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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신 1권 표지 |
지구상에서 인류보다 우수한 종족은 없다. 적어도 현재 상황에서는 그렇다. (어느 외화에서처럼 우주인들이 지구상 어딘가에 거주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현실적인 데이터로 잡히지 않으니 일단 넘어가자.) 때문에 인간들은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모든 생명체의 가장 높은 꼭대기에 위치한다. 물리적인 힘으로야 호랑이나 곰에 비할 바가 못 되겠지만 그보다 더욱 강력한 무기, 일테면 총이나 대포 같은 것을 만들 수 있는 머리와 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가장 월등한 존재다. 헌데, 박성우의 <흑신>은 이 같은 사실에 반기를 든다.
인간? 최고 아니거든요. <흑신>에 등장하는 원신령은 인간과 다름없는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육체적으로는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종족이다. 이들이 인간과 싸우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게임이 안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원신령은 애초에 그렇게 악한 존재는 아닌 모양이었다. 단적으로 주인공 쿠로의 모습을 보면 그렇다. 백 미터를 8초대에 돌파하고, 제자리 점프로 농구골대 위에 올라앉을 수 있는 놀라운 육체적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그 능력들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런가보다 한다.
만일 인간들이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후후. 이거야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남들한테 직접적으로야 폐를 끼치지 않을지언정 적어도 일신의 안위를 위해 주야로 사용하지 않을까. 백옥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 짐작된다. 다행이다, 쿠로가 인간이 아니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을 것은 인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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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신 중에서 |
쿠로가 계약관계를 맺은 케이타는 육체적으로 봤을 때 평범, 그 자체다. 게임기획자로서 머리는 좋겠지만 인간사회의 질서 대신 약육강식의 법칙만 존재하는 곳에서라면 도태되기에 딱 알맞은 도시인의 표본이다. 다른 원신령들이 케이타를 보고서 그와 계약한 쿠로를 한심하게 생각할 정도다. 게다가 매일 케이타한테 구박받는 쿠로의 모습을 본다면 계약을 잘못해도 한참은 잘못한 것. 하지만, 어쨌거나 이미 계약을 해 버린 이상 두 인물의 관계는 공생공사. 요컨대 한 쪽이 죽으면 나머지 한 쪽도 죽는 운명공동체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관계는 특별해진다.
원신령으로서 쿠로의 능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그것을 더욱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것은 케이타의 몫. 즉 케이타가 분노하면 분노할수록 쿠로의 능력치는 올라간다. 케이타의 체력이 강해지고 정신적인 능력을 끌어올리면 그만큼 쿠로의 능력도 향상되는 것이다. 이는 원신령이 비록 육체적으로 강할지 몰라도 그들의 운명 역시 인간에게 속해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인간은 언제라도 가능성과 희망을 지닌 생명체다.
일본잡지에 연재된 후, 다시 국내시장으로 역수입되는 약간 특별한 구조로 독자들과 만나는 <흑신>. 그만큼 국내시장 이전에 일본시장에서 먼저 통할 수 있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하지만 국내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그 바탕에는 일본과 한국을 개의치 않는 소재와 주제가 존재하기 때문 아닐까. 바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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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vol. 40호
글 : 김미진
[기본 정보]
책 제목 : 흑신 - 黑神 (원제 :黑神)
작 가 : 글 임달영, 그림 박성우
출 판 사: 대원원씨아이(주) , 총 3 권 (미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