오지 않았지만(2012.11), 이런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