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경계의 RINNE (경계의 린네)

“고등학생이 되면 뭔가가 달라질 줄 알았다. 나는 어릴 때 행방불명 됐던 적이 있다. 하나도 기억은 안 나지만, 시골 할머니 댁 뒷산에서 길을 잃어 1주일 동안 행방불명 됐었다고 한다.” 다카하시 루미코가 돌아왔다. “이누야샤”가 끝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

2011-06-14 김진수
“고등학생이 되면 뭔가가 달라질 줄 알았다. 나는 어릴 때 행방불명 됐던 적이 있다. 하나도 기억은 안 나지만, 시골 할머니 댁 뒷산에서 길을 잃어 1주일 동안 행방불명 됐었다고 한다.” 다카하시 루미코가 돌아왔다. “이누야샤”가 끝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또 다른 신작을 들고 독자들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1957년 생이니까 우리나라 나이로 치면 쉰 넷, 1978년도에 데뷔했으니까 올해로 작품활동을 한지 32년째에 접어드는 것이다. 다카하시 루미코는 사실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일본 만화계를 대표하는 여류 작가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란마 2분의 1”, “1파운드의 복음”, “메종일각” 등 숱한 대표작과 더불어 바로 얼마 전 56권으로 연재의 대장정을 마친 최근작 “이누야샤”까지 3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쉬지 않고 힛트작을 양산해 온 천재 작가다. “나는 현세에 미련이 남아 성불하지 못한 자들을, 윤회의 바퀴로 이끌어 환생을 촉진하는…사신(死神)…같은 거….” “경계의 린네”는 2009년 4월부터 주간 소년 선데이에서 연재되고 있다. 몇 년이나 쉬지 않고 계속되는 주간 연재에 지칠 법도 한데, 작품을 보면 다카하시 루미코의 필력은 여전하고, 퀄리티 역시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데뷔 32년차 대(大)작가의 관록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의 소재는, 좀 의외의 선택이긴 한데, 사신(死神)이다. 요즘 사신(死神)을 소재로 한 만화가 워낙 많고 ‘대세’라 불릴 정도로 힛트작들이 많아서 소재로서 나쁘진 않겠지만, 다카하시 루미코 같은 대(大)작가 마저 유행을 따라 가나 싶어서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경계의 린네”를 직접 읽어 보면 이런 생각이 기우였음을 깨닫게 된다. 다카하시 루미코의 작품들은 그 자체로서 이미 ‘월드(世界)’를 이루고 있어서, 그녀가 지면 위에 창조해 놓은 시공(時空) 속에서 독자들은 재미와 감동만 추구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다카하시 루미코의 천재적인 개그 센스는 작렬하고 탁월한 연출력에서 비롯되는 적절한 완급조절은 책장을 넘길 때 마다 독자들을 휘어잡는다. 만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가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가지 요소인데, 다카하시 루미코는 이 두 가지는 기본으로 놓고 유쾌한 웃음까지 자연스럽게 던져줄 줄 아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캐릭터다. 아다치 미츠루나 다카하시 루미코나 이젠 거의 정형화 된 주인공들과 조연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데, 매번 변화를 준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리 큰 변화를 주진 못한다.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매 에피소드마다 드는 것만큼은 막을 수가 없다. “경계의 린네” 남녀 주인공인 로쿠도 린네와 마미야 사쿠라 커플을 보면, “란마 2분의 1”의 란마와 아카네 커플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것이 이번 신작에서 매우 아쉬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