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헌터 (Witch Hunter)
“그러니까 14년 전인가... 그때까지 평화롭게 지내던 마녀들이 인간을 향해 전쟁을 시작했어, 갑작스런 선전포고 탓도 있겠지만, 그녀들의 어마어마한 능력 때문에 수많은 나라들이 마녀들의 손에 넘어갔지, 그래서 살아남은 국가들이 마녀에게 대항하기 위해 범국가기관을 만들었...
2010-10-02
김진수
“그러니까 14년 전인가... 그때까지 평화롭게 지내던 마녀들이 인간을 향해 전쟁을 시작했어, 갑작스런 선전포고 탓도 있겠지만, 그녀들의 어마어마한 능력 때문에 수많은 나라들이 마녀들의 손에 넘어갔지, 그래서 살아남은 국가들이 마녀에게 대항하기 위해 범국가기관을 만들었어, 그리고 마녀에게 대항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지닌 자들을 모았지, 그게 바로 위치헌터(Witch Hunter)야.” 대원 씨아이에서 발간되는 만화잡지 월간 “팡팡”에 2005년 10월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조정만의 “위치헌터”는, “팡팡”이 폐간된 후 온라인 만화잡지 “수퍼 챔프”로 연재매체를 옮겨 연재되고 있으며, 단행본은 2009년 11월 현재 9권까지 나와 있다. “WH A클래스 서부 소속 타샤 가스펠, 통칭 마탄의 사수, 잘 기억해둬!” “위치헌터”는 전형적인 판타지 만화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일본만화 “D-Gray man”과 아주 흡사한 설정을 가진 전형적인 퇴마 판타지 만화다. (표절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일본만화 “D-Gray man”이 악마군단에 대항해 싸우는 검은 교단에서 파견한 엑소시스트들의 이야기라면, 한국만화 “위치헌터”는 마녀군단에 대항해 싸우는 WH센터에서 파견한 위치헌터들의 이야기다. 두 작품의 전체적인 설계도가 이렇듯 유사한 것은, 판타지 만화 장르의 한계점에서 비롯된다. (물론 “해리포터”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같은 선도적인 작품도 간혹 나오긴 하지만) 그러나 두 작품의 설계도가 유사하면 할수록, 원조 격인 작품을 후발 작품이 필연적으로 닮아가게 되어있다. (“D-Gray man”은 2004년부터 ‘소년점프’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그러나 더 웃긴 것은 “D-Gray man”조차도 “강철의 연금술사”나 오바타 타케시의 판타지 만화를 표절했다는 이유로 소송에 휘말려 현재 ‘소년 점프’에서 퇴출당해 ‘아카마루 점프’로 연재매체를 옮겼다) 가령, 마녀들을 수호하며 전투를 벌이는 ‘서포터’의 개념이라든가, 위치헌터가 무기를 소환하는 차원 화랑의 주머니라거나, 각자의 필살기에 붙은 거창한 이름들이라던가 하는, “위치헌터”의 세세한 설정들에서 같은 장르의 기존 힛트작들에게 참고한 많은 ‘유사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부디...저주로 인해 수명이 다 하기 전에...절 찾아 주세요.” “위치헌터”는, 굳이 “강철의 연금술사”나 “D-Gray man”과 비교하지 않아도, 그 나름대로 재미를 갖춘, 꽤 잘 만들어진 만화다. 모든 창조는 모방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듯이, ‘상업적인 성공이 증명된 작품 설계도’는 다른 작가들의 창작 모티브가 되어 새로운 진화를 불러오는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흥행성이 증명된 기존의 작품 설계도’는 후발 주자들이나 신인작가들에게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하게 되는데, 그것은 작품의 재미를 어느 정도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미 성공한 흥행공식을 참고해서 작품의 뼈대로 삼고, 스토리나 캐릭터에 적절히 양념을 치고, 작고 세심한 변화를 시도한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흥행에 성공한다. 모방을 한다는 것도 아무나 잘 할 수 있는 재능이 아니기 때문에, 아주 섬세한 균형감각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어쨌든, “위치헌터”는 스토리나 캐릭터, 세계관, 연출, 작화 등 모든 것에서 ‘무난하다’ 평가할 수 있는, 재미있는 판타지 만화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