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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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장수 다로

“미칸력 1209년, 세계는 4개의 대륙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그 중 서남쪽에 위치한 포이루 대륙에서는 주도권을 잡기 위한 나라간의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이러한 때, 무역업으로 부강해진 포이루의 미칸국이 그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주변의 3개국을 동맹국으로 포섭하고...

2011-06-08 유호연
“미칸력 1209년, 세계는 4개의 대륙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그 중 서남쪽에 위치한 포이루 대륙에서는 주도권을 잡기 위한 나라간의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이러한 때, 무역업으로 부강해진 포이루의 미칸국이 그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주변의 3개국을 동맹국으로 포섭하고 맹렬하게 영토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것에 자극받은 포이루 남부지방의 소국들은 무력강국 캐산국을 중심으로 연합국을 만들어 대항했다. 이후 포이루 대륙은 150년이 넘는 대전쟁을 치르게 된다.”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 “풀의 꽃”, “강특고 아이들” 등의 작품으로 ‘순정형 개그’라는 독특한 감수성을 선보인 작가 김민희가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신작의 제목은 “젤리장수 다로”, 순정만화잡지 윙크에 연재되고 있는 작품인데 제목 옆에 ‘초감각 개그 판타지’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이번에도 만만치 않은 웃음과 독특한 카타르시스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나 보다. “미칸력 1353년, 대륙의 끝에 위치한 캐산국이 마지막으로 항복, 미칸국이 대륙에 깃발을 꽂는다. 미칸력 1380년, 군대는 해산되고 대륙의 구석구석은 각자 회복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긴 전시 동안 대량생성된 군인들은 평화로운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 살육에 익숙한 그들은 평화로운 삶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된 것이다. 적응에 실패한 군인들은 걸인이나 산적과 같은 주변인으로 전락하여 사회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이에 나라에서는 구 캐산국의 변경에 위치한 ‘절망의 광야’에 출몰하는 괴물들에게 현상금을 붙인다. 그리하여 방황하던 군인들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절망의 광야에 몰려들게 되었다.” 김민희의 작품은 뭐라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 힘든 독특함을 갖고 있다. 고전적인 개그도 아닌 것이, 요즘 유행하는 ‘마사루 스타일’의 허무형 개그도 아닌 것이 상황과 대사만으로도 신기할 정도의 웃음을 유발한다. 김민희의 웃음은 ‘유쾌함’을 주는 웃음이어서 읽고 난 다음에 뒷맛도 좋다. 무지막지한 웃음이라기 보다는 책장을 넘기면서 키득키득거리게 되는 웃음인데, 그래서일지는 몰라도 자꾸만 지나간 책장을 다시 펼쳐보게 되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절망의 광야란 어떤 곳인가, 세상 사람들은 그곳을 세상의 끝이라 부른다. 절망의 광야 너머는 지도에도 그려져 있지 않다. 사람들은 그곳을 존재하지 않는 공간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절망의 광야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공간이다. 생명체가 들어가면 서서히 미치기 시작하여 결국 죽음에 이른다. 때문에 용맹한 군인들도 광야의 경계를 넘어 들어온 괴물들을 사냥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그때, 한 명의 용사가 홀연히 나타났다.” 김민희의 특기는 그 존재만으로도 웃음을 유발시키는 캐릭터를 잘 만들어낸다는데 있다. 앞선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젤리장수 다로”에도 독특하고 기상천외한 캐릭터들이 마구마구 등장한다. 주인공인 다로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도를 그리는 여자 미자나 군인 김씨, 인어 공주님 아마사 등등 그저 일상적인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웃음을 유발시키는 캐릭터들이다. 아직 1권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기대를 품기에는 충분한 분량이다. “초감각 개그 판타지”라는 작품의 의도에 맞게, 우울한 겨울날, 독자들도 ‘다로의 젤리장사 여행’에 동참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