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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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월야행

“치안담당 수사관 핫토리 한조우, 저승 갈 때 잘 기억해둬라.” ‘닌자’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 ‘핫토리 한조우’는 전국시대에 실존했던 장수이며 1대에서 4대에 걸쳐 도쿠가와 가문을 음지에서 떠받친 전설적인 무장이기도 하다. 사실 ‘한조우’라는 이름은 핫토리 ...

2010-07-10 석재정
“치안담당 수사관 핫토리 한조우, 저승 갈 때 잘 기억해둬라.” ‘닌자’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 ‘핫토리 한조우’는 전국시대에 실존했던 장수이며 1대에서 4대에 걸쳐 도쿠가와 가문을 음지에서 떠받친 전설적인 무장이기도 하다. 사실 ‘한조우’라는 이름은 핫토리 가(家)의 가독을 계승한 자에게 붙여지는 이름이었으며 우리에게 닌자의 대명사로 알려진 ‘핫토리 한조우’는 2대 당주인 핫토리 마사나리(服部正成 1542~1596)라 하겠다. 핫토리 마사나리는 ‘도쿠가와 16신장’ 중 한 사람으로 꼽히며 ‘귀신 한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실전에서는 이가와 코가의 무사들(닌자 포함)을 지휘했다고 하며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섬겨 도토미 국의 카케가와 성 공략, 아네가와 전투, 미카타가하라 전투 등에서 공을 세웠다. 1590년 오다와라 정벌에도 참가하여 이 때 세운 공으로 도토미에 8000석을 받았으며 이에야스가 간토에 들어갈 때 이가 ‘도우신’(同心, 에도 막부의 하급 직위 또는 번 직속의 최하급 무사를 의미. 이 경우에는 주군을 직접 섬기는 최하급 무사를 의미하며 대대로 이를 섬기고 있었다. 이가 도우신은 이가 닌자를 말한다.) 200명을 휘하에 넣게 되었다. 그 자신은 무장이었지만 부친이 이가 출신이었던 인연으로 도쿠가와 가문을 대신하여 이가 닌자를 통솔하는 자리에 오르게 되었고, 그가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혼노지의 변’에서 목숨이 위험해진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무사히 귀환시킨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핫토리 한조우가 닌자의 대명사로 여겨지며 만화, 소설,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등 수많은 엔터테인먼트 상품을 통해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 중의 하나가 된 데에는 이러한 그의 독특한 이력이 후대의 작가들에게 신비로운 영감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라이조는 내 사촌이자 함께 인법을 배우던 사제야, ‘한조우’란 이름을 계승하진 않았지만 핫토리 가의 현 당주지.” “암월야행(闇月夜行)”은, 핫토리 한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전형적인 판타지다. 주인공인 핫토리 한조우가 쇼군으로부터 밀명을 받고 에도의 밤거리를 순찰하다가 막부 자체를 전복시키려는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게 되면서, 음모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를 재미있는 스토리로 풀어낸 만화다. 주인공의 사촌동생이자 주인공을 대신해 핫토리 가를 이끌고 있는 라이조 같은 캐릭터의 경우는, 아마도 실제로도 형제 사이였던, 2대 당주 핫토리 마사나리의 아들들인 3대,4대 ‘핫토리 한조우’ 핫토리 마사나리(服部正就 1565~1615, 부친과 발음이 같다)와 핫토리 마사시게(服部正重 1580~1652)의 고사(古事)에서 따온 설정인 것 같다. 2권으로 끝을 맺는 “암월야행”은 이런 류의 ‘닌자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것이고 정통파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별로 좋은 느낌을 받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