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대륙을 먹어치우고, 세 개의 바다를 집어삼키고도, 하늘만은 어째볼 도리가 없다. 날개도 팔도 다리도 없는 이 몸뚱이로는, 나는 세계뱀, 나의 이름은 요르문간드.” 지구의 어느 곳에서든 반드시 전쟁은 일어나고, 인류가 존재해 온 역사 속에서 한 순간도 전쟁은 멈추지 않았다. 지구의 어느 곳에서는 평화와 사랑을 노래하며 축제를 즐기는 땅이 있지만, 다른 어떤 곳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폭탄을 나르고 형제간에 총질을 해대는 땅도 있다. 가장 무서운 사실은, 그 두 가지 사실이 공간만 다를 뿐, 같은 시간대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일본만화 “요르문간드”는, 바로 이런 분쟁의 땅을 찾아다니며 무기를 파는 무기 상인과 그를 호위하는 용병들의 이야기로 치밀한 극적 구성, 화려한 액션씬, 설득력 있는 스토리 등 만화의 삼박자를 두루 갖춘 수작(秀作)이다. “아빠, 엄마를 죽인 것은 저런 시험용 전투기에 신형 폭탄...무기를 고안하는 놈, 만드는 놈, 팔아 치우는 놈, 쓰는 놈, 나는 그 놈들을 영원히 증오할 것이다. 그런 내 마음을 신은 아는지 모르는지...코코 헥마티아르라 자처하는 젊은 웨폰 딜러, 나는 무기상인과 함께 여행을 했다.” “요르문간드”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캐릭터다. 주인공인 코코 헥마티아르는 세계적인 해운왕의 딸이자, 군산복합체 HCLI사에 소속되어 유럽, 아프리카 지역의 중개, 운반을 맡고 있는 젊고 매력적인 무기 상인이다. 치밀하고 깔끔한 장사수완과 8개 국어 이상을 구사하는 언어 능력, 타고난 직감과 배짱, 두 수 앞을 내다보는 예측력까지, ‘무기상인’이라는 직업에 필요한 모든 것(돈, 인맥, 배경, 조직, 실력)을 다 갖춘 여자다. 만화는 코코의 무기거래 현장을 하나하나 배경으로 삼고 한 권에 하나 정도의 에피소드가 진행되는데, 매 순간마다 코코를 호위하며 할당된 임무를 수행하는, 코코의 사병조직인 ‘아홉 명의 용병’들이 이 만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넌 평생 무기를 버릴 수 없을 거다. 그 녀석에 대한 증오는 누구보다 강하지만, 그 녀석을 가짐으로써 얻게 될 든든함을 잘 알고 있으니까, 날 따라라, 요나, 난 무기상인, 네가 그 녀석과 사귈 방법을 가르쳐 주지.” 현재 한국어판으로 6권까지 나와 있는 “요르문간드”는, 진행되는 에피소드마다 ‘아홉 명의 용병’들의 과거를 이야기 속에 녹여 소개하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독자에게 심어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코코와 동급인 주인공 캐릭터라고 할 만한, 무표정한 얼굴의 소년용병 요나, 최강의 칼잡이지만 조금은 푼수 같은 캐릭터 외눈박이 여자 바르메, 매서운 관록이 느껴지는 용병들의 리더 렘, 엄청난 테크닉을 자랑하는 폭파기술자 와이리, 1km밖에서 적의 총구를 맞추는 스나이퍼 루츠, 최고의 포병출신 마오, 마피아 출신의 운전병 우고 등등 ‘코코의 용병’들의 활약을 보는 재미로 이 만화가 술술 넘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거대한 뱀 ‘요르문간드’, 그 뱀이 자신의 입에 문 꼬리를 풀었을 때 세계는 끝을 가리키는 원을 잃고 붕괴한다고 하며 그 맹독은 신도 죽일 수 있다고 한다. ‘전쟁과 인간’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만화적 매력으로 잘 녹여낸 “요르문간드”를 독자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