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철저하...하게 고독하면 뭔가 이....이룰텐데....그렇지도...모...못하고....고...고독을 세...속의 욕정으로 발산도 못하고 그...그저 얼치기 고독이지....” “넥타이”는 허영만의 1998년 발표작으로, 꿈을 쫒기에 지쳐 현실에 발을 담그길 선택한...
2010-09-18
석재정
“철저하...하게 고독하면 뭔가 이....이룰텐데....그렇지도...모...못하고....고...고독을 세...속의 욕정으로 발산도 못하고 그...그저 얼치기 고독이지....” “넥타이”는 허영만의 1998년 발표작으로, 꿈을 쫒기에 지쳐 현실에 발을 담그길 선택한 한 영화학도가 서서히 세상에 적응해 가는 이야기를 다룬 성인극화로, 한 권짜리 단편집이다. 허영만은 1994년 作 “미스터Q”와 1995년 作 “세일즈맨”, “오늘은 마요일”, 1997년 作 “안개꽃 카페” 등의 작품에서, 기존의 성인극화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혀 새로운 형식의 성인극화를 만들어 가기 시작하는데, 기존의 성인극화들과 가장 대표적인 차이점으로는, 주인공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주변 인물들에게 골고루 포커스를 맞추는 연출방식을 들 수 있겠다. 이는 다른 작가들의 성인극화와는 확연히 다른, “허영만식 성인극화”의 특징이다. “미안하지만 난 그때 아버지 같은 넥타이 맨 노예로서의 삶을 거부했다. 난 나의 몽상과 기질을 100% 반영한...내 고유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결심했었지.” 허영만은 어느 인터뷰에서 “지금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형식의 작품은, 정보가 들어있는 전문 소재만화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보가 들어있는 전문 소재만화”라면,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음식과 요리에 대한 만화 “식객”이 있을 것이고, 그 외에도 도박, 경마, 정치, 골프, 비즈니스맨, 세일즈맨, 샐러리맨 등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소재들을 발굴하여, 특유의 유려한 필체로 ‘어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다채로운 성인극화를 만들어냈다. “너...넥타이 맬 생각 없니?” “넥타이”는 샐러리맨들의 상징이다. 작품의 중간에 보면 하필과 윤시내의 대화에서 “넥타이의 효용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한다. “넥타이”를 싫어하는 하필에게 윤시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넥타이는 남성이 자신만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에요. 통계에 따르면 사람은 상대방을 쳐다볼 때 자신도 모르게 넥타이 매듭, 즉 브이존(V-zone)근처에 시선이 머물게 된대요. 또 전문가들은 약 7초 안에 그 사람의 첫인상이 결정 된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자신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타이가 미치는 순간적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죠.” 허영만 특유의 정보전달 방법이다. “시내씨의 고통을 가중시키기 위해 파견된 악마의 사진을 마음속으로 부터 찢었소?” “넥타이”는, 영화감독을 꿈꾸며 외국 유학까지 마치고 돌아온 청년 하필이, 한국영화계의 열악한 현실 속에서 결국 자리를 잡지 못하고 광고대행사에 취직, 샐러리맨의 인생에 서서히 적응해 가는 이야기로, 허영만 특유의 연출법이 유려하게 발휘된 수작(秀作)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광고 회사 버전 “미스터Q”라고 할까? 이런 형식의 성인극화에 노하우가 쌓일 만큼 쌓인, 허영만의 관록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한 권으로 끝내지 말고 장편으로 이어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드는, 팬으로써 못내 아쉬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