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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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 (Silver spoon)

“파란 하늘...넘치는 대자연...치근대는 송아지...안 터지는 휴대폰...여긴...어디지?”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작품으로 데뷔작부터 ‘대박’을 터트린 일본작가 아라카와 히로무가 아주 독특한 소재를 담은 신작을 가지고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제목은 “은수저”...

2012-11-22 석재정
“파란 하늘...넘치는 대자연...치근대는 송아지...안 터지는 휴대폰...여긴...어디지?”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작품으로 데뷔작부터 ‘대박’을 터트린 일본작가 아라카와 히로무가 아주 독특한 소재를 담은 신작을 가지고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제목은 “은수저”, 홋카이도의 농업고교를 무대로 싱그러운 청춘들의 ‘농장 생활’을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낙농과학과 제군, 입학을 축하한다! 앞으로 1년 동안, 여러분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공부에 힘쓰는 한편, 농장실습을 하게 된다! 우리 에조노(오오에조 농고)에는 농업 과학과, 낙농과학과, 식품과학과, 농업토목공학과, 삼림과학과가 있는데, 특히 실습이 많은 것이 너희 낙농과학과다! 이 농장에서는 다양한 가축을 기르고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농장은 쉬는 날이 없다! 따라서 돌아가며 밤낮으로 가축을 돌봐야 한다!” 작가인 아라카와 히로무는 1973년 홋카이도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7년 동안 가업인 낙농업에 종사하는 한편 여러 잡지에 일러스트와 4컷 만화를 투고한 끝에 1999년 ‘제9회 에닉스 21세기 만화대상’ 수상을 계기로 상경하여 본격적인 만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후 2001년 스퀘어 에닉스의 ‘월간 소년 간간’에서 첫 연재작이자 대표작인 ‘강철의 연금술사’를 연재 개시, 어마어마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일약 21세기 일본 만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급부상하기에 이른다. 여성 만화가 특유의 섬세함과 웬만한 남성 만화가를 능가하는 호쾌함, 그리고 그 와중에 허를 찌르듯 번득이는 유머 감각을 골고루 겸비한 작품으로 평판이 높다. -“백성귀족” 한국어판 작가 소개에서 인용 여기에 소개하는 아라카와 히로무의 신작 “은수저”는 바로 이런 작가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가야할 길을 명확히 정한’ 씩씩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장편극화로 풀어내고 있다. 위의 소개글처럼 ‘여성 만화가 특유의 섬세함과 남성 만화가를 능가하는 호쾌함, 허를 찌르듯 번득이는 유머감각’이 골고루 포진된, 아주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신삿포로 중학교에서 온...하치켄 유고입니다....저...잘 부탁합니다.” 작가는 자신의 가업이기도 한 홋카이도 농장의 낙농경험을 “백성귀족”이라는 농업에세이 만화에서 재미있게 풀어낸 경험이 이미 있다. “은수저”를 읽다보면 작가가 다녔던 농업고등학교를 무대로 이 작품을 그려내고 있다는 걸 작가의 팬이라면 쉽게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하치켄은 입시명문중학교에서 ‘어떤 이유’로 오오에조 농고에 진학한 특이한 소년이다. 같은 반의 친구들이 가업인 농장을 물려받거나 농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진학한 반면 하치켄에게는 ‘명확한 목표’가 없다는 것이 아주 큰 콤플렉스로 작용하게 되는데, 작품의 재미는 이런 하치켄이 ‘입시’나 ‘학원’같은 것과는 아주 거리가 먼,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고, 무언가(식물, 동물)를 기르고 돌보는’ 일들을 배우고 실습하면서 ‘인간’으로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는데 있다. 2012 일본만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였고, 2012 이 만화가 대단하다 1위에 선정된, 아주 재미있고 느낌 좋은 작품이다.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