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게게의 기타로
“선생님, 까마귀가 세 번 울고 땅강아지가 네 번 울면 기타로가 나타난다던데요.” 일본의 ‘국민 요괴’라 불리는 “게게게의 기타로”의 원작 만화가 드디어 한국어판으로 출시되었다. 출판사는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바벨 2세”, “도쿠카와 이에야스”, 데즈카 오사무의 ...
2010-09-07
김진수
“선생님, 까마귀가 세 번 울고 땅강아지가 네 번 울면 기타로가 나타난다던데요.” 일본의 ‘국민 요괴’라 불리는 “게게게의 기타로”의 원작 만화가 드디어 한국어판으로 출시되었다. 출판사는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바벨 2세”, “도쿠카와 이에야스”, 데즈카 오사무의 “MW” 등 일본의 전설적인 만화들의 한국어판을 출간한 AK 커뮤니케이션즈로 이번엔 미즈키 시게루의 대표작이자 일본인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요괴라는 “게게게의 기타로”를 출간하였다. 일본 요괴만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게게게의 기타로”의 저자 미즈키 시게루는 평생을 일본의 민속연구에 몸 바쳤고 그 중에서도 특히 요괴라는 소재를 학문의 경지로까지 끌어 올린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세계 요괴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고 한다) 미즈키 시게루는 태평양 전쟁에 징집되어 뉴브리텐 섬에서 폭격을 당해 왼팔에 심한 상처를 입고 결국 마취 없이 절단 수술을 받았다고 하는데, 만화가로서 왼팔이 없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핸디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국민적인 만화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래 “게게게의 기타로”는 만화가 아니라 종전 후 일본에서 유행하던 ‘그림 연극’의 하나였다고 한다. 종전 후에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하던 미즈키 시게루가 이웃의 소개로 ‘그림 연극’ 작가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때 그가 발표한 괴기물들이 꽤 좋은 반응을 보이자 1960년 이 작품의 전신인 “유령일가 묘지의 기타로”를 발표한다. 이 작품에 주목한 강담사가 자사가 발행하는 만화잡지 “주간 소년 매거진”에 1965년부터 부정기 지면을 할애하게 되고, 연재 초기에는 독자들의 반응이 너무 없어 연재를 중단 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그 직후부터 이 만화에 대한 재연재 요청이 쇄도하였고 결국 이것이 계기가 되어 “게게게의 기타로”라고 작품 제목을 변경하고 정기적인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968년 후지TV를 통해 대망의 애니메이션 첫 시리즈가 전파를 타게 된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이때부터 시작된 일본의 요괴붐에서 “게게게의 기타로”는, 일본 요괴 대백과같은 존재가 되어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되고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매체를 넘나들며 계속적인 리메이크가 이루어졌다. (2007년, 2008년 연속으로 실사영화화가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류스타 소지섭이 이 영화의 요괴 중 하나로 출연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은 현재 5기까지 나와 있다.)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인 돗토리 현 사카이 미나토 시에는 “게게게의 기타로”를 테마로 한 ‘요괴마을’ 테마파크가 있는데, 만화에 등장하는 요괴 동상 백 수십 개가 세워져 있는 ‘미즈키 시게루 로드’와 종점의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에는 연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무려 40여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한국의 독자들을 만나러 온 일본의 ‘국민 요괴’를 책으로 만나보는 것도 독자제현에게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