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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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이

“여긴 사람을 저주하는 힘이 강한 인간들이 사는 마을, 먼 옛날부터 그런 부류의 인간이 자연스럽게 모여들고 도태됐어... 지금은 국가의 비공식 보호구....평범한 사람은 하루도 못 버텨, 갓난아기는 즉사, 일정한 주력(呪力)으로 균형을 유지하게 된 세계...” 매...

2010-08-20 김현우
“여긴 사람을 저주하는 힘이 강한 인간들이 사는 마을, 먼 옛날부터 그런 부류의 인간이 자연스럽게 모여들고 도태됐어... 지금은 국가의 비공식 보호구....평범한 사람은 하루도 못 버텨, 갓난아기는 즉사, 일정한 주력(呪力)으로 균형을 유지하게 된 세계...” 매우 독특한 소재의 만화 한 편을 찾았다. 제목은 “주가이(呪街)”, ‘주력자(呪力者)’라 불리는 초능력자들을 한 곳에 모아 국가가 격리시킨 어느 마을의 이야기로, 소재도 진행방식도, 주제도, 스토리도 매우 독특하다. 이렇게 참신한 설정의 만화는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우리들을 심판하는 법은 없어도, 살인자임에는 변함없어, 그러니까, 다들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모여드는 거야, 여기가 우리들의 서식지, ‘밖’에서는 박해받거나 이용당하겠지만, 여기선 자유롭게 살 수 있어, 해로운 짐승끼리 서로 죽이는 것뿐이니까, 정부도 눈감아주고 보호도 해주지, 낮선 마을에서 원념에 둘러싸여 생활하는...저주하는 능력밖에 없는 인간에겐 그런 삶이 어울려...” 제목인 “주가이”, 한자로는 ‘呪街’이다. ‘呪’는 음은 ‘주’로 읽고, 뜻은 ‘빌다, 바라는 대로 되어달라고 빌다, 저주, 저주하다’의 뜻이 있는데, 아마도 이 작품에서는 ‘저주하다’의 뜻으로 쓰인듯하다. ‘街’는 음은 ‘가’로 읽고, 뜻은 ‘거리, 시가, 한길, 대로, 네거리, 십자로’ 등의 뜻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거리’ 또는 ‘십자로’의 뜻으로 쓰인 것이 아닐까한다. 즉 한국어로 의역하면 ‘저주하는 거리’, 또는 ‘저주의 거리’, ‘저주의 십자로’ 쯤이 아닐까 하는데, 이 어려운 제목에 이 작품의 모든 함축적 의미가 담겨있다. “타인의 생명유지기능을 저하시키는 힘이야, 원리와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어, 난 내성이 있어서 괜찮지만...” 이 작품의 핵심 키워드는 특수한 초능력자인 ‘주력자(呪力者)’다. 각자의 능력이 조금씩 다르지만 능력의 본질은 같은데, 이들은 원념만으로 물리적 힘을 가하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주력자(呪力者)’ 중 어떤 이는 자신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주위 반경 30m안에 들어오는 사람이 모두 목숨을 잃는 무시무시한 능력자도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런 능력을 ‘주력(呪力)’이라 부르곤 하는데, 이것은 우리 생활 속에서 흔히들 말하는 ‘저주’와 비슷한 개념이라 생각하면 된다. “주가이”란, 이런 ‘주력자(呪力者)’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이 위험하면서도 유용한 능력자들을 국가는 비밀리에 보호하고 한 곳에 격리시켜 관리하면서 ‘공생’의 길을 모색한다. 주가이의 관리 시스템은 선발된 공무원들이 각종 보호 장구를 하고 정기적인 연락이나 거리 청소(사체 수거), 교육, 세미나 등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또 아직 이 마을로 들어오지 못한 채 시민들과 섞여서 살고 있는 ‘주력자(呪力者)’들이 증상이 발병해서 일반 시민에게 피해를 끼치면(아니면 아예 발병하기 전에 찾아내서) 그들을 마을로 인도하는, 주력이 잘 통하지 않는 내성을 지닌 특수체질 인간 ‘운반자’도 있다. 그리고 현재 ‘주가이’는 네 명의 강력한 능력자들에 의해 세력이 나뉘어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이 설정을 기본으로 ‘저주’의 힘을 가진 자들이 모여서 사는 마을,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탄탄한 스토리로 이끌어가고 있는 만화 ‘주가이’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