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붉은 강가 애장판
“일본이 아냐...여긴 우리 동네가 아냐!! 히무로는 어딨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여긴 대체 어디야?!” 여성 독자들에게 “베르사이유의 장미”와 함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전설의 순정만화 “하늘은 붉은 강가”가 애장판으로 다시 출시되었다. 1981년에 “붉...
2010-07-03
김진수
“일본이 아냐...여긴 우리 동네가 아냐!! 히무로는 어딨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여긴 대체 어디야?!” 여성 독자들에게 “베르사이유의 장미”와 함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전설의 순정만화 “하늘은 붉은 강가”가 애장판으로 다시 출시되었다. 1981년에 “붉은 전설”로 데뷔한 일본의 유명 작가 시노하라 치에의 대표작이자 출세작 “하늘은 붉은 강가”는, ‘고전의 힘’이 무엇인지 여실히 증명하는 순정 만화계의 명작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경옥의 “별빛 속에”와 색깔이 비슷한 일종의 판타지 로맨스인데, 시공을 건너뛰어 고대 히타이트 제국으로 오게 된 현대의 일본 여고생이 겪게 되는, 흥미진진한 모험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거대한 스케일의 대서사시로 지면에 펼쳐진다. “가만 있거라, 나는 네 피가 필요해, 여길 이렇게 잘라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가 필요하단다. 황제 폐하께서는 나이가 많으시지, 나는 그 뒤를 나의 아들에게 잇게 하고 싶어, 허나 나의 아들은 황제의 막내아들, 황태자가 되려면 위의 황자들이 죽어 줘야 해, 그래서 그들을 저주해서 죽일 제물로 네 피가 필요해, 나는 제물을 바치고 신께 기도했지, 어느 나라 사람이든 상관없으니 최고의 제물을 가르쳐 달라고, 그랬더니 네가 나타난 거야.” 현대의 여고생이 갑자기 어딘지 모를 신세계로 떨어진다. 그 소녀는 거기에서 어떤 인연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이 세계의 운명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에서 매우 중요한 부품임을 알게 된다. 그 곳에서 소녀는 사랑을 하고, 전쟁에 휘말리고, 배신도 당하고, 친구도 만나며 점차 강인하고 아름답게 성장해 간다.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아픔과 슬픔을 겪으면서 상상도 하지 못했던 장대한 시공 속으로 한없이 떨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소녀는 깨닫는다. 자신의 진정한 운명을... 이 설정은, “하늘은 붉은 강가”뿐만 아니라 8-90년대를 휩쓴 순정 만화 힛트작들에서 수도 없이 차용되었던 ‘전설의 설정’이다. 일본과 한국을 막론하고 그 시대를 풍미한 순정만화들에는 이런 설정들이 많다. 당장 기억나는 것만 해도 강경옥의 “별빛 속에”, 황미나의 “레드 문”, 신일숙의 “리니지”, “아르미안의 네 딸들”, 타무라 유미의 “바사라” 등등 일일이 언급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위 작품들과 설정은 조금 다르지만 이케다 리요코의 “베르사이유의 장미”나 김혜린의 “북해의 별”, “테르미도르”, “비천무” 등등의 작품도 잔인한 운명에 맞서 자신을 변화시켜나가는 여자 주인공들을 내세운 ‘전설의 명작’들이라 할 수 있겠다. “하늘은 붉은 강가”는 전 28권(27권 +외전 1권)으로 완결된 작품이다. 학산문화사를 통해 전권 다 발간되었지만 이번에 다시 애장판으로 출간되었다. 현재 6권까지 나와 있다(2010년 5월) 요즘에는 잘 찾아보기 힘든 복고적인 연출 스타일이나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거대한 상상력은 어린 시절 이런 만화들을 보며 자랐던 독자들에게 무한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아직 이 작품을 접해보지 못한 독자들이라도 주인공인 스즈키 유리에게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이입해 고대의 왕자님들과 로맨스를 꿈꾸기에 아주 적합한 작품이다.