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귀는 틀림없이 비사문천이 네게 주신 힘이다. 원망할 게 아니라 자랑스러워해야지, 그리고 이 카케토라와 약속해라, 누구보다도 강해지겠다고.” 센고쿠 시대(일본어: ??時代, せんごくじだい)는, 15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초까지 일본의 사회적, 정치적 변동 및 계속되는 내란의 시기이다. 이 당시 일본은 각 지역을 주름잡은 다이묘들 간의 영토분쟁으로 전쟁이 끊일 날이 없었으며, 백성들은 지옥 같은 참상들을 겪어야만 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전국이 통일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에도 시대’가 시작되기까지 200여년에 걸친 이 혼란의 시대는, 전설, 이야기, 전투, 야사, 인물 등등의 매력적인 수많은 소스(source)가 존재해, 작가들의 상상력을 무한히 자극하는 일본 콘텐츠 산업의 보물창고 같은 시대가 되었다. “카케토라가 누구인지 안 건 불과 1년 전, 우연히 발견한 대행군, 이 에치고의 영주인 ‘군신’ 나가오 카케토라, 카케토라가 최강의 사내라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자신이 가야할 곳을 찾은 순간이었다.” 이 시대를 주름잡은 무장 중 한 명이자 에치고의 영주였던 ‘우에스기 켄신’은, 그 독특한 이력과 “불패전설” 때문에 수많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인물이다. 출가 전 이름은 나가오 카케토라이고, 출가 후엔 우에스기 켄신으로 불렸다. 형을 대신하여 당주에 자리에 앉아 주변의 다케다 신겐, 호조 우지야스, 오다 노부나가 등의 쟁쟁한 센고쿠 다이묘들과 전쟁을 벌였다. 스스로 비사문천의 화신이라 믿어 전장에서 뛰어난 군략을 보여 “에치고의 용(龍)”혹은 “군신(軍神)”이라 불렸다. 사심 없는 행동과 의리 있는 행동으로 인해 센고쿠 무장 중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우에스기 켄신은, 15세 때 첫 출진을 했으며 49세에 갑작스럽게 죽을 때까지, 다케다 신겐, 호조 우지야스라는 당대 굴지의 무장과 전투를 계속하면서도, 한 번의 패전도 없었다는 점과 평생 육식과 여자를 멀리한 금욕적인 면 때문에, ‘신장(神將)’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런 그를 따라다니는 ‘야사’로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었다는 설, 병적인 광기에 취한 천재였다는 설, 노부나가가 보낸 자객에 의해 암살되었다는 설 등이 있는데 그 베일에 싸인 기행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오가고 실제로 몇몇 역사적 문헌들도 존재한다고 한다. “어느 쪽도 아니야, 우리는 그냥 도구다.” 여기에 소개하는 “풍운의 첩자단 노키자루”는 센고쿠 시대를 무대로 펼쳐지는 액션활극으로, 우에스기 켄신의 닌자집단 “노키자루”의 활약을 다룬 작품이다. 이 만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노키자루”는 이 시대에 실제로 존재한 첩자집단이라고 하는데, ‘전쟁을 치를 때 정보를 얻는 것을 중시한 우에스기 켄신이 “노키자루”라는 닌자 집단을 거느렸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기인한 것으로, 작가는 실제로 존재한 “노키자루”의 역사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만화로 재구성하고 있다. “시노비란, 가신단과는 별도로 고용되는 특수한 집단, 적의 정보를 훔치고 조작하며, 뒷공작이나 유괴, 암살을 그 임무로 한다. 오직 주군 카케토라의 명령으로만 움직이는 군신의 심복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아사히는, 멀리 떨어진 곳의 발소리나 짐승들의 작은 소리, 심지어는 집안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까지도 가려들을 수 있다는, 전설의 ‘천리 귀’의 소유자다. 어릴 적 카케토라에게 목숨을 구명 받고 언젠가는 그를 위해 일하겠다는 꿈 하나로 자신을 단련하며 산 속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던 아사히는, 우연한 기회에 카케토라의 시노비, 잇신과 만나게 되어 카케토라와 인연을 맺고 ‘노키자루’의 일원이 된다. 이 만화는 아사히의 “천리 귀”라는 특수한 능력과 실제로 있었던 “노키자루”라는 닌자 집단을 뒤섞어 당시에 벌어졌던 실제 전투에 투입시킨다. 상상과 사실이 혼재한 픽션으로 극을 이끌어가면서, 독자는 작가가 만들어놓은 그물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강해지겠다고 약속한 카케토라가 최강의 사내였다는 걸 알고, 참을 수 없이 기뻤어! 나는 카케토라보다 더 강해져서 이번에는 내가 카케토라의 힘이 되어줄 거야.” 우에스기 켄신에게 “노키자루”가 있었다면, 그의 최강의 라이벌이자 가장 큰 적인 타케다 신겐에게는 “미츠모노”가 있었다. 당시 ‘천하에 제일 가깝다’는 평을 듣던 카이의 영주 타케다 신겐은, 조략(粗略)의 천재라 불리면서 최고의 기동력과 정보력을 자랑하던 무장으로, “풍림화산(風林火山)”이라 불리던 최강의 기병대와 “미츠모노”라 불리던 최상급의 닌자 집단을 운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는,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책략을 발휘해, 전국에 이름을 떨친 타케다 신겐의 유명한 군사(軍師) 야마모토 칸스케가, “미츠모노”의 수장으로 설정되어 “노키자루”의 앞을 막아서는 거대한 벽으로 등장한다. “풍운의 첩자단 노키자루”는 아주 적절한 ‘흥행공식’을 따르고 있는, 잘 만들어진 만화다. 현재로선 1권밖에 나오질 않아 더욱 자세한 소개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1권에서 보여준 전개와 기술 수준만으로도 앞으로의 이야기는 더더욱 흥미진진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캐릭터”에 있어 강점을 보이고 있는데, 특수한 능력을 가진 닌자들의 이야기를 허무맹랑하거나 판타지처럼 그려내지 않고, 인간적인 고민을 하는 현실적인 캐릭터로 그려낸 점이 작품의 드라마 구조를 강화시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