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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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옥도

“2009년 일본은 배심원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태평양 전쟁 이후 변하지 않았던 법제도를 개정, 형법이 전면적으로 재검토 되었다. 세계 경제 회복은 아직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흉악 범죄는 더욱 증가하고 있었다. 한편, 서구의 요구와 비판, 그리고 여론에 따라 윤...

2010-09-03 석재정
“2009년 일본은 배심원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태평양 전쟁 이후 변하지 않았던 법제도를 개정, 형법이 전면적으로 재검토 되었다. 세계 경제 회복은 아직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흉악 범죄는 더욱 증가하고 있었다. 한편, 서구의 요구와 비판, 그리고 여론에 따라 윤리적인 면에서 사형 제도를 폐지, 그리고 사형 대신에 1908년 이후, 폐지됐던 유형(귀양) 제도를 부활시켰다. 죄의 경중에 따라 섬으로 보내는 ‘근류’, ‘중류’, ‘원류’의 세 단계로 결정된 유형....‘귀양’이란 제도를!!” “천옥도”는 사형제도가 폐지되고 대신 “유형”제도가 부활된 가상의 미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다섯 명을 죽이고 유배형을 선택한 한 남자의 시선으로, 인간들이 스스로 만들어 낸 지옥의 참상을 보여주는 호러 판타지다. “선고! 피고 미코시바 에이! 다섯 명의 존엄한 목숨을 해친 그 죄가 너무 무겁다.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으므로... 신형법 제 x조에 의거, 제 1급 유형인 귀양, ‘원류 천옥행’을 선고한다!!” “천옥도”는 사형제도가 없어졌다는 가정 하에, 살인범들을 비롯한 각종 흉악범들을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에 격리시킨다는 설정이다. 사회와 철저히 격리된 섬에서 흉악범들은 나름대로의 규율과 질서를 유지하며 자신들만의 야만스러운 세계를 구축한다. 이런 류의 이야기에 꼭 등장하는 것들이 대개가 잔혹한 살인 장면, 파괴적이고 파격적인 인간형, 생경하고 황량한 풍경 등 주로 호러 장르의 코드들이다. “천옥도”에는 이런 장면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점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이 압권인 만화다. “앞으로 너희들에겐 한없이 자유로운...섬에서의 생활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는 법도, 권리도...국가의 원조도 없습니다....제 1급 유형, ‘원류 귀양’, 바로 이곳이 그 ‘천옥도’, 우리나라지만, 우리나라가 아닌 곳!, 여기는 너희들처럼...국가로부터 공존하는 것을...거부당한 놈들이 사는 섬!!” 흉악범들이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살아간다는 설정은, 그간 많은 작품들에서 사용된 흔한 설정 중의 하나다. 형민우의 최신작 “고스트페이스”가 그랬고, 모리타 켄지의 “전광석화”가 그랬다. 이 작품과 아주 똑같지는 않아도 아주 유사한 설정의, 흡혈귀들만 사는 섬에서 벌어지는 모험이야기인 마츠모토 코지의 “피안도”도 있다. 이런 류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배당한 흉악범들이 어떤 식의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느냐가 포인트가 된다. “자신들만의 세계”라는 설정은 아주 중요한데, 그들만의 규칙과 질서, 그들만의 권력관계, 그들만의 형벌제도, 그들만의 생산방식과 분배방식 등 전반적인 것에서 일반인들이 살아가는 사회와 판이하게 달라야 작품의 재미와 신선함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천옥도”에서는 일단, 공동 농장체제와 노예제도를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