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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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마 군의 일상

“유우마 군의 하루는 바이올린 연주로 시작된다. 여기는 도쿄 근교의 한적한 주택가, 답답한 주택지를 벗어나 야트막한 언덕에 위치한 주택이다. 부지만 천 평을 넘는 대저택, 무로마치 시대부터 내려온 대지주 야마토 가의 저택이다.”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

2012-11-24 유호연
“유우마 군의 하루는 바이올린 연주로 시작된다. 여기는 도쿄 근교의 한적한 주택가, 답답한 주택지를 벗어나 야트막한 언덕에 위치한 주택이다. 부지만 천 평을 넘는 대저택, 무로마치 시대부터 내려온 대지주 야마토 가의 저택이다.”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재벌 2세’ 이야기가 하나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이름의 일본 작가 스즈키 유후코의 단편 만화 “유우마 군의 일상”이다. 소녀들의 ‘신데렐라 감수성’을 자극해 이야기에 몰입도를 높이는 순정만화 계열에서 ‘재벌 2세’는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표현된 ‘재벌 2세’는 처음이라 매우 신선하다. “이 사람은 유우마 군의 아버지 세이마 씨(35), 젊은 나이지만 세계적인 야마토 호텔 그룹의 사장이다. 서툴게 대화를 시도하는 아버지, 유우마 군은 어설프고 덜렁대는 아버지를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보고 있는데도, 다른 사람들 눈엔 이렇게 비치므로 주변 어른들을 공연히 걱정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아주 씩씩한 8세 어린이다.” 주인공인 유우마 군은 8살의 초등학생이지만 세계적인 야마토 호텔 그룹의 후계자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이올린 연주자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고, 집사와 메이드들이 깨워서 준비를 마친 후 ‘거대한’ 식탁으로 데려가 아침을 먹는다. 식당으로 가는 중간에 항상 주인인 자신보다 늦잠을 자는 애견 ‘아라히코’를 깨워서 같이 가는데 특이하게도 귀족적인 집안분위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잡종견이다. 아침 식사 중에는 매우 바쁘지만 아들과 대화를 시도하려 노력하는 어설픈 아버지와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끝마치면 기사가 운전하는 번쩍번쩍 으리으리한 벤츠 리무진을 타고 학교에 등교한다. “그렇다. 간혹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도 산타의 존재를 믿는 순진한 아이들이 있듯이 유우마 군도 어려서 어머니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실은 엄마가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게 됐단다. 문을 열려고 하면 불같이 화를 내지 뭐니.’ 이런 어설픈 거짓말을 순순히 믿었고, 아직도 믿고 있는 중...” “유우마 군의 일상”에서 주인공인 유우마 군은 ‘재벌 2세’에다 ‘뭐든지 잘하고 똑똑하며 때론 영악하기까지 한 소년’이다. 하지만 이 책의 포인트는 이렇게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애늙은이 유우마 군’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8살 소년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지점을 포착하여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풀어내는데 있다. 아버지와 대화하면서 회사의 주식가치를 걱정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영악한 계획까지 주도면밀하게 세워놓은 ‘재벌 2세’지만, 현재 아버지와 이혼을 전제로 별거 중인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모습이라든가, 아버지의 애인이지만 자신의 가정교사로 온 카오루를 보고 ‘사랑한다.’며 아버지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모습 같은 장면은 영락없는 여덟 살 어리광쟁이 소년일 뿐이다. 독자들은 주인공인 ‘유우마 군’을 통해 여덟 살 소년의 순수한 모습과 애늙은이 같은 ‘재벌 2세’의 모습을 동시에 만끽하면서 작가가 만들어 놓은 ‘잔재미’에 빠져들게 되는데 이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한 권짜리라 읽기도 부담이 없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