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의 아이
“....난 이제 두 번 다시 물에 들어가지 않겠소. 바다엔 마물이 살고 있어.” “마녀”, “영혼”, “리틀 포레스트” 등의 작품으로 한국에도 소개된, 독특한 느낌의 일본 작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해수(海獸)의 아이”는, 바다를 무대로 한 매우 서정적이며 몽환...
2010-09-18
김현우
“....난 이제 두 번 다시 물에 들어가지 않겠소. 바다엔 마물이 살고 있어.” “마녀”, “영혼”, “리틀 포레스트” 등의 작품으로 한국에도 소개된, 독특한 느낌의 일본 작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해수(海獸)의 아이”는, 바다를 무대로 한 매우 서정적이며 몽환적인 느낌의 판타지로,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압도적인 작화력과 유려한 연출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수작(秀作)이다. “별의, 별들의, 바다는 낳아준 어머니, 인간은 유방, 하늘은 놀이터” 전작인 “마녀”에서도 기존의 일본 만화에서 보여 지는 상업적인 느낌과는 많이 다른, 소위 말하는 ‘Art’의 느낌이 물씬 풍겼던 이가라시 다이스케지만, 이번 작품 “해수(海獸)의 아이”에서도 그런 성향은 더욱 깊어졌다. 현재까지 3권이 넘어가는 장편(한국어판이 매 권당 320p가 넘어가는 두꺼운 책으로 3권까지 출시되어 있다)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상업적인 느낌으로 작품이 물들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와 색체를 꿋꿋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런 류의 작품은 독자에게 쉽고 친절하게 다가오진 않지만, 그 작품이 담으려 하고 있는 어떤 의지와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이 범상치가 않고, 또 그렇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어렸을 때 수족관에서 유령을 본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해수(海獸)의 아이”는 바다에서 태어나고, 바다 속에서 성장한, 인간이면서도 인간이 아닌 매우 신비스러운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인 루카는 평범한 인간들과 이 신비한 소년들을 이어주는 매개체, 일종의 ‘샤먼’ 같은 존재로 이 이야기의 화자(話者)이자, 작품을 이끌어가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난 우미(海). 넌?” “해수(海獸)의 아이”에는 ‘우미’와 ‘소라’라는 신비한 소년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갓 태어났을 때부터 두세 살 무렵까지 계속 바다 속에서 생활한, ‘인어’같은 존재다. 10년 전 필리핀의 한 해안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때 듀공 무리에게서 보호받으며 키워지고 있었으며, 일반 사람들과는 아예 다른 호흡법과 진화된 내장기관을 통해 두세시간씩 바다 속을 헤엄쳐도 아무렇지도 않다. 그러나 피부가 건조함에 극단적으로 약해 지상에서는 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으며, 물속에 있는 편이 컨디션이 좋아서 평상시에는 주로 수족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전 세계의 바다에서 이러한 사람과 물고기의 능력을 모두 갖춘 ‘인어’ 소년들이 몇 차례씩 발견되고 있으며, 그들이 사라질 때마다 바다에서는 이상 징후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곤 한다. “해수(海獸)의 아이”는 ‘우미와 소라, 그리고 그들과 공감하는 소녀 루카’의 존재를 통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작가의 성찰을 담고 있는 작품인데, 전작인 ‘마녀’에서 옴니버스 식으로 보여주었던 ‘자연과 인간의 신비한 일체감’을 긴 호흡의 장편으로 풀어내고 있다. 쉽지는 않지만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미묘하면서도 애잔한 바다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