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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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앤하프

“좋아해 이츠키, 언제까지나 함께 있자” 어릴 적 첫사랑이었던 남자애가 여장남자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참신한 설정의 “하프 & 하프”는 2권 분량의 짧은 일본 순정만화다. 실제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심각한 사회적 토론...

2010-07-30 석재정
“좋아해 이츠키, 언제까지나 함께 있자” 어릴 적 첫사랑이었던 남자애가 여장남자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참신한 설정의 “하프 & 하프”는 2권 분량의 짧은 일본 순정만화다. 실제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심각한 사회적 토론 주제나 소수자의 인권 같은 진지한 문제로 접근하는 작품은 아니며 소소한 느낌의 특이한 러브 코미디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우린 사이좋은 ‘여자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하프(half)라는 단어는 원래 ‘반(半)’이라는 뜻의 영어인데, 이쪽 세계(?)에서는 ‘여장 남자’를 지칭하는 단어인 것 같다. 육체는 남자인데 정신은 여자인 그런 사람들을 ‘하프’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이쪽으로는 자세한 지식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어쨌든 단어의 어원이나 의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이 만화에서는 주인공의 정체성에 대한 상징정도로 생각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여자 주인공 히나가 좋아하는 사람이 ‘여장 남자’라는 것이 이 만화의 가장 큰 핵심줄기이며 모든 에피소드들도 거기에서부터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폐도 함께 살아가는 생활의 묘미 중 하나란다.” 작품의 주요 정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을 자신의 세계 안에 받아들여가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주인공인 히나부터 이츠키의 할머니, 이츠키의 부모, 동생, 더 넓게는 작품의 무대가 되는 시골마을의 사람들까지 ‘여장 남자’라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매우 동떨어진 한 명의 인간과 어떤 식으로 공존해 가는가 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난 이츠키가 좋아, 남자든 여자든 좋아해,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1권의 마무리부분에서 히나가 술에 취해 이츠키에게 고백하는 모습에 이 작품의 주제이자 ‘여장 남자’에 대한 작가의 사회적인 함의가 담겨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에는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이 없으며 때론 그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나 강고한 도덕률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사실 흉악무도한 살인범이나 어린아이들에게만 성욕을 느끼는 정신이상자들도 멀쩡히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이츠키같은 사람들은 단순히 자신의 성정체성을 부정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많은 고난과 핍박을 받으며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남이라도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괴로움쯤은 알아요!” 이 작품의 마지막 주제는 이츠키와 가족의 화해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어디서나 당당하고 씩씩한 이츠키가 유일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자신의 부모다. 이 가장 난해한 문제를 히나가 해결해주면서 이 작품의 ‘참신한 러브라인’은 급속도로 전개된다. 작품의 맨 마지막에 연인으로서도 친구로서도 아닌 무언가 미묘한 제 3의 길로 걸어가는 히나와 이츠키 커플을 보면서 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삶들이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