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법인 주니어s
“신이시여, 간절히 바라옵건대 부디 제게 봄을 내려주소서. 하지만 안타깝게도 봄은 지금 막 내 곁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신관이 되어 가업을 이어야 하는 신사(神社)의 후계자, 승려가 되어 가업을 이어야 하는 절의 아들, 목사의 아들로서 언젠가 교회를 물려받아 ...
2012-10-10
김진수
“신이시여, 간절히 바라옵건대 부디 제게 봄을 내려주소서. 하지만 안타깝게도 봄은 지금 막 내 곁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신관이 되어 가업을 이어야 하는 신사(神社)의 후계자, 승려가 되어 가업을 이어야 하는 절의 아들, 목사의 아들로서 언젠가 교회를 물려받아 성직자의 길을 가야하는 청년, 이 세 명의 종교법인 후계자들의 좌충우돌 일상을 다룬 유쾌한 만화 “종교법인 주니어`s”라는 작품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떠올려 봐, 쿄타로, 지금까지 가업 때문에 계속 차였던 슬픈 과거를,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데이트를 성공해야만 해!! 기도도 데이트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작가인 키누타 무라코는 국내에선 생소한 이름이다. 검색을 해봐도 이 작품 외에는 한국에 소개된 작품이 없다. 간단하게 책표지에 소개된 작가의 약력을 소개하자면, “9월 24일 천칭자리, 혈액형은 B형, 나라 현 출신, 데뷔작은 ‘나그네 길’(flowers 2008년 9월 게재), 현재 flowers에서 활약 중”이 다다. “한 해의 계획은 정초에 세워야 한다. 내 머리를 스친 이 말은 올 한 해를 걱정하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신관의 아들, 스님의 아들, 목사의 아들이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이 가지는 ‘특수성’ 때문에 연애를 비롯한 일상의 수많은 일들을 고민해야 한다는 이 작품의 독특한 설정은 나에게 꽤나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바라옵건대 좋은 이해자를 만날 수 있게 해주옵소서, 미인이라면 더 좋고” 그러나 막상 작품을 읽고 보니, 소재의 독특함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해 오히려 어정쩡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아직 1권밖에 나와 있질 않아서 너무 성급한 판단일 수 있겠지만, 이야기의 맥이 자꾸 툭툭 끊기고 캐릭터의 설정도 충분히 몰입도가 있는 것이건만 스토리 안에 녹아들지 못하고 어딘지 모르게 겉돌기만 하는 느낌이다. “신도, 부처도 발로 참회 하면 용서해 주시리라....하지만 경찰은 용서해주지 않는다.” 작화나 연출은 크게 나무랄 데 없이 안정적이고 캐릭터도 괜찮은 느낌으로 설정되어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생소한 일본의 종교들(신사의 신관이라던가, 가업으로 물려받는 절이라든가)의 모습은 꽤나 흥미진진한 소재거리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언가 어설프다. 그래서 무척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되는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빈약한 스토리가 이 작품에 몰입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