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우리
“너는 내일 이맘때쯤 무얼 하고 있을까? 늘 그랬듯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 생각하겠지만...정말로 그렇다면 좋겠네.” 괌에서 일본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수학여행의 추억을 곱씹으며 신나게 떠들던 한 무리의 중학생들을 태우고 별 탈 없이 비행하던 여객기가 ...
2011-05-27
김진수
“너는 내일 이맘때쯤 무얼 하고 있을까? 늘 그랬듯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 생각하겠지만...정말로 그렇다면 좋겠네.” 괌에서 일본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수학여행의 추억을 곱씹으며 신나게 떠들던 한 무리의 중학생들을 태우고 별 탈 없이 비행하던 여객기가 갑자기 칠흑 같은 어둠에 휘말리며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즐거웠던 비행기 안은 갑작스런 이상 현상에 모두 패닉에 빠지고 비행기를 덮친 강한 충격에 휘말려 모두 정신을 잃은 후, 그들은 지도에도 없는 이상한 섬에 불시착하게 된다. “정말, 세상은 불공평하다니까, 친구인 코우는 180센티미터가 넘는 배구부의 에이스...거기다 미남, 소꿉친구인 리온은 학교 제일의 미소녀이면서 체조부의 에이스...머리도 좋고, 거기에 비해서 나 같은 건...꼬마에, 바보에....아~아, 생각해봤자 소용없어. 어떻게 굴러가든 쓸모없는 인간이란 건 틀림없으니까....이 세계가, 바뀌기라도 하지 않는 한 말이야...” “소년 표류 EX”의 작가 야마다 요시노부의 최신작 “에덴의 우리(CAGE OF EDEN))”가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지도에도 없는 불가사의한 섬에 떨어진 소년, 소녀들의 처절한 “생존”을 주제로 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거대한 스케일로 1권부터 펼쳐지고 있다. “있을 리가 없어...있을 리가 없다고, 센고쿠. 이 도감은 보통의 도감이...아니란 말이야...이건, 멸종동물도감. 이 괴조의 이름은 디아트리마, 지금부터 5000만년도 전에 사라진, 멸종동물이야!!” 소년, 소녀들이 떨어진 섬은 지도에도 없거니와, 아득한 옛날에 멸종된 괴조와 괴수들이 날뛰고 있는, 말 그대로 ‘불가사의한’ 섬이다. 주인공인 센고쿠 아키라는 하나 둘씩 살아남은 동료들을 만나게 되고 어느새 불시착한 비행기에 도달, 소꿉친구인 소녀 리온을 만나기에 이른다. 그러나 리온에게 전해들은 불시착 이후의 상황은 너무도 끔찍한 이야기들뿐이었다. 아키라와 리온, 마리야 등의 생존자는 이 “불가사의한” 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진다. “지금 이 섬에는, 학생 195명, 교사 10명, 일반승객 115명, 사망한 사람의 수는 불명이지만, 약 300명이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다는 얘기가 돼... 룰(법률)이 없는, 이 섬에서... 학교에는 가지 않아도 되고, 자명종 시계도 필요 없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은 만큼 해도 되고, 그것이 지금의 우리들이야. 마치....우리에서 풀려나온 짐승 같잖아.” 이런 스타일의 만화는 참으로 재미있다. 상상력의 한계가 없는 장르이기 때문에 작가의 관록과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는 장르이기도 하다. 불시착한 비행기, 살아남은 300명의 사람들, 멸종된 괴수들이 날뛰는 지도에도 없는 섬...과연 이들은 평안했던 일본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모험과 액션이 난무하는 생존게임, 인간의 본성이 서로 충돌하는 극한의 상황, 이 모든 것을 극복해가는 주인공들...2권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