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발해, 켄타우로스!
“요즈음 여성의 사회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정말이지 든든합니다. 자고로 인간은 일해야 하는 법,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바로 얼마 전에 고용 관련 법률이 재정비되어 조금씩이긴 하지만 편견 없이 사회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켄타우로스(kentauros)란, 그리스...
2012-12-05
김현우
“요즈음 여성의 사회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정말이지 든든합니다. 자고로 인간은 일해야 하는 법,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바로 얼마 전에 고용 관련 법률이 재정비되어 조금씩이긴 하지만 편견 없이 사회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켄타우로스(kentauros)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半人半馬)의 존재로 인간의 상반신과 말의 하반신을 가진 종족이다. 신화에나 나오는 이 존재를 인간의 일상 속에서 공존하고 있는 일반적인 존재로 설정하여 기상천외하고 유쾌한 코미디로 만들어낸 작품을 소개한다. 일본작가 에스토 에무의 “분발해, 켄타우로스!”다. “고향에 계신 여러분, 모두 안녕하신가요? 도쿄는 사람이 많아서 고생스럽지만 잘 지내고 있어요. 이곳에 와서 놀란 것은 우리들의 전용 차선이 있다는 사실이에요. 안심하고 달릴 수 있어서 기뻐요. 난처하게 만드는 건 엘리베이터, 매일 계단 신세라 벌써부터 여름이 걱정됩니다.” 판타지에서나 나오는 존재를 현실의 존재로 만들기 위해 작가는 몇 가지 설정을 만든다. 첫 번째는 아주 오래전부터 켄타우로스와 인간은 서로 같이 어울려 자연스럽게 살았다는 것(마치 인간과 개가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것처럼), 두 번째로 그들의 특수성을 살린 직업이 존재하고 또 한 편으로 켄타우로스 고용에 관한 법률이 계속적으로 정비되어가고 있다는 것(마치 장애인을 회사직원 중 몇 %까지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한 법률처럼) 등이다. “또 전속력으로 달려왔지?! 네 몸은 네 스스로 닦을 수가 없으니까 땀 흘리지 말라고 했잖아! 영업맨은 첫인상이 중요한 거라고 그렇게나 일렀건만...” 스토리의 서정성과 재미를 높이기 위한 설정으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켄타우로스는 인간보다 수명이 훨씬 길다는 것, 나머지는 자잘하지만 작품을 즐기는 데 있어 꽤나 쓸모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도로에 켄타우로스 전용도로가 있다는 것, 너무 빨리 달려 속도위반을 하면 경찰의 단속에 걸려 범칙금 딱지를 끊는다는 것(켄타우로스 경찰도 있다), 몸집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자신의 하반신을 자신 스스로 구석구석 닦을 수 없다는 것, 전용 엘리베이터나 아주 큰 엘리베이터가 아니면 탈 수가 없다는 것 등이다. (책머리에 작가가 “켄타우로스에게 있어서도 화장실 얘기는 아이돌과 마찬가지로 금기사항입니다”라고 귀엽게 써놓았다. 설정의 난해함을 귀엽게 봐달라는 부탁이다.) “분명 모두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받은 걸 거예요. 들은 얘기인데 우리들이 이름을 받는 이유는 우리 수명이 길기 때문이래요. 인간과 관계를 맺는 이상 언젠가는 이별을 해야 하지만, 이름만은 영원히 간직할 수 있으니까요.” 이 기상천외한 재미를 선사하는 독특한 작품은 읽기에도 편한 1권짜리로 영업사원에 관한 에피소드 4개, 메밀국수가게 견습생, 구두직공, 모델, 니트족 지망생에 관한 에피소드 각각 1개씩, 보너스 만화 1개로 이루어져 있다.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무척이나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