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fly 애장판 (Collected Short Stories 1)
“친애하는 쥬노의 국왕폐하, 언제나 폐하의 호의와 배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잃고 가족과 지우들을 잃은 저를 거두어 주신 큰 은혜,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요. 허나 이제는 저로 인해 무언갈 감수해야 되는 불편은 그만두십시오. 저는 당신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당신...
2010-07-24
김현우
“친애하는 쥬노의 국왕폐하, 언제나 폐하의 호의와 배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잃고 가족과 지우들을 잃은 저를 거두어 주신 큰 은혜,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요. 허나 이제는 저로 인해 무언갈 감수해야 되는 불편은 그만두십시오. 저는 당신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당신을 존경하는 친우, 아르튀르 러셀 헤르니카 3세, 추신: 부디 저 시건방지고 안하무인인 수호기사 놈을 그만 거두어가 주심이...” 김연주의 만화를 접하면 제일 처음으로 받는 느낌이 “팬시한 느낌의 일러스트다” 또는 “일본 만화 같은 표지다”일 것이다, 그 다음에 책을 읽어보면 받는 느낌이 “스토리가 깔끔하다”, “대사의 느낌이 좋다”, “구성이 짜임새 있다” 일 것이다. 어쨌든 전반적인 평이나 팬들의 반응으로 보면, 김연주는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드는 한국작가임에 틀림없고, 자신만의 확고한 팬들을 보유한 순정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는 마음이 약해 못하는 일을 제가 대신 하기 위해서입니다.” “FLY”는 대원에서 발행하는 만화잡지 ‘Issue’에 6부작으로 연재된 단편으로, SF 느낌이 나는 판타지 공간을 무대로 비밀에 싸인 공주님, 공주님을 지키는 기사, 젊고 잘 생긴 왕이 모두 등장해 미묘한 삼각관계를 펼치는 작품으로, 소녀 팬들이 순정만화에서 충족하고자 하는 니드(Need)와 원트(Want)를 매우 잘 갖추고 있다 할 수 있다. “난 너한테 갚을 게 있으니까,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야.” “FLY”의 매력은 다른 무엇보다도 작화다. 김연주의 깔끔하고 세밀한 펜선에 의해 섬세하고 팬시하게 표현된 캐릭터들은, 독자에게 잘 만들어진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야기 자체도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판타지이다 보니, 책을 읽는 내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날개는 헤르니카 왕가의 잊혀진 혈통 같아, 건국신화에도 등장하는데, 단순히 왕가의 위상을 위한 천인(天人)사상은 아닌가 봐.” “FLY”의 강점은 그리 무겁지 않은 단순한 스토리를 잘 짜여진 구성으로 커버하는데 있다. 비밀을 간직한 몰락한 왕국의 공주와 그를 지켜주려 하는 젊고 잘생긴 왕,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명령을 수행하며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는 수호기사, 약간은 안타깝고 때론 짜증나기도 하는 이 삼각관계가, 김연주의 정교한 연출 속에 탄탄한 구성으로 짜여져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게 만들어 준다. 어느 시대나 드라마의 구성은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뼈대 같은 것이어서먬락한가의 초기작이라 그런지 조금은 빈약해 보이는 설정이나 인물의 개연성먬락갈등의 인과성 같은, “FLY”의 약점을 탄탄한 극적 구성이 잘 커버해준다. 처음엔 라이넬을 싫어하다가 몇 번의 위기를 겪으면서 자신을 지켜주는 그에게 점점 더 마음을 뺏기게 겪으아르튀르의 감정선이 아주 무겁지도이 아주 가볍지도 않게 좋은 흐름을 탄다. 또 컷 중간 중간에 자주 등장하는 개그 컷도 만화를 재밌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