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의 숲
“과거 동북 지방에는 산간에서 생활하는 사냥꾼을 ‘마타기’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곰을 전문으로 잡는 용감한 사냥꾼 무리가 아니 지방에 있었다…. 그리고 때는 메이지 말, 미츠하시 토미지, 17세-“ 일본의 근대화가 한참 진행되며 세계가 1, 2차 세계대...
2011-05-30
석재정
“과거 동북 지방에는 산간에서 생활하는 사냥꾼을 ‘마타기’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곰을 전문으로 잡는 용감한 사냥꾼 무리가 아니 지방에 있었다…. 그리고 때는 메이지 말, 미츠하시 토미지, 17세-“ 일본의 근대화가 한참 진행되며 세계가 1, 2차 세계대전에 휘말리던 다이쇼에서 쇼와에 이르는 시대에는 ‘마타기’라 불리던 사냥꾼들의 ‘거품기’였다고 한다. 한방약이 되는 웅담은 비싼 값이 붙었고, 곰의 모피도 깔개로 매우 귀하게 쓰였으며, 군대가 방한용 모피를 대량으로 필요로 한 시대였기 때문에 곰뿐만 아니라 담비, 산토끼, 여우 등의 모피도 잡으면 잡는 만큼 팔렸다고 한다. 하지만 태평양 전쟁이 종식되고 시대가 바뀌면서 이러한 거품기도 같이 끝이 났고 사냥만으로는 더 이상 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되면서 ‘마타기’라 불리던 사냥꾼들도 맥이 끊어져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북지방과 신슈의 깊은 산간에서 사는 마타기의 자손들은 자신들이 마타기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소개하는 일본 만화 “해후의 숲”은 이러한 ‘마타기의 거품기’ 시절에 활동했던 젊은 사냥꾼의 이야기를 소재로 당시의 생활상을 리얼하게 보여주며 ‘전통적 기법의 사냥’이라는 영역을 심도 깊게 파헤친 흥미진진한 ‘전문가’ 만화다. “지금은 물론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사냥이 허용되지 않는 일본 산양이지만, 당시 마타기에게는 곰 못지 않은 사냥감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모피의 우수성으로, 방한, 방습이 탁월해 마타기들도 곰이 아닌 산양의 모피를 둘렀다. 군사국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일본에 모피 수요가 많다는 것은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또한 고기도 매우 맛있어서 쇼와 시대의 마타기들은 ‘가장 맛있는 고기는 산양’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안타깝게도 확인할 길이 없다.” 일본만화산업의 저력은 상업성과 다소 거리를 두더라도 이러한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기획되고 생산된다는데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만화산업은 ‘잡지’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잡지 안의 구성을 채워내기 위한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들이 기획되고 제작되기 마련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일본의 ‘마타기’처럼 전문영역의 사냥을 하며 기술을 전수해나가던 사냥꾼들이 있었다. 함경도 지방에서 단도 하나를 이용해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던 ‘범잡이’라 불리던 사냥꾼도 있었고, 매를 이용해 사냥하던 매사냥꾼들도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예전에 한국만화산업이 잡지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절엔 이러한 것을 소재로 한 유명작가들의 작품들도 꽤 있었다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이러한 만화를 기획하는 작가와 편집자들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총 3권으로 이루어진 “해후의 숲”은 ‘혹부리 곰’이라 불리는 전설의 맹수를 쫓는 젊은 사냥꾼의 이야기로 메이지 시대의 사냥꾼들의 삶을 리얼하고 단단한 고증을 바탕으로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엮어낸 수작이다. 관심 있는 분들께는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