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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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세이 폴리스맨

“고우 군...나와의 거리를 좁히고 싶다고 생각한다면...모자를 제대로 써주길 바라네!” 코미디 또는 개그 만화는 독자로부터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코드가 명확히 있어야 읽을 가치가 있다. 가장 쉽고 일반적인 방법은 존재만으로도 웃음을 유발하고 다...

2012-11-08 석재정
“고우 군...나와의 거리를 좁히고 싶다고 생각한다면...모자를 제대로 써주길 바라네!” 코미디 또는 개그 만화는 독자로부터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코드가 명확히 있어야 읽을 가치가 있다. 가장 쉽고 일반적인 방법은 존재만으로도 웃음을 유발하고 다음엔 무슨 일을 저지를까 기대하게 되는 강력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조금 더 진화된 방법으로는 독특한 사고체계를 가진 평범하지 않은 사람을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사람들 틈에 끼워 넣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웃기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캐릭터를 활용한 코미디든, 시추에이션 코미디든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상황을 자연스럽게 엮어가는 작가의 구성 또는 연출 능력이다. 굳이 만화나 코미디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코미디는 이런 세세한 원칙들을 완벽하게 지키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장난치는 건...소매치기범입니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헤이세이 폴리스맨”은 경찰세계를 배경으로 삼은 코미디 만화다. 제목에 붙은 ‘헤이세이(平成)’란, 일본의 연호 같은 것으로 1989년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한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시대를 말하며 바로 전 시대에는 ‘쇼와(昭和:1926년 12월 25일부터 1989년 1월 7일까지)’라는 연호를 썼었다. 이 작품에서 굳이 ‘헤이세이’라는 연호를 제목에 붙인 것은 ‘쇼와시대의 경찰과는 아주 다른 헤이세이시대의 경찰’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세대가 달라지면 가치관도 바뀌고 유행도 바뀌고 행동양식도 바뀌기 마련이다. 이것은 역사의 흐름이어서 개인이 거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주위에서 아주 쉽게 세대 간의 갈등이 불러오는 수많은 충돌과 분쟁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이런 다툼의 원인은 대부분 서로가 지니고 있는 ‘상식’의 기준이 다른 것에서부터 발생한다. 서로간의 상식이 다르다는 것은 서로가 원하는 ‘합리’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고, 이것을 극복하려면 일정기간동안의 시간을 들여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경험치를 쌓아야만 한다. “링링의 근면함을 조금은 배우는 게 어떤가...! 자네는 약간 일을 얕보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모자나 거꾸로 쓰고” “헤이세이 폴리스맨”은 바로 이런 ‘세대 간의 갈등’을 주요 테마로 삼아 어이없는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 만화다. 동네의 조그만 파출소를 무대로 쇼와시대의 완고하고 근면한 선배 경찰과 자신만의 마이페이스로 주위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헤이세이 시대의 주인공 경찰이 벌이는 좌충우돌 근무일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판으로는 현재(2012.10) 1권이 나와 있는 이 작품은, 강력한 캐릭터에 의존하는 코미디 만화라고 할 수 있다. 킬링타임용으로 적합한 작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